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of an Expedition to Explore the Course and Termination of the Niger: With a Narrative of a Voyage Down That River to Its Termination; In Two V (Paperback)
Nabu Press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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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미워하는 자가 돌아온다."

 

<라스트 차일드>로 일약 스릴러계의 신성으로 급부상한 존 하트의 두 번째 작품 <다운 리버>를 좀 전에 다 읽었습니다. 데뷔작 <라이어>로 평단과 독자들에게 신고식을 치른 존 하트는 이 작품으로 생애 첫 에드거상을 수상하고, 다음 작품인 <라스트 차일드>로 또 한 번 에드거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최근작인 <아이언 하우스>로 배리상 후보에 올랐다고 하니 확실히 최근 잘 나가는 스타 작가 중 한 사람임에는 틀림없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그는 가족을 소재로 한 전작을 들고 우리들에게 돌아왔습니다. "모두가 미워하는 자가 돌아온다."는 의미심장한 문구를 표지에 내어걸고 말이죠. 소설의 배경인 로언 카운티가 존 하트의 고향이라는 사실은 차지하고라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애덤 체이스는 5년 전까지만 해도 고향인 로언 카운티에서 살았던 청년입니다. 어린 시절 자신이 보는 앞에서 어머니가 권총 자살하는 장면을 목격한 뒤, 정신적인 충격을 이기지 못해 싸움과 반항으로 방황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의 농장에서 윌슨이라는 한 젊은이가 시체로 발견되는데, 새어머니가 아들인 애덤을 범인으로 지목하면서 순간 그의 삶은 산산조각 나 버리게 됩니다.

 

비록 무죄 평결을 받아 풀려나긴 하지만 동네 사람들은 결코 그에 대한 의심을 걷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아버지와 동생들마저 그에게 등을 돌리자 참지 못한 애덤은 쫓기듯 고향을 떠나 뉴욕으로 가버리게 되죠. 고향을 잊고 새 출발을 하고자 했던 애덤에게 고향 친구 대니 페이스가 그에게 도움을 청하며 돌아올 것을 부탁합니다.

 

애덤은 친구의 간곡한 청을 뿌리치지 못해 고향으로 5년 만에 돌아옵니다. 그러나 5년 만에 돌아온 고향은 그를 결코 환영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적대적인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폭력과 친구의 실종, 의문의 살인으로 그를 괴롭힙니다. 과거의 아픔을 삭이며 진상을 파헤치던 애덤은 가족의 과거사와 관련된 악몽 같은 비밀을 만나게 되는데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서둘러 떠나야했던 애덤이 분노와 상처로 세상과 담을 쌓으려 했지만 결국 엉켜버린 실타래를 풀고자 다시 돌아왔을 때 그의 마음엔 생생한 적개심만 남아 있을 뿐, 누구도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않죠. 세상 누구보다도 자신을 믿어줘야 할 가족들마저 마음을 열어주지 않으니 이 얼마나 울분 넘치는 상황일지.. 아버지, 새어머니, 이복형제들, 아버지 친구, 과거의 연인이자 현재는 경찰이 된 여자 친구까지 그를 둘러싼 인간관계는 그야말로 상처투성이에 오해는 쉽사리 해소되긴 힘든 상황입니다. 그래도 애덤은 어떻게 해서라도 관계를 복원하고자 애를 쓰지만 계속되는 사건에 연루되는 상황은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사나이로구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에 젖어들게 합니다.

