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시작 - 고도원의 꿈꾸는 링컨학교
고도원 지음 / 꿈꾸는책방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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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적 꿈이 무엇이었을까? 장래희망은 아마도 프로야구 선수, 과학자 등이었던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난다. 이 책도 그래서 꿈이라는 작은 점 하나가 위대한 시작이라고 말하는게 아니겠는가? 점들이 이어져 선이 되고 이야기가 되며, 그 이야기가 풍요로우면 삶도 풍요롭게 되고 그 이야기가 빛나면 인생도 빛난다고 한다. 그 이야기가 위대하면 그 사람의 인생도 위대해진다는 끝맺음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말들이다.

 

그런데 <깊은산속 링컨멘토학교>라는 프로그램이 있는지 몰랐고 당연히 고도원이라는 저자(무슨 수련원인줄)도 당연한 듯 모르는 상태에서 읽은 이 책은 그래서 지금에서야 큰 영향이나 울림을 주기에는 넘 늦어버렸다는 생각이 잠시 들기는 한다. 67일 동안 67만원의 참가비, 벌써 3천여 명이나 되는 많은 청소년들이 거쳐 갔다는데 알아서 잘 하겠지가 안되니까 새로운 희망 찾기에 나선 게 아니겠는가? 굳이 꿈을 북극성에 비유하는 까닭도 막연한 그림이 아니라 길을 떠나 구체적인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나침반이 되기를, 그 나침반을 먼저 만들기에 앞서 커리큘럼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직접 그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교보재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게 바로 이 책이겠다. 꿈 멘토링을 위한 5단계로 꿈의 설계, 건강한 심신 단련, 휴먼 네트웍 구축, 세상 앞에서 당당해지기 위한 2분 스피치, 읽기와 쓰기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는데 공감을 가장 크게 불러일으키는 대목이 책들은 그냥 꽂혀있는 활자가 아니라 질문에 답을 주고 영감의 원천이 될 뿐만 아니라 인생에 있어서 휴식이자 즐거움이라고 얘기할 때이다. 또한 책은 친구이자 게임처럼 대해야 한다는 점 또한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유지하고 싶은 바람이 든다. 

 

 

우선은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반색하며 권장할만한 책이겠지만 우리들도 발췌해서 귀담아 들을 내용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 삐딱하게 읽으면 교과서적이라 지루할지도 모르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꿈을 잃어버린 현실에서 희미하지만 갈 길이 언뜻 보이기도 한다. 굳이 읽지않아도 상관없지만 시간나면 읽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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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비우스의 살인 하야미 삼남매 시리즈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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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씀드리면 살육에 이르는 병의 플롯은
이 작품을 쓰는 도중에 떠올랐습니다! _ 아비코 다케마루


 
130일 화요일. 도쿄 전역을 공포에 떨게 한 연쇄살인이 발생한 날이다.

첫 장면에서부터 그 연쇄살인마의 정체가 드러나고 그의 시점과 필사적으로 그를 검거하려는 하야미 교조 경위의 상반된 시점이 교차하기 때문에 누가(WHO)는 우선순위에서 배제된다. 물론 어디까지나 독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렇단 거고 경찰은 당연히 범인의 정체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왜(WHY)와 무엇을(WHAT)을 밝혀내는 심리전으로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살인방식이 특이하다. 망치를 이용한 살인과 교살이 번갈아 발생하는데 이상하게도 살인마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숫자를 적은 쪽지를 늘 현장에 남겨둔다. 처음부터 살인마라고 밝혀진 대학생 도시오는 온라인상에서 만난 어떤 사람과 교감을 쌓다 어느 순간 살인을 저지르기 시작하였고 시초는 그가 살인을 게임처럼 부추긴 탓이란다. 그렇다면 살인게임의 한축은 알겠는데 또 다른 살인마는 누구란 말인가? 교환살인일까? 숫자의 조합은? 필체가 같거나 다른 경우의 수는?

 

 

분명히 살인마의 동기를 떠나 희생자를 선택하는 어떤 기준이 있을 텐데, 그런데 알고 보니 지극히 단순한 룰에 의해 룰렛이 돌아가고 있지 않나. 살인이라는 제목 붙어진 이 게임. 도시오는 그렇게 생각한다. 또한 하야미 교조에겐 남동생과 여동생이 한명씩 있는데 엉뚱하게도 프로인 맏이가 미처 풀지 못하는 미스터리가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척척 해법을 제시해 주는 든든한 조력자들이다. 어떻게 보면 교조가 어설퍼 보일 정도.

 

 

게다가 이 소설은 작가가 밝혔듯 슬랩스틱 같은 우스꽝스런 유머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살인은 벌어지는데 끊임없이 낄낄거리며 페이지를 넘겨야한다. 머리숱 사수에 여념 없을 정도로 여자들에 인기 꽝인 남자 교조가 까칠한 성격의 부하여직원과 아웅다웅하다 위기의 순간에 정분 들고 마는 상황들은 달콤한 로맨틱코미디겠다. 아니 폭소코미디라고 하자.

