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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의 이런 하루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2월
평점 :
저자는 현대사회의 키워드들을 놓고 바라보다가 자연스레 고령화 가족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이 책의 주인공들인 "사와무라 씨 가족"에게서 "미래의 우리 집인 것 같습니다."라는 카피문구가 눈에 들어온다면 일단 드는 생각은 "맞아, 우리 가족도 나중에 이랬으면 좋겠어."와 "고령화 가족이 주축이 된 고령화 사회는 무작정 두렵다.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것일까?"라는 양자택일의 반응에 놓이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선 이 가족들을 만나봅시다. 아버지 “사와무라 시로(70세)씨”는 회사원 생활을 하다 정년퇴직했고 엄마 “사와무라 노리에(69)씨”는 요리가 특기에 최근 뜨개질을 하면 눈이 아프고 으깨지 않은 팥소를 좋아한답니다. 딸 “사와무라 히토미(40세)양”은 회사원인데 현재 독신이며 살짝 억척스런 성격으로 소개됩니다. 그래서 세 사람의 평균연령이 60세인 고령화 가족인 것이죠.
"히토미양"은 연세 많으신 엄마에게 어깨 잠깐만 주물러 달라고 하는데요. 엄마의 입장에선40살이나 먹은 딸의 어깨를 주물러 주는 날이 오리라 상상도 못했겠죠. 반대로 손주의 안마를 받으셨어야할 연세이신데, 참 기가 막힙니다.
그런 딸의 입장에선 꼬꼬마 시절을 기억해주시는 부모님이 계셔서 마음의 위안을 얻고 있는
것처럼도 보여요. 어렸을 적 일일이 엄마의 손길이 필요했던 소녀가 이제는 스스로 자기 앞
가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현실이란 걸 자각해야 한단 말이죠. 물론 날이 갈수록 연약해지
시는 부모님에 대한 걱정이 슬슬 들기 시작한다는 점도 잊진 않습니다.
찹쌀떡을 사면서 목에 걸려 체하시는 긴급 상황이 생길까봐 응급조치를 미리 검색하는 경우죠. "그 무렵에는 엄마가 건강했었지라고 지금을 떠올리는 날이 올까"라는 생각도 해보아요. 부모님 생각은 또 어떠실까요? 아침부터 영정사진을 찍으려 하시는 아버지...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리워 그 이름을 한번 불러 보고 싶지만 이젠 부를 수 없게 되자 어머니 스웨터를 들며 회한에 잠기시는 어머니 모습... 두 분 모습이 짠합니다.
또한 딸이 늙도록 시집도 안가고 있지만 크게 닦달하지 않으시지만 내심 결혼하길 바라는 마음... 그렇지만 막상 시집 가버리면 허전해서 우실 것 같은 마음 때문에 지금 이대로 셋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염원도 동시에 있습니다. 그게 부모님의 마음 아닐까요? 저도 늦게 결혼할 때까지 부모님과의 동거기간이 길어서 세 사람 각자의 모습과 처지가 그리 낯설지만은 않네요. 공감이 많이 가더라구요.
"희한한 습성"편에서는 외출에서 돌아올 때, 가족 모두가 아주 잠깐 딴 데를 돌아보는 습성을 보여주는데요. 반려견이 죽은 지 몇 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습관처럼 개집이 있던 위치를 돌아보게 하는 모습도 나이 들어가면서 만나게 되는 이별의 한 단면임을 잘 나타내네요.
제일 공감되는 대목은 "40대의 이별"입니다. 긴 머리, 민소매, 미니스커트를 더 이상 할 수 없어 이별하게 되는 나이대인 40대! 어른이 되면 뭐든지 다 해도 될 것 같은 어린 시절의 기대와는 달리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은 이별과 만남의 교차입니다.
돋보기, 주름살, 흰머리에서 출발하여 질병, 노화 더 나아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과 조금씩 가까워집니다. 물론 요즘은 70대가 경로당에서 담배심부름 한다는 우스개소리가 있을 정도 로 다들 젊게 사시니까 얼마 전 모 설문조사에서 대부분의 우리나라 국민들이 실제나이보다 자신이 더 동안으로 보인다는 믿기지 않은 자신감을 보여주더라는 뉴스도 보았습니다만...
그래서 중고등학교 때 20대 중반의 여교사들을 떠올려보면 결혼도 안했는데 외모나 말투가 어찌나 아줌마스럽게 보이던지(또래 아이들은 다 아줌마 취급함) 지금 30대 여성들을 보면 그때의 20대 아가씨들보다 상대적으로 한참 어려보일 정도니까요. 이 점이 자신감으로 작용
하는지 “히토미양”처럼 독신으로 부모님과 동거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 경우가 증가하는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분명 이 만화는 결혼 안 하고 부모님과 계속 동거하는 것도 괜찮다는 점만 어필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퇴직연금으로 근근이 살고 있기 때문에 차비가 덜 드는 장소에서 만나고 싶어 하는 동창모임이나 딸이 엄마랑 집 리모델링을 논의할 때 고령자를 위해 문턱을 없애는 설계방식을 언급하는 자체가 고령화 사회를 살아가는 가족들의 그늘을 고민스럽게 보여주는 겁니다.
때문에 이 만화가 마냥 재밌었다면 그 사람은 아직 팔팔한 청춘이어서 먼 미래의 뜬금없는 상황으로 보일지는 모르지만 40대에 이미 들어선 저의 입장에선 어둡고 무겁게 다가오는 만화가 되어 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