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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열쇠 ㅣ 대실 해밋 전집 4
대실 해밋 지음, 김우열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1월
평점 :
“그
꿈에서....
말하지
않은 부분요....
열쇠가
유리였는데,
우리가
문을 열자마자 손에서 깨져 버렸어요. 자물쇠가
뻣뻣해서 강제로 돌려야 했거든요.”
미국
탐정 소설의 아버지 대실 해밋의 소설 <유리열쇠>를
읽었습니다.
요즘
책을 읽다보면 그동안 모르고 지나쳤던 거장들의 역사를 가끔씩 되돌아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대실
해밋이라는 작가 대신 레이먼드 챈들러,
엘러리
퀸 같은 작가들이 네임밸류면에서 더욱 친숙하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두 사람 다 아직 작품들을 만나보진 못했죠.
틈틈이
챙겨볼 생각입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대실 해밋이라는 작가의 전집이 출간된다고 합니다.
후
아 유?
미국
탐정 소설의 아버지이자 하드보일드의 대표 작가로서 레이먼드 챈들러,
엘러리
퀸.
데니스
루헤인 뿐만 아니라 심지어 무라카미 하루키까지 그의 영향을 받았으며,
극찬의
대열에도 합류하고 있더군요.
오!
도대체
이 작가를 설명해주는 이 화려한 이력은 다 무엇이란 말인가요?
이토록
유명한 작가를 왜 그동안 몰라뵈었을까요?
너무
현대작가들에게만 관심이 집중되어서 고전에 취약했던 것이 사실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줄거리는
이렇군요.
도시의
거물 폴 매드빅은 헨리 의원과의 연줄을 통해 정치적 야망을 달성하기 위해서 의원의 딸 재닛 헨리와 결혼하고자 하죠.
정략적인
의도도 물론 있었지만 원래 그녀에게 순수한 호감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폴을 무척이나 싫어합니다.
평소
형제지간처럼 지내며 폴을 따르던 탐정 네드 보몬트는 폴의 이 같은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충고하지만,
폴은
이미 내린 결정을 철회할 생각이 없나보네요.
그런데
재닛의 오빠인 헨리의 시체가 네드에 의해 배수로에서 발견됩니다.
평소
폴과 여동생과의 교체를 극렬하게 반대해온 테일러였기에.
폴은
살인을 사주했다는 세간의 의혹을 받습니다.
이에
네드가 수사에 나서지만 오히려 치도곤을 당하는 등 사건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질 않게 됩니다.
줄거리는
이쯤에 접고 해밋의 이력을 살펴보니 탐정으로 활동한 특별한 경력도 있으며,
그의
작품 중에는 <몰타의
매>도
있네요.
험프리
보가트 주연으로 영화화되기도 하였는데,
그제서야
샘 스페이드 탐정 이야기를 다룬 영화의 원작이 이 사람이었구나 라는 감탄사가 나왔습니다.
읽은
소감은 한마디로 말해 괜찮네요.
해리
보슈나 켄지&제나로
시리즈를 통해서 느낄 수 있었던 사실적이면서도 비정한 묘사가 특징인 하드보일드의 원형을 잘 그려내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등장인물들 모두 하나같이 감정을 조절 못하고 그대로 노출하는 등 기복이 심한데다 네드는 폴의 배경을 등에 업고 뒤에서 보좌할 정도로 막강한
인맥적 파워를 자랑하는 점이었습니다.
그래도
무미건조한 묘사가 특징이라는 설명이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시체를 발견하는 과정을 밑밥 깔고 진행할 줄 알았더니 생략해버리고 바로 발견되는 전개에서
계단을 동시에 여러 개를 밟고 올라선 느낌이 듭니다.
좀
휑한 느낌이랄까요?
또한
수시로 네드의 조력자들이 두더지처럼 등장하는 것이 혼란스러우면서 교통정리가 안되니까 네드의 행보에 발맞추어 따라가기에 급급할
정도였습니다.
불친절한
설명과 과감한 생략이 하드보일드의 특징이라면 저는 좀 더 공부해야할 것 같습니다.
이해력이
딸렸는지 많이 갸우뚱하기도 했습니다.
좋았던
점은 가감 없는 폭력과 정치적 음모,
배신과
암투,
팜므파탈의
매력과 의도치 않은 역할 등 눈길을 끄는 요소들이 재미있었습니다.
네드와
폴 사이의 작전이라고 해야 할지,
교감작용이라고
해야 할지 표현하기가 애매하지만 팽팽한 긴장감 속에 치열함도 엿보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밝혀지는 추악한 진실은 권력 앞에서는 인간이 어디까지 비정해질 수 있는지 극단까지 밀어 불여 버렸습니다.
믿고
싶지 않지만 끝내 외면할 수가 없는 악으로 뒤덮힌 세상에 씁쓸함과 함께 작은 경종을 울립니다.
좀더
덧붙이자면 주인공 네드는 마초 기질이 다분한데 더불어 강력한 원 펀치만 보유했어도 이야기가 더욱 재미있었을 것 같은데 그 경지까지 이르진
못했음을 안타까이 생각하며,
<붉은
수확>이나
<몰타의
매>가
궁금해지는 걸 어쩔 수 없습니다.
이
소설을 자신의 최고작이라고 말했다곤 했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꿈속에서 깨어진 유리열쇠가 상징하는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