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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들어도 좋은 말 -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
이석원 지음 / 그책 / 201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석원이라는 남자가 김정희라는 여자를 만나 데이트하고 섹스도 하다가 이별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에 참 친숙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젊고 예쁜 여의사를 소개시켜준다는데 어느 남자가 외면할쏘냐? 그것도 예상과는 달리 남자나이 마흔둘 돌싱남, 여자는 서른둘 돌싱녀... 헐, 띠동갑이네. 재수!!!
막연히 연상녀와 연하남이라는 관계가 아닐까 했었고 첫 만남부터 이석원이 김정희를 못 알아보고 헤맬 때 바로 이 만남이 무척 흥미진진할거라 싶었다. 그래서 남자가 정면을 마주 못보고 부끄러워하자, 그럼 옆자리로 갈까요? 라면서 여자가 자리이동을 하는 순간에는 심쿵. 가슴이 두근두근 벌렁벌렁~~~~
왜 김정희여야 했는지 알 길은 없으나 이석원이 여자를 고르는 조건을 찬찬히 곱씹어보니까 어랏, 은근히 내 취향이랑 비슷하다. 좀 찌질한 듯 한데다 못나 보일지는 몰라도 결코 남들에게 나의 이성에 대한 취향은 이렇소, 라고 자신 있게 큰소리 못치고 속으로만 삭혀야만 할 생각들이 낱낱이 공개될 때 이건 이석원 스타일이야 라고 생 까면서도 내내 공감하는 심정.
감추는 것도 많고 속마음도 잘 드러내지 않으며 가끔씩 일방적으로 콜 하는 여자 김정희, 이 여자로 인하여 이석원이 내내 주도권을 내어주고 끌려다니는 것 같단 자괴감, 섹스파트너로 이용만 당하는 게 아닐까 싶은 불안과 불만... 충분이 이해된다. 그녀가 왜 그랬는지, 결국 그녀의 진짜 이유도 나름 그럴 수 있겠다 싶다. 이건 두 사람 중 누가 잘하고 못하고 같은 청기백기싸움은 아니었으니까.
두 사람의 만남과 이별에 빠져들고 중간 중간 돌출되는 문장들이 참 시의적절해서 혹했던 건 축복이자 선물 같았다. 사랑을 주제로 한 시밤도 읽어보았지만 이석원의 문장들이 현학적이거나 가식적이지도 않은 게 마음을 마사지 받는 기분으로 녹아든다.
때론 이 형식이 산문집인 것인가? 아님 소설인 것인가? 수시로 헷갈리기는 하지만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이자 언제 읽어도 좋은 글임에는 분명하다. 물 흐르듯이 이 유연함이란~ 잘 읽혔다. 더불어 불운의 아이콘 철수씨가 불운 올림픽에 출전하여 삼만 명이 참여한 가운데 가위바위보 토너먼트를 거쳐 결선으로 달려간다는 뒷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그는 대업을 이루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