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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연대기 ㅣ 샘터 외국소설선 5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김영선 옮김 / 샘터사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여러분들은 SF소설하면 어떤 생각이 먼저
드시나요? 외계인의 지구침공 아니면 광활한 은하수를
배경으로
그들
종족과
지구인 간 패권을 놓고 벌이는 치열한
공방전? 그것도 아니면 로보트와 최첨단 기계문명 등이 당장 떠오르는 이미지들일 것입니다. 그에 수반되는
과학적,
기술적 서술에 고개를 절래절래 젓는 분들도 계시는 등 일반 대중들이 쉽게 다가서기 어려운 장르이기도 하죠. 또한 액션과 볼거리에 치중하다 보면
자칫 가벼운 대중문학의 부류로 치부되기 십상이기도 하지만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성 연대기>는 그러한 선입견을 과감히 깨뜨립니다.
이 소설의 작가 레이
브래드버리는 아서 클라크, 아이작 아시모프, 로버트 하인라인과 더불어 SF소설계를 대표하는 거장 중 한 명으로 인명받고 있는데, 타
작가들과
달리 그의 작품은 해당장르의 틀을 뛰어넘는 뛰어난 문학성으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 <화성 연대기>가 바로
그렇습니다. 서정적인 스타일에 시적인 문체, 과학적
테크놀로지 대신 인간의 본성과 소외 등 사회문제 등을 철학적인 사색을 담아 그야말로 우아하고 아름다운, 순수문학에 필적하는 수준을
자랑합니다.
화성을 소재로 하는 기존의 SF소설들이 화성인의 지구침공을 주로 다루고 있는데 반해 이 소설은 역으로
지구인의 화성침공과 점령, 이주 등을 다루고 있는 독특한 발상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1999년 1월부터 2026년 10월까지 화성침공과 지구에서
벌어진 전쟁, 그리고 화성과 지구의 멸망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제목 그대로 연대기적 구성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구요, 하나하나의 단편들이 결말짓는
구성이기 때문에 별개의 이야기로 읽어나가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SF소설이니 만큼 당연히
우주선, 핵전쟁, 안드로이드 등과 같은 테크놀로지적 요소들이 분명 존재합니다만 타 소설에 비해 그 비중은 적은 편이며, 오히려 판타지적인 색채가
강한 편이기도 합니다. 거대한 스케일의 첨단과학 문명의 전시를 기대하고 본다면 당황할 수도 있겠지만, 그 점이
오히려 동 장르에 거부감과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일반독자들에게도 환영받을 수 있는 요인이 아닌가 합니다.
그렇게 다수의 독자들을 아우를
수 있는 포용력을 갖춘 이 소설은 인류가 우주를 진출하면서 필요한 것은 진취적 기상과 웅대한 자만심이 아니라 신의 섭리 아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고민과 반성, 겸손과 존중을 필요로 한다는 자각을 일깨운다는 점에서 SF문학이라는 장르의 한계를 이탈한 철학과 순수문학이
결합한 순결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용이
어렵지
않느냐고요? 천만에요, 그러한 작가의 의도는 때론
유머로, 판타지로, 한 편의 시적 구성 등 여러가지로 변형되어 대중적인 면과 작품성이 골고루 잘 배합되어 있어 읽는 동안 즐기면서 곰곰히 생각할
수 있는 멋진 수작입니다. 그러니까 걱정은 마시고 SF 장르에 대한 오해와 아집을
과감히 버린 채, 브래드버리의
꿈결같은 세상에 동참해 보시지 않으시렵니까?
아름답습니다, 우아합니다,
쓸쓸합니다. 뛰어난 문학성과
대중적인 재미, 그리고 상상과 동경이 만들어 낸 요지경 세계가 여기 펼쳐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