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북의 유즈루, 저녁 하늘을 나는 학 ㅣ 요시키 형사 시리즈 2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검은숲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한
해가 저물어가는 12월
28일
오후,
형사
요시키는 전처 미치코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는다.
6년의
결혼생활,
그리고
헤어진 지 5년
만의 통화였다.
그녀는
“그냥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는
말만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어딘가
가냘프고 주저하는 것 같은 목소리의 여운에서 그녀를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 요시키는 미치코의 얼굴을 보기 위해 우에노역으로 가지만 그녀를 만날 수
없었다.
그런데
다음 날 미치코가 탔던 걸로 알려진
유즈루호 열차 침대칸에서 한 여성의 시체와 학을
본떠 만든 공예품이 발견되면서 요시키는
미치코의 신상에 변고가 생겼음을 직감하게
된다.
이제
그녀는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린다.
돌이켜
볼 때 요시키의 마음은 항상 그녀에
대하여 미안한 마음을 안고 있었다.
남들
앞에서는 조신하다가도 요시키와 단 둘이 있을 때는 잘
웃으면서 명랑했던 그녀,
어리광도
피우고 감정의 기복도 심해서 때론 어린 아이 같았던 미치코에게 항상 바쁜 것 같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따스한 말 한마디와 속 깊은 정을 보여주지 못하고 무뚝뚝하게 대했던 결혼생활이 떠 오를때면 스스로
자책해왔다.
그런
결혼생활이 이혼으로 이어진 이유가 자신에게 있다는 마음의 짐이었다.
그래서
이번 신정 연휴를 활용하기로 결심을 굳힌다.
그녀를
찾기로.
그녀의
행방을 좇아 실마리를 찾으러 구시로로 향한 요시키는 그녀가 열차 살인사건만이 아니라 살았던 아파트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용의자로도 경찰의 추적을 받고 있음을 알게 된다.
내막을
들여다보니 그것은 절대로 해법을 찾을 수 없는 완벽한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이었다.
이에
자신 말고는 그녀를 위기에서 구할 사람이 없음을 자각하고 그녀에 대한 믿음만으로 진실을 밝혀내기 위한 목숨 건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
시마다 소지의 미스터리는 환상적이며 초현실적인 현상에 상식의 틀을 뛰어넘는 거대한
트릭이 가미되면서 사건의 진실에 감춰진 인간적인 사연들이 언제나 매력적이다.
그런
점에서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에서
개인사에 줄곧 주목해왔던 요시키 형사 본인의
개인사를 바탕에 두고 진행되는 이번 이야기는 그의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부부의
연이란 전생에서 어떠한 인연이 없으면 이어질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비록
불확실한 이유로 헤어지기는 했지만 처음에 좋은 인연으로 만나 점차 원점으로 되돌릴 수 없는 원점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미치코와 살면서 그녀를 완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요시키의 모습에서 같은 남자로서
이 만큼 공감과 이해가 형성되는 일도 흔치않다.
그는
인생의 반려자로서 미치코를 진심 아끼고 사랑하고
싶지만 맘 같이 표현하는 일에 서툰 남자이다.
결코
내 여자는 내가 지킨다는 의지만큼은 어느 남자와 다를 바가 없다.
그렇기에
요시키가
미치코의 누명을 벗기기 위한
목숨 건 사투 속에서 죽음과 맞서서 특유의 끈기로 약속한 시간에 사건을 해결해야한다는 압박과 제약을 끝내 돌파하는 과정들은 긴박감과 함께 뜨거운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구조
상 외부에서 몰래 출입하기 불가능한 건물 5층에서
살해된 두 여성에 대한 살인트릭은 이론상 가능하지만 실제 시도하기에는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세밀한 방식이라 트릭을 위한 트릭이라고 평가절하
했다가 미스터리의 즐거움이란 과학이 아닌 발상에서 의의를 부여할 수 있기에 나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자면
살인사건의 용의자를 처음부터 정해놓고 트릭에 얽힌 비밀을 풀어내는 방식임을 감안하여 누가(who)
왜(why) 대신
어떻게(how)에
모든 포커스를 맞춰 괴담이 논리로 설명되는 순간,
그
기상천외함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부부의 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님”이
될 것인가?
아니면
“남”이
될 것인가?
축복받으며
행복한 출발을 다짐했던 당시의 포부는 어느 순간 실종되고 인생극장처럼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 까닭은 각자가 알겠지.
결혼이라는
울타리에 들어가면 우리는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다들
진심으로 만족하며 살고 있을까?
그렇다면
그러한 현실에서 해답을 찾고자 요시키란 남자는
과거에 미처 되돌리지 못한 관계라는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 그렇게 살얼음 위를 걸으며 진정 목숨을 걸었나보다.
한
여자에 눈이 먼 남자,
이런
걸 두고 꽃보다 남자라고 한다.
불꽃남자
요시키의 순정은 서로의 영혼을 구원하는데
성공했고 그래서 멋지고 여전히 감동적인
로맨스이다. 가을에 어울릴만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