 

 

그렇게 긴장을 살짝 살짝 이완시켜주는 강약조절을 즐기다보면 피해자들을 연결하는 미싱링크(잃어버린 연결고리)에 대한 단서추적을 위해 심리전의 우위를 두고 트랩을 건 교조 측(다 잘난 동생 덕이다)이 범위를 좁혀진다. 무척 흥미롭다. 결국 가상의 공간에서 즐기는 게임보다 현실에서 더 즐기려했던 살인범의 이상심리는 1990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시대에 동떨어진 소재가 아니란 점에도 주목해야한다. 인간의 마음에 도사린 동기라는 망치는 어떠한 합리적 이유를 제시해도 용서될 수 없는 못질을 하게 되는 법이니까. 결말에서 살인의 한축이 드러나는 순간 씁쓸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쯤하면 쪽지로 남긴 숫자는 과연 어떤 방식의 미스디렉션이었을지 궁금하지 않은가?

<살육에 이르는 병>의 플롯들이 여기서 어떤 의미로 싹을 틔웠을지 확인하고 싶다면 과감히 이 작품을 즐겨라. 아울러 미 출간 중인 <8의 살인>도 속히 출간해달라고 건의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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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선 : 사랑스런 추억 아티초크 빈티지 시선 7
윤동주 지음 / 아티초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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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초크에서 계속 외국시선이 나오니까 이쯤해서 한국시선이 나올 차례가 되지 않았나 싶었는데 때마침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윤동주의 시선이 출간되었다. <사랑스런 추억>이라는 제목으로. 1945년에 요절했으니 올해가 정확히 서거 70주년에다 광복 70주년을 맞이한 셈이라. 시의적절하구나. 학창시절에 서시를 필두로 별 헤는 밤”, “참회록등 한결같이 식민지 시대를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지식인의 고뇌, 설움, 반성, 부끄러움이 가감 없이 드러나는 그의 시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몇 번을 곱씹어도 짠한 느낌이 오래 오래 남는다.

 

 

특히 창씨개명을 거부했다가 일본유학을 위해 결국 창씨개명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은 광복된 조국에 살고 있는 후손으로서 복 받은 삶을 살고 있다는 안도에도 숙연케 되는데 죽어서도 유해가 가족의 품으로 뒤늦게 인도되는 처사 앞에서 다시 한 번 일제에 대한 울분이 치밀어 올랐다. 러면서 만약 요절하지 않고 오래 오래 살았더라면 얼마나 더 많은 주옥같은 시들로 한국문단을 살찌우고 빛내었을까, 결코 문단권력이니 하는 아집과는 타협 않고 자신의 길을 끝내 관철했을 것만 같은 시대의 아이콘이자 아이돌로 살다 갔을 것 같았다.



그래서 더욱 출간이 뜻 깊은 이번 시선집에는 총 72편의 시들과 평소 접하기 힘들었던 그의 산문2편에 틈틈이 그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가족사진과 지인들 사진, 그들의 증언과 삽화들이 한데 어울려 시인 윤동주의 작품세계를 일목요연하면서 집대성하는 자리로 만든다. 평소 잘 알려진 명시들 말고도 새롭게 눈길을 끄는 시들이 몇편 있었는데 가령 유언같은 시는...

 

 

훤한 방에

유언은 소리 없는 입놀림.

 

- 바다에 진주 캐러갔다는 아들

  해녀와 사랑을 속삭인다는 맏아들

  이 밤에사 돌아오나 내다봐라-

 

  평생 외롭던 아버지의 운명,

  감기우는 눈에 슬픔이 어린다.

 

  외딴집에 개가 짖고

  휘양찬 달이 문살에 흐르는 밤.

    

 

! 진정 애달프고 또 애달프다. 마지막까지 연이 끊어진 자식들이 어른거려 아직 눈을 감을 수 없는 아버지... 우리는 그렇게 서서히 고아가 된다는 어떤 표현처럼 되돌릴 수 없는 시간과 정을 아름답게, 슬프게 그려낸 이런 시도 본적 없는 것 같다. 또 어떤 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유머와 익살이 가득해 마냥 비장하다고만 단정 지어버렸던 그의 시에도 다른 감정들이 활동하는 컨트롤 본부가 조직되었음을 알 수 있었던 건 좋은 기회였다. 그렇다면, 이제 윤동주 시선을 읽었으니 소장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이 책을 알려야겠다. 오늘 밤에도 <사랑스런 추억>이 서점가를 스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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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트 Axt 2015.7.8 - 창간호 악스트 Axt
악스트 편집부 엮음 / 은행나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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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xt>의 출간을 지지하면서... Art와 본문을 의미하는 Text를 결합한 신조어의 말맛이 좋다.

그래서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는 프란츠 카프카의 문장을 인용하는 것으로 마지막페이지를 열 때 무엇보다 새롭고 신선하며 재미가 있어야한다는 그 시도는 용기 있노라고 말하고 싶은 거다. 그럼으로써 권위에 대한 저항을 모토로 삼은 출간의 변은 천명관 작가의 인터뷰 말미에서 노골적인 궐기를 드러냈고 그 통쾌함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문단권력이 채운 지퍼에 속수무책이었던 현실이라는 울타리를 조롱했음에 성공한 탓이겠다.

