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홍
노자와 히사시 지음, 신유희 옮김 / 예담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미안해, 나만 살아남아서

 

최근의 독서슬럼프는 이제 상당히 회복된 듯합니다. 책에 대한 변심이 아니라 뭐든지 쉽게 빠져들고, 쉽게 싫증내는 변덕스러운 마음이 가져온 일시적인 현상이었던 것 같아요. 그럼 계속 책을 읽어야지 하며, 두리번거리는데.... 어엇! 이럴 수가! 읽을 채, 책이 없군요...

 

~~ 책을 밀려서 읽는 것을 너무나도 싫어해서 투쟁적으로 읽어나갔더니 마침내 대기 중인 책이 떨어진 겁니다. 항상 현재 읽고 있는 책 외에 읽을 책이 대기 중이었는데... 그래서 주문한 책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갈증이 나는걸요. 뭐 별수 있겠습니까, 기다리는 동안 밀린 리뷰나 써야겠지요(그래도 채, 책이 필요해 헉헉)

(.) 

 

그럼, 리뷰입니다. 이 소설은 이미 오래 전에 읽었었지요. 노자와 히사시의 <심홍>이죠.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생각나는 것이 일본 추리소설은 극단적, 서구 추리소설은 분석적이라는 모 평론가의 말인데요, 두 장르를 왔다 갔다하며 읽다보면 지극히 공감하게 되는 설명입니다. <살육에 이르는 병> 같은 일미가 극단의 정점이라면, <링컨 라임 시리즈> 같은 경우가 분석의 정점이겠지요. 하지만 꼭 극단적이라는 표현이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단정짓진 않겠습니다.

 

 

가해자의 딸과 피해자의 딸이 만나 일어나는 이야기 <심홍>이 주는 독특한 분위기와 느낌 때문에 일본 소설을 손에서 놓지않고 꾸준히 읽는 게 아닐까 싶어요. 추리소설이라는 큰 범주에 넣는다면 말이죠. 그런 <심홍>의 줄거리는 이랬던 걸로 기억합니다.

 

초등학교 수학여행을 떠났던 가나코는 일가족이 모두 살해당했다는 끔찍한 소식을 선생님으로부터 전해 듣습니다. 범인은 현장에서 즉시 체포되고 형 집행은 당장 시행되지는 않는데요, 어느덧 세월은 흐르고 흘러 가나코는 성인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살인범의 사형이 마침내 집행되지만 가나코의 마음은 한없이 차갑고 냉정합니다. 속 시원하단 느낌보단 황폐한 마음이기에 무감각해져버린 겁니다.

 

그러던 중 사건을 취재했던 기자로부터 가해자의 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녀의 주소를 얻어냅니다. 무슨 의도로 그녀에게 접근하려 했던 것일까요? 만나게 되면 니 애비의 죗값을 너도 똑같이 치루라며 침을 뱉고 머리채를 휘어잡으려고 했을까요? 잔인하게 죽여서 복수를 하려 했던 걸까요? 두 사람의 만남을 앞두고 불안감이 상승 고조되지만 뜻밖에도 가나코와 그녀 미호는 동갑내기였고, 이점에 놀란 가나코는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그녀와 친구가 됩니다.

 

 

살인자 아버지를 둔 미호의 삶은 그간 정상적인 경로를 거쳐 오기가 힘들었을 것이며, 현실도 비루합니다. 그것은 상습 폭력을 휘두르는 미호의 남편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결국 같이 죽이고 범행의 공범이 되는 사단을 맞이하게 되는 거죠. 이제 가나코는 점점 미호를 동정하고 연민하면서 도와주게 됩니다. 피해자의 딸이 가해자의 딸에게 마음을 열고 미움과 분노대신 용서와 관용을 택하게 되는 순간, 세상의 일반적인 관념과 기준으론 도저히 성립될 수 없는 불가사의한 관계로 재형성됩니다.

 

아마도 가나코는 미호를 보며 자신과 거울처럼 닮아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겁니다. 미호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힌 가나코는 두 사람의 아버지 사이에 있었던 억울한 숙명의 비밀을 알게 되고, 이제 마음은 이제 원한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습니다. 어찌 보면 지금껏 볼 수 없었기에 낯설었던, 하지만 어두운 마음속을 조용히 비집고 들어와 환하게 불 밝히는 따스함이 정말 좋았기에 두고두고 기억에 남습니다. 비록 뭔가 곳곳에 부족한 맛이 있지만 그래도 이런 결말이 좋아 일본소설을 읽지요 ...

 

그렇게 맛있는 책이 없으니 금단현상이 옵니다. 낼 하루는 어떻게 이 곳에서 긴 밤을 보내려나... <다운 리버><얼어붙은 송곳니>가 올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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