 

어찌 보면 동네에 건설되려고 하는 핵발전소의 건설부지 확보를 위해 소유한 땅의 매매여부를 놓고 찬반의 의견들이 팽팽히 대립하는 상황이라 그에 연관된 폭력과 살인사건이 아닐까 추측해 보았지만 보기 좋게 빗나가고 배후의 진실은 따로 있음을 점차 알아갑니다. 그리고 밝혀진 충격적이면서 결코 믿기지 않는 진실은 단순히 선악의 양분이 아니라 인간의 나약함이 가져온 실수가 어떠한 파장을 불러일으키는지 담백하고 차분한 어조로 설명합니다. 그러한 설명은 스릴러가 이룩한 문학적 성취라는 찬사가 결코 과장되지 않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뛰어난 문체로 <다운 리버>를 돋보이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을 읽고자 하시는 분들은 자신의 독서적 취향이 어느 곳을 지향하는지 잘 살펴보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빠르고 화려한 맛 대신 로언 카운티의 강물이 흘러 흘러가듯 인간의 심연을 깊고 차갑게 응시하는 존 하트의 전개와 구성은 그래서 신라면을 먹으면서도 김치가 생각나게 하는 이유가 아닐 까 합니다. 후속작인 <라스트 차일드>에 비하면 분위기나 여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또는 입체적이지 못하고 전형적이다 라는 반응은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그것이 분노를 달래고 용서의 과정을 거쳐 화해에 이를 수도 있는 여백을 감안해도 말입니다.

 

PS : <다운리버>를 읽고나면 로렌스 카르카테라의 <아파치>와 데니스 루헤인의 <문라이트 마일>의 출간시점이 궁금해집니다. 고추장 넣고 밥을 비벼 읽고싶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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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블론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3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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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은 스릴러의 격전장이라는 사실은 다들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그런데 기대작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공통점이 있더군요. 바로 마이클 코넬리가 사랑하고 강추하는 소설들이란 점인데요, 마이클 코리타의 <오늘밤 안녕을>, <숨은 강>을 비롯하여 요 네스뵈의 <스노우맨>까지 모두 코넬리가 폭풍 칭찬한 작품들이란 점 때문에 은연중 코넬리가 추천한다면 무조건 읽어줘야 한다는 무언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위 세 작품, 무척이나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다리는 동안 당 소설들의 향후 판매량에 보이지 않는 힘을 실어주고 있는 코넬리, 그의 작품 중 <콘크리트 블론드>를 꺼내들어 배고픈 욕구를 달래고 있습니다.

 

해리 보슈는 몇 년 전, 잔혹한 연쇄 살인마 인형사를 뒤쫓고 있었습니다. ‘인형사는 매춘부들을 유인하여 살해한 후, 얼굴에 화장을 시키는 엽기적인 살인마입니다. 그렇게 놈을 검거하기 위해 추적하던 보슈는 마침내 한 여자로부터 그의 소재에 대한 제보를 받고 동료경찰의 공조 없이 단독으로 현장을 급습하게 되죠. 그런데 인형사의 석연치 않은 행동으로 인하여 보슈는 그 자리에서 그를 사살해버립니다.

 

여기서부터 보슈에게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것은 범인의 유족으로부터 과잉대응은 물론이고 심지어 아무 죄도 없는 무고한 사람을 죽였다는 이유로 고소당하게 된 것입니다. 안 그래도 동 건으로 인하여 문책 받아 강력반에서 헐리우드 경찰서로 좌천당한 보슈에게 피고의 입장이 되어 재판에 임해야 한다는 건 무척이나 피곤한 상황입니다.

 

보슈의 고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에는 인형사로 보이는 동일수법의 살인범이 활개치고 다니는데, 분명히 현장에서 사살했던 보슈로서는 미치고 펄쩍 뛸 노릇이네요. 재판에서도 승소해야하고 인형사인지 알 수없는 범인도 동시에 잡아들여야 하는 진퇴양난의 처지에 빠져버리는데 어느 것 하나 해결하기란 만만치 않습니다.

 

유족 측과 검사가 제시하는 논리는 사살당한 남자는 인형사란 증거가 없으며, 설사 인형사였다고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보슈의 과잉대응일 뿐이라는 파상 공세에 보슈는 계속 불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밖에서 계속 살인을 저지르고 다니는 녀석은 정말 인형사일까? 아니면 공범일까? 라는 답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를 남기면서 독자들을 한껏 긴장감으로 몰아넣습니다.

