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살자들 블루문클럽 Blue Moon Club
유시 아들레르 올센 지음, 김성훈 옮김 / 살림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로 2012 배리상을 수상하며 "요 네스뵈"와 함께 북유럽 추리/스릴러 소설의 절대강자로 부상한 “유시 아들레르 올센”의 미결 사건 전담 “특별수사반Q”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를 읽었다. 여성 정치인 "메레테 륑고르" 실종 사건을 멋지게 해결해서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칼 뫼르크" 경위는 3주간의 특별휴가를 마치고 복귀한다. 사람냄새 대신 형광등 때문에 두통이 밀려오는, 마치 포로수용소 같은 칙칙한 지하사무실은 그에게 여전히 불만의 대상이었고 책상 위에는 20년 전 여름 어느 휴양지 별장에서 오누이가 살해당한 사건파일이 떡 하니 놓여 있었다누가 올려다 놓았는지 아무도 모르는 그 사건은 이미 11년 전 범인이 자수해서 감방에 수감되어 종결된 건이라 지금에 와서 왜 이 파일을 자신에게 일부러 보라고 했는지 영문을 몰라 난감한 "칼 뫼르크" 경위. 이뿐만 아니라 복귀신고를 하러 3층에 올라갔더니 거기는 경찰개혁이 어쩌고저쩌고 난리 블루스에다 얼마 후 노르웨이 오슬로 경찰국에서특별수사반Q”를 시찰하러 방문한다고 한다.

 

또한 시리아(?) 출신으로 알려진 기존의 조수 "아사드" 외에 거침없는 입담과 반골기질에다 헤어, 패션까지 튀는 이상한 여비서 “로즈”까지 이 팀에 합류하면서 식구가 1명 더 늘게 되는데 그녀는 "칼"에게 새로운 두통거리가 된다. 어찌하면 이 여자를 잘라버릴까 궁리하다가도 그녀의 수완에 많은 도움을 받게 되는데 새로운 멤버의 가세는 시리즈에 상당한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제대로 안착한다면 재미는 책임져 줄 캐릭터가 될 것 같다. 그리하여 "모나 입센"에 대한 "칼"의 음흉한 흑심과 3인방의 티격태격 엇박자 유머는 우리네 정서에도 입가에 미소를 자아낼 정도의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다시 사건파일로 복귀. 분명 범인의 자수로 종결된 사건의 이면에는 숨겨진 진실이 있는 듯 하다. 범인은 출소가 코앞이었고 종결된 사건을 지금에 와서야 다시 들춰내야할 뚜렷한 명분과 실마리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데, 이대로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더군다나 상부에서는 수사중단을 지시한다. 권력의 입김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보인다. "칼"은 수사도중 폭력을 휘둘렀다는 누명에도 저항한다. 다행히도 익명의 제보자가 남긴 사건 파일을 꼼꼼히 살펴 본 칼은 사건이 단독이 아닌 다수가 벌인 일이라는 정황을 발견하고 재수사를 벌인다

 

그랬다. 범인은 패거리의 일원이었고, 나머지 패거리들은 교묘히 용의선상에서 벗어나 덴마크 최고의 사회지배층 계급에 올라있었다. 넘치는 부와 사회적 명성에 도취된 이들은 기숙학교 재학 시절부터 시작해서 불특정한 계층을 대상으로 무차별 폭행과 숲에 풀어 놓은 동물을 잔인하게 사냥하는 등 잔혹하고 엽기적인 악행 및 살인을 계속해서 저질러 왔었다. 이른 바 묻지 마 범죄였다. 과거 한 패거리였으나 현재는 그들에게서 도피 중인 여인 “키미”가 사건 해결의 키를 쥐고 있다. 희생자 한 명당 카드 한 장, 여섯 장의 트리비알 퍼슈트 카드.

 

패거리에 대한 절대복수의 칼날을 가는 “키”와 “키미”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된 패거리들, 그리고 점차 법 집행의 포위망을 좁혀오는 “”과 “아사드”가 한 자리에 모여드는 과정들은 심증과 증거, 비밀과 추적이라는 상황을 통해 절체절명의 긴박감이 잘 조율된다. 그런 솜씨를 “유시 아들레르 올센”은 영리하게 성공적으로 발휘했다. 여기에서 패거리들은 분노와 복수라는 초에서 심지역할을 굳이 자제할 필요가 없었다희생자들의 죽음은 관심사가 아니었으니까. 이들을 이끌고 가는 것은 힘과 무기력 사이의 공백에 어떤 역할을 부여해야 하는지에만 관심이 있었다. 쥐를 갖고 노는 고양이의 역할. 단숨에 먹잇감을 절명시키는 않는 이유가 거기에 있었고 그 경이로운 쾌감에 경도되는 사이코패스들이었던 것이다. "칼"과 "아사드"는 그런 악을 뒤쫓았기에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라고 본다. 단지 아쉽다면 처음부터 범인의 정체와 악행을 대놓고 까발리다보니 미스터리는 자취를 감춘 것이 흠이라면 흠. 자! 이놈들이 어떻게 파멸당하는지 신나게 지켜보세요.

 

우연찮게도 <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와 <도살자들> 모두 자신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맞서 불굴의 정신력으로 대항하는 강인한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폭력, 저항, 여성이라는 세 가지 조합은 도저히 승산이 없을 것 같은 승부를 마지막까지 잘 이끌고 가면서 악의로부터의 구원을 폭발적으로 그려내었다. 덕분에 이야기라는 물줄기에 마음을 맡기면서 감탄했고 종착역에 도착해서 무거운 짐을 바닥에 내려놓은 안도감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생생한 현장묘사와 입체적 캐릭터들이 살아 숨 쉬며 여지없이 빛을 발하는 심리전과 일촉즉발의 결말에 재미는 기본이다.

 

 

이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북유럽 추리/스릴러계의 진정한 대항마, 유시 시 아들레르 올센”의 필력을 계속 확인해야 할 차례가 조만간 도래할 것임을 믿는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키미"가 정신병자처럼 혼자 중얼거렸던 진짜 이유를 알게 된다면 이보다 슬픈 사연은 없을 것이란 점을 강조하면서 "아사드"가 이라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이유와 "칼"에게 항상 데미지처럼 남아 있는 과거의 그 사건은 언제 해결해서 친구의 한을 풀어줄 것인가,라는  두가지 의문이 남는다. 해답을 기대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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