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2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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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애정 하는 한국작가 중 한명인 정유정 작가의 피 끓는 추천사에다 유마가 등장인물로 등장한다는 소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책이다. 2권짜리 분량을 아우르는 분노라는 단어는 어디를, 무엇에 대한 것인지도 궁금했고. 줄거리는 이러하다. 일본 하치오지 교외에서어느 부부가 살해당한 채 발견되고 피 갑칠된 현장에서는 범인으로 지목된 야가미 가즈야가 쓴 분노라는 글씨가 있다. 바로 피해자의 피로 쓴 것인데 무엇을 말하는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지만 끝내 진실이 추궁당하지 않았기에 미스터리다.

 

 

야가미가 페이스오프하여 지명수배를 뚫고 계속 도주하는 동안에 매스컴을 통해 범인의 인상착의 등이 간간이 공개된 것이 결과적으로 세상 사람들 사이에 의심과 불신이라는 바이러스를 퍼뜨리게 되었다는 사실관계가 핵심이 된 듯하다. 바로 어촌에서 살고 있는 마키 요헤이와 딸 아이코 그리고 정체불명의 청년 다시로, 그리고 후지타 유마... 유마는 다른 소설 속에서는 수호신처럼 나오더니 여기서는 동성애자로 나온다는(;;;~~~). 게이들이 득실 하는 사우나를 배경으로 할 때부터 여인의 육향이 아닌 남성의 육향이 진동하는가 하면 강제로 추행하는 장면에서는 숨이 잠시 멎는 듯.

 

 

동성끼리 그 짓하는데 무슨 생각이 머릿속에 꽉 찼던 것도 같다. 피해자(?)랄 수 있는 나오토까지, 크게 두 라인에 등장하는 다시로와 나오토는 과거가 불명확해서 매스컴의 선동이 있을 때마다 혹시 살인범이 아닐까 라는 의혹이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어디 그 사람들만 그리 생각하였을까, 나차 한사람을 의심했으니까. 결국 타인의 어둠을 우린 속속들이 이해하고 어디까지 믿어줄 수 있느냐는 시험에 우린 늘 직면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소중한 사람을 지켜주고 싶은 용기는 있을지 몰라도 다른 한편으론 매정한 우리, 그 쓰라린 상처에 울고 있는 주변인들을 품어서 포용할 줄 아는 너그러움을 학습해야 하는 게 아닌가싶다. 비록 딜레마에 빠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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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 워크 밀리언셀러 클럽 143
스티븐 킹 지음, 송경아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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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공식 데뷔작은 익히 알려졌다시피 1974년 출간된 <캐리>지만 이미 10대 시절이던 1966년에 집필한 이 소설 <롱워크>라는 사실 또한 잘 알려진 편이다. 물론 필명을 리처드 바크만으로 지정하였을 경우에 한해. 이 소설의 배경이 군대가 지배하는 가상의 전체주의 국가 미국에서 개최된, 10대 소년 100명이 자원하여 최후의 1인이 남을 때까지 걷고 또 걷는 롱 워크라는 스포츠란 점을 감안하면 당시 시대상과 무관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우승자가 가려질 때까지 모두가 우승을 탐내는 것은 당연지사. 우승자에게 주어진 특권을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고민할 것 없이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자원하겠지만 문제는 스피드의 우월을 겨루는 시합이란 아니라는 점에서 색깔이 달라진다. 달리지는 않지만 대신 최저 제한 속도(시속 6.5 킬로미터) 밑으로 걸으면 경고를 받고, 3번의 경고 후에는 도로 곳곳에 배치된 군인들의 총구가 불을 뿜게 된다. 즉 현장에서 총살당하는 셈이다.

 

 

출발선부터는 여유가 넘치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젊은 혈기를 자양분삼아 씩씩하게 잘 걷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더불어 수면과 생리현상, 수면까지 일체 도로를 걸으면서 해결해야하는 지옥의 로드 킬이 입을 벌리고 끊임없이 정신적, 육체적 한계를 시험에 들게 하는 동안 차츰 탈락자가 늘어난다. 곧 탈락은 죽음으로 직결되고... 마치 우승자만이 충성심만을 인증 받는 상황이 되어버린 이 끔찍함을 독려하는 통령이란 존재는 베트남전을 바라보는 미국사회를 반영하고 있는 것도 같다

 

 

군인들은 낙오된 소년들을 기계적으로 도살할 뿐이고, 시민들은 구경거리로 전락한 이 국가적 스포츠에 열광하기에 베트남전쟁의 광기 속에서 일어난 반전운동은 찾아볼 흔적조차 발견하지못한다. 오직 통제된 체제하에 자유는 말살된 빅브라더인 것이다. 유사한 맥락으로 비교하자면 <헝거 게임>이나 <배틀 로얄>같은 틴에이저 서바이벌 게임의 효시 정도로 보면 될 것이지만 판엠에 대항하는 캣니스의 활극을 기대하기엔 스타일이 판이하다.

 

 

살고자 발버둥 쳤지만 차례차례 희생당하는 소년들에게서 전쟁이라는 비극에서 희생양이 되고만 의미 없는 죽음만이 남는다. 그 과정들이 영원히 끝나지 않고 무한 반복할 것 같은 심리묘사가 악몽처럼 길 위에 뿌려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 TV에서 <롱워크>를 실제로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방영된 적 있다고 한다. 장장 16시간을 걸었다든가, 배낭에는 폭탄도 싣고 해서 최후의 1인을 가려내는 살인적 도보였다니 시도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다. 저질체력으론 감당하기 힘든 지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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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형 6일 전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조너선 래티머 지음, 이수현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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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토론 책으로 선정된 조나단 래티머의 <처형 6일 전>.