 

<다크니스 모어 댄 나잇>에서는 검사 측 증인이었던 보슈가 예전 작인 <콘크리트 블론드>에서는 반대로 피고가 되어있는 상황 반전은 무척이나 흥미로우면서 기존 등장인물과 그들의 개인사. 이미 보여주었던 패턴에 대한 역발상을 능수능란하게 보여주는 코넬리의 솜씨는 언제 봐도 감탄을 금할 수 없게 합니다.

 

이미 인형사이야기는 이전 작품들인 <블랙 에코><블랙 아이스>에서 잠깐씩 언급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냥 해 본 소리가 아니라 뒤에 가서 결국 마무리를 짓는 코넬리의 방식 때문에 무엇 하나 허수룩하게 넘어갈 수 없어 그의 작품들은 몰입도가 강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거미줄에 걸려 옴짝달짝 할 수없는 보슈가 누명을 스스로 벗기 위한 고군분투와 법정스릴러로서의 탄탄한 내공, 이에 수반되는 긴박감과 스릴, 전율적인 서스펜스까지 무엇하나 부족함없이 짜릿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콘크리트 블론드>는 그래서 코넬리를 신뢰할 수밖에 없고, 그가 추천하면 무조건 받아들이라는 진리를 여지없이 입증합니다. 표지만으로도 정말 만점을 주고 싶은 코넬리빠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 소설 역시 대박에 짱인 것입니다. 크라임스릴러의 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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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홍
노자와 히사시 지음, 신유희 옮김 / 예담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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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나만 살아남아서

 

최근의 독서슬럼프는 이제 상당히 회복된 듯합니다. 책에 대한 변심이 아니라 뭐든지 쉽게 빠져들고, 쉽게 싫증내는 변덕스러운 마음이 가져온 일시적인 현상이었던 것 같아요. 그럼 계속 책을 읽어야지 하며, 두리번거리는데.... 어엇! 이럴 수가! 읽을 채, 책이 없군요...

 

~~ 책을 밀려서 읽는 것을 너무나도 싫어해서 투쟁적으로 읽어나갔더니 마침내 대기 중인 책이 떨어진 겁니다. 항상 현재 읽고 있는 책 외에 읽을 책이 대기 중이었는데... 그래서 주문한 책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갈증이 나는걸요. 뭐 별수 있겠습니까, 기다리는 동안 밀린 리뷰나 써야겠지요(그래도 채, 책이 필요해 헉헉)

(.) 

 

그럼, 리뷰입니다. 이 소설은 이미 오래 전에 읽었었지요. 노자와 히사시의 <심홍>이죠.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생각나는 것이 일본 추리소설은 극단적, 서구 추리소설은 분석적이라는 모 평론가의 말인데요, 두 장르를 왔다 갔다하며 읽다보면 지극히 공감하게 되는 설명입니다. <살육에 이르는 병> 같은 일미가 극단의 정점이라면, <링컨 라임 시리즈> 같은 경우가 분석의 정점이겠지요. 하지만 꼭 극단적이라는 표현이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단정짓진 않겠습니다.

 

 

가해자의 딸과 피해자의 딸이 만나 일어나는 이야기 <심홍>이 주는 독특한 분위기와 느낌 때문에 일본 소설을 손에서 놓지않고 꾸준히 읽는 게 아닐까 싶어요. 추리소설이라는 큰 범주에 넣는다면 말이죠. 그런 <심홍>의 줄거리는 이랬던 걸로 기억합니다.

 

초등학교 수학여행을 떠났던 가나코는 일가족이 모두 살해당했다는 끔찍한 소식을 선생님으로부터 전해 듣습니다. 범인은 현장에서 즉시 체포되고 형 집행은 당장 시행되지는 않는데요, 어느덧 세월은 흐르고 흘러 가나코는 성인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살인범의 사형이 마침내 집행되지만 가나코의 마음은 한없이 차갑고 냉정합니다. 속 시원하단 느낌보단 황폐한 마음이기에 무감각해져버린 겁니다.

