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선 : 사랑스런 추억 아티초크 빈티지 시선 7
윤동주 지음 / 아티초크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아티초크에서 계속 외국시선이 나오니까 이쯤해서 한국시선이 나올 차례가 되지 않았나 싶었는데 때마침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윤동주의 시선이 출간되었다. <사랑스런 추억>이라는 제목으로. 1945년에 요절했으니 올해가 정확히 서거 70주년에다 광복 70주년을 맞이한 셈이라. 시의적절하구나. 학창시절에 서시를 필두로 별 헤는 밤”, “참회록등 한결같이 식민지 시대를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지식인의 고뇌, 설움, 반성, 부끄러움이 가감 없이 드러나는 그의 시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몇 번을 곱씹어도 짠한 느낌이 오래 오래 남는다.

 

 

특히 창씨개명을 거부했다가 일본유학을 위해 결국 창씨개명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은 광복된 조국에 살고 있는 후손으로서 복 받은 삶을 살고 있다는 안도에도 숙연케 되는데 죽어서도 유해가 가족의 품으로 뒤늦게 인도되는 처사 앞에서 다시 한 번 일제에 대한 울분이 치밀어 올랐다. 러면서 만약 요절하지 않고 오래 오래 살았더라면 얼마나 더 많은 주옥같은 시들로 한국문단을 살찌우고 빛내었을까, 결코 문단권력이니 하는 아집과는 타협 않고 자신의 길을 끝내 관철했을 것만 같은 시대의 아이콘이자 아이돌로 살다 갔을 것 같았다.



그래서 더욱 출간이 뜻 깊은 이번 시선집에는 총 72편의 시들과 평소 접하기 힘들었던 그의 산문2편에 틈틈이 그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가족사진과 지인들 사진, 그들의 증언과 삽화들이 한데 어울려 시인 윤동주의 작품세계를 일목요연하면서 집대성하는 자리로 만든다. 평소 잘 알려진 명시들 말고도 새롭게 눈길을 끄는 시들이 몇편 있었는데 가령 유언같은 시는...

 

 

훤한 방에

유언은 소리 없는 입놀림.

 

- 바다에 진주 캐러갔다는 아들

  해녀와 사랑을 속삭인다는 맏아들

  이 밤에사 돌아오나 내다봐라-

 

  평생 외롭던 아버지의 운명,

  감기우는 눈에 슬픔이 어린다.

 

  외딴집에 개가 짖고

  휘양찬 달이 문살에 흐르는 밤.

    

 

! 진정 애달프고 또 애달프다. 마지막까지 연이 끊어진 자식들이 어른거려 아직 눈을 감을 수 없는 아버지... 우리는 그렇게 서서히 고아가 된다는 어떤 표현처럼 되돌릴 수 없는 시간과 정을 아름답게, 슬프게 그려낸 이런 시도 본적 없는 것 같다. 또 어떤 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유머와 익살이 가득해 마냥 비장하다고만 단정 지어버렸던 그의 시에도 다른 감정들이 활동하는 컨트롤 본부가 조직되었음을 알 수 있었던 건 좋은 기회였다. 그렇다면, 이제 윤동주 시선을 읽었으니 소장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이 책을 알려야겠다. 오늘 밤에도 <사랑스런 추억>이 서점가를 스치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