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내 딸을 죽인 사람은 우리 반에 있습니다.”

 열세 살 살인자, 그보다 더 어린 희생자...

 

 그리고 어느 여교사의 충격적인 고백!

 

봄 방학을 앞둔 종업식 날 어느 중학교 여교사가 자신이 담임을 맡고 있는 반 학생들 앞에서 우유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합니다. 우유로 시작된 교사 유코의 이야기는 학교 수영장에서 익사사고로 딸을 잃은 경위를 거쳐 충격적인 고백으로 이어지는데요, "내 딸을 죽인 사람은 우리 반에 있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사실은 사고 아닌 살인이었음을 밝히며, 범인이면서 제자인 열세 살 중학생 두 명에게 형사적 처벌대신 자신이 주도하는 계획적인 복수를 다짐합니다.

 

그동안 이 소설은 일본에서 영화로도 나왔었고 소설에 대한 서평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더군요. 그것은 꽤나 인기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는데요. 저 또한 마침내 읽었습니다.

 

익히 알고 있듯이 딸을 잃은 유코의 독백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계속 이어져 끝날 때까지 그녀의 시점에서 마무리되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습니다. 하나의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그들 가족들의 시점을 차례차례 보여줌으로서 이들의 마음 속 상처가 어떻게 삶을 변화시키고 어떻게 유아 살인이라는 끔찍한 범행으로 이어지는지 낱낱이 묘사합니다.

 

그냥 철없는 아이들의 우발적인 살인이 아니라 걔네들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경위를 보여준다는 것은 가해자에게도 말 못할 사정이 있었음을 변호하는 듯합니다. 열세 살짜리 살인자 시모무라 나오키와 와타나베 슈야가 범행에 가담하게 된 과정과 이후의 대처과정까지 순서대로 읽어 나가면서 저 또한 문제의 발단은 가정이라는 울타리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임을 잘 알 수 있었죠. 결국은 결손가정에서 자라난 그 아이들은 엄마의 애정 어린 사랑과 보호, 관심이 있었다면 이 모든 불행은 애초에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나오키의 엄마는 살인을 저지른 아들을 무작정 감싸고 돌면서 피해자의 엄마인 유코의 심정을 헤아려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유코에게 책임전가를 하기까지 합니다. “내 착한 아들이 절대 그럴리가 없다며 말이죠. 무조건적인 애정과 집착은 아이를 나락의 늪으로 몰아넣는 줄도 모른 채 엄청난 파국으로 비수가 되어 돌아오게 되죠.

 

그럼 슈야의 경우엔 어떨까요? 역시 모성결핍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슈야의 엄마는 아들을 자신의 진로의 장애물 정도로 간주하고 학대 방임을 하는데 나중엔 이혼하고 다른 남자랑 재혼합니다. 나오키와는 반대로 슈야 쪽에서 엄마의 사랑을 끊임없이 갈구하면서 살인을 통해 엄마의 관심을 돌리려고 하지만 역시 끔찍한 결말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쯤하면 아이들이 저지른 죗값을 부모 탓으로 돌리며 동정과 연민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성인이 아니라 미숙한 청소년들이기 때문에 한때의 과오로 치부하고 갱생의 길을 열어 관용을 베푸는 것만이 능사일까요? 여기에 피해자의 엄마인 유코의 반격이 시작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법에 기댄 처벌이 아니라 그녀만의 치밀한 계획에 의한 복수를 시행 합니다.

 

사랑하는 딸을 잃은 엄마의 분노와 절망을 통렬하게 드러내면서 소년범죄를 처벌할 수 없는 제도점 맹점에 가차없이 응징하는 것이죠. 환경 탓으로, 남의 탓으로 책임을 돌리기엔 가해자인 나오키와 슈야의 죄악은 모두 본인 탓이니 무책임한 어리광은 이기적이고 바보 같은 행동일 뿐만 아니라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고 말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복수이자.갱생을 향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유코의 이같은 분노어린 일갈은 주제의식을 내포한 말이라고 생각되네요. 용서와 처벌! 우리 아이들이 저지른 과오는 어떤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일까요? 아직도 결론을 못 내리겠네요. 많은 생각과 고민, 그리고 한숨을 남겼던 가히 충격적인 문제적 소설 <고백>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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