 

그러던 중 사건을 취재했던 기자로부터 가해자의 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녀의 주소를 얻어냅니다. 무슨 의도로 그녀에게 접근하려 했던 것일까요? 만나게 되면 니 애비의 죗값을 너도 똑같이 치루라며 침을 뱉고 머리채를 휘어잡으려고 했을까요? 잔인하게 죽여서 복수를 하려 했던 걸까요? 두 사람의 만남을 앞두고 불안감이 상승 고조되지만 뜻밖에도 가나코와 그녀 미호는 동갑내기였고, 이점에 놀란 가나코는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그녀와 친구가 됩니다.

 

 

살인자 아버지를 둔 미호의 삶은 그간 정상적인 경로를 거쳐 오기가 힘들었을 것이며, 현실도 비루합니다. 그것은 상습 폭력을 휘두르는 미호의 남편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결국 같이 죽이고 범행의 공범이 되는 사단을 맞이하게 되는 거죠. 이제 가나코는 점점 미호를 동정하고 연민하면서 도와주게 됩니다. 피해자의 딸이 가해자의 딸에게 마음을 열고 미움과 분노대신 용서와 관용을 택하게 되는 순간, 세상의 일반적인 관념과 기준으론 도저히 성립될 수 없는 불가사의한 관계로 재형성됩니다.

 

아마도 가나코는 미호를 보며 자신과 거울처럼 닮아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겁니다. 미호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힌 가나코는 두 사람의 아버지 사이에 있었던 억울한 숙명의 비밀을 알게 되고, 이제 마음은 이제 원한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습니다. 어찌 보면 지금껏 볼 수 없었기에 낯설었던, 하지만 어두운 마음속을 조용히 비집고 들어와 환하게 불 밝히는 따스함이 정말 좋았기에 두고두고 기억에 남습니다. 비록 뭔가 곳곳에 부족한 맛이 있지만 그래도 이런 결말이 좋아 일본소설을 읽지요 ...

 

그렇게 맛있는 책이 없으니 금단현상이 옵니다. 낼 하루는 어떻게 이 곳에서 긴 밤을 보내려나... <다운 리버><얼어붙은 송곳니>가 올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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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번호 113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0
류성희 지음 / 황금가지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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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죽은 자에게도 공평해야 한다.

 

밀클에서 이번에 받은 책은 뜻밖에도 국내작가의 법정추리소설 <사건번호113>입니다. 밀클은 왠지 외국작가들의 장르문학 브랜드로만 인식이 되어있던 터라, 국내작가의 법정추리소설은 그만큼 신선하게 다가왔죠. 국내작가의 추리소설은 접할 일도 적거니와 당연히 류성희라는 작가분도 처음 듣게 된 이름입니다. 그런 낯설은 만남은 작품을 읽고 어떠한 감상으로 남았는지 적어보고자 합니다.

 

한 유명 외과병원의 외과전문의이자 과장인 강희경은 평소 자신과 사이가 극도로 소원한 딸 은혜리의 오피스텔을 여느 때처럼 찾아갑니다. 그런데 찾아간 방에는 한 남자가 피를 흘리며 변사체로 쓰러져 있고, 딸은 마약에 취해 몸을 못 가눌 정도로 정신이 불안정한 상태로 발견됩니다. 캠코더 동영상으로 두 사람이 성관계 도중 남자의 강압적인 행동을 피해 달아나다 우발적으로 은혜리가 남자를 볼링공으로 내리쳐 죽이는 장면을 보게 된 강희경은 충격에 빠지는데요, 이에 현장의 수습을 놓고 고민하던 강희경은 차마 하나뿐인 딸을 살인자로 처벌받게 할 수 없어 직접 현장을 조작하고 사건을 은폐하기로 작정하죠.

