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 워크 밀리언셀러 클럽 143
스티븐 킹 지음, 송경아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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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공식 데뷔작은 익히 알려졌다시피 1974년 출간된 <캐리>지만 이미 10대 시절이던 1966년에 집필한 이 소설 <롱워크>라는 사실 또한 잘 알려진 편이다. 물론 필명을 리처드 바크만으로 지정하였을 경우에 한해. 이 소설의 배경이 군대가 지배하는 가상의 전체주의 국가 미국에서 개최된, 10대 소년 100명이 자원하여 최후의 1인이 남을 때까지 걷고 또 걷는 롱 워크라는 스포츠란 점을 감안하면 당시 시대상과 무관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우승자가 가려질 때까지 모두가 우승을 탐내는 것은 당연지사. 우승자에게 주어진 특권을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고민할 것 없이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자원하겠지만 문제는 스피드의 우월을 겨루는 시합이란 아니라는 점에서 색깔이 달라진다. 달리지는 않지만 대신 최저 제한 속도(시속 6.5 킬로미터) 밑으로 걸으면 경고를 받고, 3번의 경고 후에는 도로 곳곳에 배치된 군인들의 총구가 불을 뿜게 된다. 즉 현장에서 총살당하는 셈이다.

 

 

출발선부터는 여유가 넘치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젊은 혈기를 자양분삼아 씩씩하게 잘 걷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더불어 수면과 생리현상, 수면까지 일체 도로를 걸으면서 해결해야하는 지옥의 로드 킬이 입을 벌리고 끊임없이 정신적, 육체적 한계를 시험에 들게 하는 동안 차츰 탈락자가 늘어난다. 곧 탈락은 죽음으로 직결되고... 마치 우승자만이 충성심만을 인증 받는 상황이 되어버린 이 끔찍함을 독려하는 통령이란 존재는 베트남전을 바라보는 미국사회를 반영하고 있는 것도 같다

 

 

군인들은 낙오된 소년들을 기계적으로 도살할 뿐이고, 시민들은 구경거리로 전락한 이 국가적 스포츠에 열광하기에 베트남전쟁의 광기 속에서 일어난 반전운동은 찾아볼 흔적조차 발견하지못한다. 오직 통제된 체제하에 자유는 말살된 빅브라더인 것이다. 유사한 맥락으로 비교하자면 <헝거 게임>이나 <배틀 로얄>같은 틴에이저 서바이벌 게임의 효시 정도로 보면 될 것이지만 판엠에 대항하는 캣니스의 활극을 기대하기엔 스타일이 판이하다.

 

 

살고자 발버둥 쳤지만 차례차례 희생당하는 소년들에게서 전쟁이라는 비극에서 희생양이 되고만 의미 없는 죽음만이 남는다. 그 과정들이 영원히 끝나지 않고 무한 반복할 것 같은 심리묘사가 악몽처럼 길 위에 뿌려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 TV에서 <롱워크>를 실제로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방영된 적 있다고 한다. 장장 16시간을 걸었다든가, 배낭에는 폭탄도 싣고 해서 최후의 1인을 가려내는 살인적 도보였다니 시도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다. 저질체력으론 감당하기 힘든 지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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