시간제한 서스펜스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윌리엄 아이리시의 <환상의 여인>

연상시킨다, 등장인물이 넘 많아 전체적으로 파악이 어려웠고

표지에서 남자를 겨누는 6개의 총구를 보면서 혹시 범인이 6명일까 했다고도,

시간제한 서스펜스로서 숨 가쁜 전개가 없어 느슨해보였다는 점 등의

개인별 감상과 의견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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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들어도 좋은 말 -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
이석원 지음 / 그책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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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원이라는 남자가 김정희라는 여자를 만나 데이트하고 섹스도 하다가 이별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에 참 친숙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젊고 예쁜 여의사를 소개시켜준다는데 어느 남자가 외면할쏘냐? 그것도 예상과는 달리 남자나이 마흔둘 돌싱남, 여자는 서른둘 돌싱녀... , 띠동갑이네. 재수!!!

 

 

막연히 연상녀와 연하남이라는 관계가 아닐까 했었고 첫 만남부터 이석원이 김정희를 못 알아보고 헤맬 때 바로 이 만남이 무척 흥미진진할거라 싶었다. 그래서 남자가 정면을 마주 못보고 부끄러워하자, 그럼 옆자리로 갈까요? 라면서 여자가 자리이동을 하는 순간에는 심쿵. 가슴이 두근두근 벌렁벌렁~~~~

 

 

왜 김정희여야 했는지 알 길은 없으나 이석원이 여자를 고르는 조건을 찬찬히 곱씹어보니까 어랏, 은근히 내 취향이랑 비슷하다. 좀 찌질한 듯 한데다 못나 보일지는 몰라도 결코 남들에게 나의 이성에 대한 취향은 이렇소, 라고 자신 있게 큰소리 못치고 속으로만 삭혀야만 할 생각들이 낱낱이 공개될 때 이건 이석원 스타일이야 라고 생 까면서도 내내 공감하는 심정.

 

 

감추는 것도 많고 속마음도 잘 드러내지 않으며 가끔씩 일방적으로 콜 하는 여자 김정희, 이 여자로 인하여 이석원이 내내 주도권을 내어주고 끌려다니는 것 같단 자괴감, 섹스파트너로 이용만 당하는 게 아닐까 싶은 불안과 불만... 충분이 이해된다. 그녀가 왜 그랬는지, 결국 그녀의 진짜 이유도 나름 그럴 수 있겠다 싶다. 이건 두 사람 중 누가 잘하고 못하고 같은 청기백기싸움은 아니었으니까.

 

 

두 사람의 만남과 이별에 빠져들고 중간 중간 돌출되는 문장들이 참 시의적절해서 혹했던 건 축복이자 선물 같았다. 사랑을 주제로 한 시밤도 읽어보았지만 이석원의 문장들이 현학적이거나 가식적이지도 않은 게 마음을 마사지 받는 기분으로 녹아든다.

 

 

때론 이 형식이 산문집인 것인가? 아님 소설인 것인가? 수시로 헷갈리기는 하지만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이자 언제 읽어도 좋은 글임에는 분명하다. 물 흐르듯이 이 유연함이란~ 잘 읽혔다. 더불어 불운의 아이콘 철수씨가 불운 올림픽에 출전하여 삼만 명이 참여한 가운데 가위바위보 토너먼트를 거쳐 결선으로 달려간다는 뒷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그는 대업을 이루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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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소도중
미야기 아야코 지음, 민경욱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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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소도중>아름답게 차려입은 유녀가 꽃이 핀 밤거리를 거니는 모습이라는 뜻을 가진 제목이라고 한다. 모두 여섯 편의 단편들이 연작이라는 형태의 연결고리로 묶여있다. 그러니까 앞선 단편에 등장하였다 사라진 인물은 뒤이은 단편에서 다시 부활한 것처럼 재등장하면서 주연이 조연이 되고 조연이 주연이 되는 식의 화자가 수시로 변경되는 것이다.

그렇게 에도 시대 요시와라 유곽을 배경으로 성격이 판이한 유녀들의 희노애락과 생로병사가 파노라마처럼 눈앞을 흘러가는 동안 예나 지금이나 사랑받지 못한 그녀들의 삶은 예고된 불행을 미리 잉태하고 있다물론 뜨거운 불기둥이 관음보살님을 만나 극락왕생한다는 불교적 색채가 강한 이 소설에서 관음보살님이 번뇌로 가득 찬 중생구제를 위하여 금귤도, 차 주전자도 필요에 따라 나를 수 있도록 연마하는 대목들도 꾸준히 음미할만하다.

​​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일방적인 욕구배설의 통로역할로 전락해버림으로서 지극히 무미건조하지 않을까 지레짐작하였으나 아직 남은 마지막 본능의 불씨들을 곳곳에서 지피는 유녀들의 솔직대담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특히 첫 번째 단편에서 사랑에 목숨 던진 아사기리의 순정은 이해타산적인 요즘 사랑을 머쓱케 할 정도로 굉장히 뭉클했다.


 

그래도 어쩌나, 아카네, 기리사토, 야쓰 등등 빚을 갚기 전에는 평생 유곽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현실 앞에서 금수저 말고 흙수저가 함께할 동반자였으니 언젠가 현모양처 되고 싶은 꿈은 요원하다. 뼈와 살이 타는 밤은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유효해서 지금도 쇼윈도에 들어앉아 영혼 없는 얼굴로 남자들을 기다린다. 아니다, 음지로 숨어들었구나. 가련하다..

때로는 배신도 갈등도 하지만 어쩌면 비슷한 처지끼리 마음이 통하였을까, 끈끈한 우정을 나누는 장면에서는 왜 그리 눈시울이 붉어지던지! 참고로 속옷도 젖을지 몰라서 여벌을 준비할 필요가 있겠다. 아름답고 슬프지만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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