 

모든 진실을 수면으로 잠재우려던 강희경의 시도는 죽은 남자의 형이 실종신고를 하면서 낌새를 눈치 챈 강력계 형사 장준석과 신출내기 여검사 홍승주가 함께 사건수사를 시작하면서 점차 흔들리게 됩니다. 범인검거를 위해 점차 옥죄어오게 되지요. CCTV와 탐문수사를 통해 정황상 은혜리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어 피고로 법정에 서지만 결정적인 증거라 할 수 있는 시체의 행방과 이동경로가 확인되지 않아 무죄선고를 받습니다. 하지만 홍승주 검사와 장준석 형사는 강희경에 대한 의혹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에 더욱 깊이 파고 들어가는데요.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공통적으로 부모와의 불편한 애증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러한 현실이 이들을 현재의 위치에 몸을 담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삶의 가치관 형성에도 일조합니다. 홍승주 검사는 술에 절어 어린 딸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엄마의 무기력함에 진저리치고, 장준석 형사는 조폭의 대부인 아버지의 위법행위에 반감을 품고 범죄자의 아들로써 범죄를 처단하고자 하는 아이러니를, 강희경은 과거에 교통사고로 죽은 남편과 친구가 사실 불륜관계였다는 점에 절망했었고, 그로 인한 배신감으로 세상을 믿지 못해서 딸을 매몰차고 강인하게 키우려는 맹목적인 엄마로 나옵니다.

 

각자의 아픔들은 수시로 소설의 전개에 회상 신으로 삽입되어 이들이 왜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 설명해주면서 독자들에게 인물에 대한 이해와 감정이입의 동참을 요청하는 듯합니다. 또한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화 부분에서도 작가의 의도가 반영된 적절한 은유의 대입 또한 다소 현학적인 면도 없지 않지만 맛깔스러운 느낌을 주는 점도 마음에 드네요.

 

하지만 제겐 나름의 희소성을 가진 한국형 법정추리소설 <사건번호113>이 많이 아쉽습니다. 우선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부족한 전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대한민국 검사와 경찰의 수사과정이 이렇게 허술한 것인지 조금만 깊이 생각해도 단서를 포착해낼 수 있는 점을 너무도 안이하게 대처하다 뒤늦게 실수를 발견하고 바로 잡으려는 일련의 조치들은 억지스러우며, 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제시도 손쉽게 우연을 남발하고 있는 점은 스토리 구성 시 더욱 심사숙고해야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홍승주 검사를 스타덤에 올려놓게 한 박경자 사건의 경우에도 그냥 들이댔더니 범인이 알아서 자폭하더라는 식인데, 그러한 설정 자체가 우연에 의한 해결이기 때문에 홍 검사의 자질과 능력을 높이 평가하기엔 많이 주저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 소설에서 제일 문제점은 감정의 과잉에 의한 감상주의와 그에 따른 신파극입니다. 냉정하게 한 눈 팔지 않고 그대로 밀고 나가는 하드한 면이 한국 추리소설에서는 아직도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같은 여성작가인 미미 여사나 나쓰오 여사의 작품들은 불필요한 곁가지를 최소화하기에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부모 자식 간 더 나아가 가정의 균열로 인한 문제의 발단은 지금껏 지겹도록 보아왔습니다. 새삼스러울 것 없는 이 같은 관계에 대한 천착은 이제 탈피하든지, 아니면 치밀한 추리를 통한 논리적 합의 도출을 이끌어내든지 양자택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감정의 절제에 실패했다는 점에서 구태의연하고 진부하단 것입니다.

