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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비우스의 살인 ㅣ 하야미 삼남매 시리즈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솔직히 말씀드리면 『살육에 이르는 병』의 플롯은
이 작품을 쓰는 도중에 떠올랐습니다! _ 아비코 다케마루
1월 30일 화요일. 도쿄 전역을 공포에 떨게 한 연쇄살인이 발생한 날이다.
첫 장면에서부터 그 연쇄살인마의 정체가 드러나고 그의 시점과 필사적으로 그를 검거하려는 하야미 교조 경위의 상반된 시점이 교차하기 때문에 누가(WHO)는 우선순위에서 배제된다. 물론 어디까지나 독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렇단 거고 경찰은 당연히 범인의 정체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왜(WHY)와 무엇을(WHAT)을 밝혀내는 심리전으로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살인방식이 특이하다. 망치를 이용한 살인과 교살이 번갈아 발생하는데 이상하게도 살인마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숫자를 적은 쪽지를 늘 현장에 남겨둔다. 처음부터 살인마라고 밝혀진 대학생 도시오는 온라인상에서 만난 어떤 사람과 교감을 쌓다 어느 순간 살인을 저지르기 시작하였고 시초는 그가 살인을 게임처럼 부추긴 탓이란다. 그렇다면 살인게임의 한축은 알겠는데 또 다른 살인마는 누구란 말인가? 교환살인일까? 숫자의 조합은? 필체가 같거나 다른 경우의 수는?
분명히 살인마의 동기를 떠나 희생자를 선택하는 어떤 기준이 있을 텐데, 그런데 알고 보니 지극히 단순한 룰에 의해 룰렛이 돌아가고 있지 않나. 살인이라는 제목 붙어진 이 게임. 도시오는 그렇게 생각한다. 또한 하야미 교조에겐 남동생과 여동생이 한명씩 있는데 엉뚱하게도 프로인 맏이가 미처 풀지 못하는 미스터리가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척척 해법을 제시해 주는 든든한 조력자들이다. 어떻게 보면 교조가 어설퍼 보일 정도.
게다가 이 소설은 작가가 밝혔듯 슬랩스틱 같은 우스꽝스런 유머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살인은 벌어지는데 끊임없이 낄낄거리며 페이지를 넘겨야한다. 머리숱 사수에 여념 없을 정도로 여자들에 인기 꽝인 남자 교조가 까칠한 성격의 부하여직원과 아웅다웅하다 위기의 순간에 정분 들고 마는 상황들은 달콤한 로맨틱코미디겠다. 아니 폭소코미디라고 하자.
그렇게 긴장을 살짝 살짝 이완시켜주는 강약조절을 즐기다보면 피해자들을 연결하는 미싱링크(잃어버린 연결고리)에 대한 단서추적을 위해 심리전의 우위를 두고 트랩을 건 교조 측(다 잘난 동생 덕이다)이 범위를 좁혀진다. 무척 흥미롭다. 결국 가상의 공간에서 즐기는 게임보다 현실에서 더 즐기려했던 살인범의 이상심리는 1990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시대에 동떨어진 소재가 아니란 점에도 주목해야한다. 인간의 마음에 도사린 동기라는 망치는 어떠한 합리적 이유를 제시해도 용서될 수 없는 못질을 하게 되는 법이니까. 결말에서 살인의 한축이 드러나는 순간 씁쓸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쯤하면 쪽지로 남긴 숫자는 과연 어떤 방식의 미스디렉션이었을지 궁금하지 않은가?
또 <살육에 이르는 병>의 플롯들이 여기서 어떤 의미로 싹을 틔웠을지 확인하고 싶다면 과감히 이 작품을 즐겨라. 아울러 미 출간 중인 <8의 살인>도 속히 출간해달라고 건의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