 

 

 

문단 시스템에서 자유롭지 않기에 심사니 평단이니 하며 숟가락 얹기가 만연하는 것이며 이것은 권력이 된다. 결국 문학은 시장에 맡겨 독자의 평가를 받아야함이 마땅하다. 질적 저하를 운운하며 계속 군림하려는 자들은 나쁜 XX라고 거침없이 쏘아붙이는 천명관 작가의 인터뷰는 위험수위를 넘어섰지만 좋은 대안을 제시한 것이며 속 시원한 소화제였던 거다. 근래 들어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모 작가의 표절시비도 따지고 보면 제 식구 챙기기 급급한 문단권력이 빚어낸 병폐가 아니었겠는가? 독자들은 가슴에 손을 얹어라하는데 권력은 침묵하거나 비호에만 급급할 따름이라 천명관 작가의 발언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만하면 시선 모으기엔 일단 성공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책 리뷰만 있는 줄 알았는데 뮤직비디오 리뷰까지 있어 이거 참 재밌는 발상이다 싶다. 노라조의 약 빨고 찍은 듯,분위기와 편집스타일을 어찌나 감칠 맛나게 소개했는지 해당 영상을 돌려보고 또 돌려보고.. 이거 제대로 낚였구나... 킬킬킬.... 천명관 + 노라조의 결합만으로도 정가 2,900원 가치는 이미 넘어섰으니 나머지 섹션도 충분히 즐겨보길 바란다. <미스테리아>에 이은 또 다른 즐거움, 한국문학도 새로운 이정표를 열 준비가 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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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미의 반딧불이 - 우리가 함께한 여름날의 추억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이덴슬리벨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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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모리사와 아키오의 책은 몇 권 가지고 있다. 전부 이웃님들 이벤트로 나눔 받은 책인데

어찌된 셈인지 읽을 차례가 돌아오지 않더니 많지는 않지만 조금씩 쌓여만 간다. 그렇게 읽지도 않으면서 시간이 나올 때마다 저요, 저요하는 심정으로 다시 입수만하다가 이번엔 제대로 타이밍을 맞출 수 있었다. 이번 <나쓰미의 반딧불이>는 사진작가를 꿈꾸는 대학생 아이바 싱고와 여친이자 유치원교사인 나쓰미가 졸업 작품사진들을 물색할 겸 여행을 나서다 어느 산골 마을에 있는 만물상 다케야에서 야스 할머니와 아들 지장 할아버지를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화장실이 급해 실례합니다로 끝내는 것도 생각만큼 쉽지 않으니 인심박한 요즘세상에서는 사람 잘 만나고 볼일이다. 다행히도 이분들은 까칠하시지도 않고 인자하시며 정 많으셔서 한동안 묵게도 해주신다. 마치 어릴 적 외갓집에 놀러갔을 때의 정경과 푸근한 정을 맘껏 느낄 수 있는 한여름 날의 휴가 같은 시간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 책은 수박 한입 물고 불면의 잠을 다스리는데 쓰면 참 유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반딧불이의 무궁무진한 색깔변화는 직접 글이 아닌 눈으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싶고 강가에 놀러가서 줄새우, 생이새우, 징거미새우는 볶거나 소금 뿌려 모닥불에 구워 먹으면 맛있다는 설명에서는 맥주안주를 떠올릴 만큼 도시에서 체험하지 못할 시골의 자연과 맛, 그리고 아름다움이 너무 좋았다. 또한 함께 어울려 노는 꼬맹이들도 귀엽고 싱고와 기쁨과 슬픔을 언제라도 함께 하는 나쓰미의 건강한 친화력도 흐뭇하다. 시덥잖게 백마 탄 왕자님이나 꿈꾸는 불량 로맨스보다 요란하지 않지만 소박하면서 올곧은 로맨스였던 것 같아서.

 

 

하지만 말이다. 그렇게 행복한 전원생활을 하는 동안 힐링도 얻고 앞으로 살아갈 미래의 방향도 설정하는 모드로 훈훈하게 마무리했다면 좋았을 텐데... 중반부터 이거 혹시나 했더니 전형 적이며 예상 가능한 줄거리로 전개되니까 꼭 이랬어야만 했을까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모리사와 아키오의 그간 작품들은 그간 감동적이고 훈훈한 것이 주 특징이라고 들었는데 기존대로 하지 왜 뻔한 이야기로 나갔을까? 그런 게 없어도 충분한데. 그냥 잘 놀다가요. 안녕 잘 가 이랬어도.

 

 

중반에 지장 할아버지가 아들한테 도움을 못주어서 한스럽다고 하신 말씀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눈시울을 붉히고서는 이후에 펼쳐지는 상황들의 주된 정서와 내 반응은 엇박자로 따로 놀기 시작했고 그래도 아! 하게 만들 팁들이 나오겠지 라는 바람도 끝내 무용지용이 되고 만다. 한국영화의 상투성을 닮지는 말자. 다음에 다시 읽어보면 달라질까? 그건 알 수 없다. 중반까지는 좋았는데 후반이 아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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