 

너무 코너로 몰아세운 것 같은데요. 앞서 언급한 장점이외에도 부언하자면 법은 당연히 피해자의 편이어야 하며, 죽은 자나 살아 있는 자 모두에게 공평해야한다는 작가의 취지엔 공감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체의 이동방법에 대한 일종의 트릭구사는 가장 칭찬하고 싶으며, 참으로 신선한 아이디어였습니다. 이렇듯 소설의 전반적인 면이 무조건 나쁘지만은 않았으니, 향후 류성희 작가의 성장과 분발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엄마와 딸이라는 관계에 대해서도 익숙하지만 다시금 생각해 보게도 됩니다. 딸의 입장에서 엄마를 바라보는 시각인 닮고 싶은, 때론 닮고 싶지 않은, 하지만 결국 닮을 수밖에 없는 모전여전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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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연대기 샘터 외국소설선 5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김영선 옮김 / 샘터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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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SF소설하면 어떤 생각이 먼저 드시나요? 외계인의 지구침공 아니면 광활한 은하수를 배경으로들 종족과 지구인 간 패권을 놓고 벌이는 치열한 공방전? 그것도 아니면 로보트와 최첨단 기계문명 등이 당장 떠오르는 이미지들일 것입니다. 그에 수반되는 과학적, 기술적 서술에 고개를 절래절래 젓는 분들도 계시는 등 일반 대중들이 쉽게 다가서기 어려운 장르이기도 하죠. 또한 액션과 볼거리에 치중하다 보면 자칫 가벼운 대중문학의 부류로 치부되기 십상이기도 하지만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성 연대기>는 그러한 선입견을 과감히 깨뜨립니다.

 

이 소설의 작가 레이 브래드버리는 아서 클라크, 아이작 아시모프, 로버트 하인라인과 더불어 SF소설계를 대표하는 거장 중 한 명으로 인명받고 있는데, 타 작가들과 달리 그의 작품은 해당장르의 틀을 뛰어넘는 뛰어난 문학성으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 <화성 연대기>가 바로 그렇습니다. 서정적인 스타일에 시적인 문체, 과학적 테크놀로지 대신 인간의 본성과 소외 등 사회문제 등을 철학적인 사색을 담아 그야말로 우아하고 아름다운, 순수문학에 필적하는 수준을 자랑합니다.

화성을 소재로 하는 기존의 SF소설들이 화성인의 지구침공을 주로 다루고 있는데 반해 이 소설은 역으로 지구인의 화성침공과 점령, 이주 등을 다루고 있는 독특한 발상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1999년 1월부터 2026년 10월까지 화성침공과 지구에서 벌어진 전쟁, 그리고 화성과 지구의 멸망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제목 그대로 연대기적 구성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구요, 하나하나의 단편들이 결말짓는 구성이기 때문에 별개의 이야기로 읽어나가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SF소설이니 만큼 당연히 우주선, 핵전쟁, 안드로이드 등과 같은 테크놀로지적 요소들이 분명 존재합니다만 타 소설에 비해 그 비중은 적은 편이며, 오히려 판타지적인 색채가 강한 편이기도 합니다. 거대한 스케일의 첨단과학 문명의 전시를 기대하고 본다면 당황할 수도 있겠지만, 그 점이 오히려 동 장르에 거부감과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일반독자들에게도 환영받을 수 있는 요인이 아닌가 합니다.

 

 

그렇게 다수의 독자들을 아우를 수 있는 포용력을 갖춘  이 소설은 인류가 우주를 진출하면서 필요한 것은 진취적 기상과 웅대한 자만심이 아니라 신의 섭리 아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고민과 반성, 겸손과 존중을 필요로 한다는 자각을 일깨운다는 점에서 SF문학이라는 장르의 한계를 이탈한 철학과 순수문학이 결합한 순결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용이 어렵지 않느냐고요? 천만에요, 그러한 작가의 의도는 때론 유머로, 판타지로, 한 편의 시적 구성 등 여러가지로 변형되어 대중적인 면과 작품성이 골고루 잘 배합되어 있어 읽는 동안 즐기면서 곰곰히 생각할 수 있는 멋진 수작입니다. 그러니까 걱정은 마시고 SF 장르에 대한 오해와 아집을 과감히 버린 채, 브래드버리의 꿈결같은 세상에 동참해 보시지 않으시렵니까?

 

아름답습니다, 우아합니다, 쓸쓸합니다. 뛰어난 문학성과 대중적인 재미, 그리고 상상과 동경이 만들어 낸 요지경 세계가 여기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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