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노프
엠마뉘엘 카레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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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같은, 아슬아슬한 인생, 역사 속으로 몸을 던지는 위험을 택한 인생" <515>

 

 

러시아의 작가이자 정치인인 에두아르드 리모노프의 삶을 전기형식으로 써내려간 엠마뉘엘 카레르<리모노프>는 듣던 대로 문학적 다큐멘터리라 일컬을만한 글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가는 80년대 초반 그를 처음 만났다고 하는데, 당시 리모노프<러시아 시인은 덩치 큰 깜둥이를 좋아해>라는 거칠고 도발적인 제목의 소설로 성공이란 열매를 맛보던 시절이었다는군요.

 

 

 1942년 소련 스탈린 정권시절 비밀정보기관 요원의 아들로 태어난 리모노프는 길바닥에서 뒹굴면서 난잡한 섹스와 무차별적 폭음, 싸움과 절도 등 어느 것 하나 얌전함과는 거리가 멀었던 질풍노도의 청춘기를 보냈습니다. 경찰서도 밥 먹듯이 들락날락 하던 그에게서 흡사 분노조절 장애가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서 그는 거칠 것 없이 터지던 활화산이자 용기백배한 성품에 불도저 같은 추진력까지 겸비한 거대한 산맥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보면 장대하고 파란만장한 삶이란 이런 남자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모스크바와 뉴욕, 파리 등을 거치며 전위문학가로서의 독특한 길을 걸었던 작가이기도 하죠. 세르비아에서는 내전에 참전해 악명을 떨치기도 하다가 귀국해서는 민족볼세비키당이라는 정당을 창당했던 것입니다.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단순히 정의내리 힘든 리모노프의 행보는 이윽고 지저분한 외모에(특히 트레이드마크 같은 턱수염) 록 그룹의 리더보컬이거나 종교지도자 같은 마력으로 대중들의 내면을 파고 들어가 선동정치 공작에 성공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힘으로 세상에 깡으로 맞서겠노라 다짐했던 그입니다.

    

 

하지만 마냥 순탄했던 인생은 아니었습니다. 정치탄압인지는 몰라도 무기 밀매와 카자흐스탄 쿠데타기도 등의 명목으로 체포, 구금되어 감방생활도 좀 합니다. 현재는 푸틴에 맞서는 야권 인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하니 정말 드라마틱하지 않습니까? 글재주가 없어 이 정도밖에 설명할 순 없는 점이 안타까울 정도로 상 남자의 표상인 것 같아요.

 

 

대화체라고는 사실상 찾아볼 길 없는 건조한 문체를 통하여 작가가 이 남자에 대하여 말하려했던 의도나 태도라고 할까, 일단 매력을 거부하지 않은 채 인생 그대로의 위험을 날 것대로 연대기적 서술을 하되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관점에서 한 인물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자제하려 애쓰는 게 보입니다. 일단 만나보면 알 것이다, 인생역정을 느긋하게 따라가다 보면 관점이라는 녀석은 다양하면서도 입체적으로 보이게 된다는 것을 담담하지만 힘주어 강조하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슬아슬한 모험은 그를 영웅으로 만들었을까요? 아님 사악한 악당으로 변모시켰을까요? 전 아직도 그를 판단할 능력을 회복 못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어보신 분들은 과연 그에 대하여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 것일지... 러시아적 남자, 러시아적 삶이 궁금하시다면 기꺼이 책을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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