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의 규칙

명탐정의 규칙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0년 4월

명탐정의 규칙은 일본에서 1996년도에 발표된 작품이다. 그가 최근 쓰는 작품을 보면 누가 죽였는지보다, 왜 죽였는가에 대해 쓰는 소설이 많다. 하지만 그의 초창기 소설을 보면 전형적인 본격추리물을 쓰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 작품이 그의 본격추리물에서 왜 죽였는가로 넘어가는 단계의 소설이 아닌가 생각한다. 

작품해설을 보면, 이 작품을 통해 그가 추리소설작가로서의 입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이 소설의 내용은 매우 독특하다. 평범한 추리소설과는 다르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결말을 제외한 총 12가지의 사건이 여기서 등장한다. 읽기 시작하면 이 소설이 왜 독특한지 알게 될 것이다.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추리소설을 비판한 소설이다. 등장하는 주인공들도 소설 속 내용을 진행하다 말고는 작가의 설정에 대해 불평하기도 하고 자신의 처지에 대해 불평하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공감이 많이 됐다. 추리소설의 말도 안 되는 설정들을 주인공들이 비판하고, 실제의 사건의 진실은 전혀 다르지만 명탐정이 그렇다니까 그렇게 끝나는 결말들. 읽으면서 정말 풉하고 웃음이 나온다.  

작가는 추리소설 작가들을 비판한다. 똑같은 패턴의 사건들과 다른 추리소설에서 나왔던 참신한 아이디어를 다시 쓰는 것 등을 비판한다. 책에서도 추리소설을 어느 정도 읽은 독자들은 웬만한 반전 가지고는 놀라지도 않는다고 주인공들끼리 대화를 나눈다. 이 부분에서도 큰 공감이 됐다. 이런 점이 히가시노 게이고가 누가 죽였는지에서 왜 죽였는지로 넘어간 계기가 된지도 모른다. 결국 범인은 한정된 인원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어느 누가 범인이여도 결국 소설의 등장인물 중 하나가 범인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동기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이 책에서는 작가만을 비판하지 않는다. 추리소설의 독자들 또한 비판한다. 주인공들이 나누는 대화에서 작가가 아무리 친절하게 건물 설계도를 책에 넣어도, 꼼꼼하게 알리바이 표를 만들어 놓아도, 그걸 읽으면서 범인을 찾을 독자는 없다는 것이다. 이 부분 역시 공감이 되었다. 사실 나도 빨리 범인이 누군지 알고 싶은 생각뿐이지 내가 직접 누가 범인인지 맞추겠다는 생각은 거의 없었다. 

이 소설이 재밌었던 것은 단지 이런 비꼬는 내용들 때문만은 아니다. 12개의 사건들마다 엄청난 반전이 있다. 그것도 평범한 추리소설에서는 볼 수 없는 반전들이다. 아니, 평범한 추리소설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반전들이다. 이 소설의 목적이 추리소설의 스릴보다는 비판 쪽에 더 가깝기 때문에, 전혀 논리적인 설명이 책에 실려 있지 않다. 대략적인 설명만 책에 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황당한 반전이 나와도 괜찮다. 이 소설만이 가질 수 있는 반전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추리소설을 처음 접하거나, 많이 접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이 소설이 어디가 웃긴 건지 이해를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소설이 아니더라도, 명탐정 코난이나 김전일 같은 추리 만화를 많이 읽은 분들에게는 추천한다.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또 이 책을 읽기 전에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를 읽는 것을 추천한다. 12편의 단편들 중에서 2편이 이 소설을 바탕으로 쓰였다. 심지어 한편에서는 이 소설을 ‘표절’했고, 주인공들도 작가가 이제는 ‘표절’까지 한다고 한탄하기도 한다. 이런 내용도 이 책이니까 쓸 수 있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12월

어느 블로그에서든 반전 소설을 꼽으라 하면 꼭 나오는 소설이다. 리뷰 글들을 보아도, 정말 엄청난 반전이라고 평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리뷰들을 읽으면서 솔직히 비웃었다. 나름 웬만큼 추리소설을 읽었다고 생각하해서 엄청난 반전이라도 이미 본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리뷰에서는 1인칭 시점인 것을 이용한 반전이라는 걸 보고, ‘아, 설마 ’나‘가 범인인 시시한 걸 엄청난 반전이라는 건 아니겠지.’ 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읽고 나니 그런 게 아니었다. 정말 어떤 소설에서도 이런 반전은 나올 수 없을 것이다. 리뷰에서 말하는 엄청난 반전이라는 게 정말 엄청난 반전이었다.

책을 다 읽고 가장 처음 든 생각은 ‘속았다’ 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회랑정 살인사건’ 말고는 속았다는 생각이 든 소설은 처음이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 살인사건’도 1인칭 시점을 이용한 트릭으로 놀랄만한 반전이기는 했지만, 이런 트릭은 이미 영화나 다른 책을 통해 당해봤기 때문에 크게 ‘배신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소설은 달랐다. 신선한 트릭이라고 할까, 아님 충격적인 트릭이라고 할까.

작가는 처음부터 독자를 속이기 위해 작정이라도 한 것 같다. 책의 처음부터 ‘나’ 는 섹스를 좋아해 거의 매일 돈을 주고 여자를 사는 것처럼 그린다. 어떻게 보면 이 부분을 읽는 순간 이미 독자는 작가에게 속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에서 아무것도 깨닫지 못한다면, 아마 끝까지 눈치 못 채고 반전을 마주할 것이다.

하지만 작가도 나름대로 독자들에게 어느 정도 실마리를 남겨줬다. 소설은 과거회상과 현재를 왔다 갔다 하는데, 과거회상 부분에서 이야기와는 정말 아무 상관없을 것 같은 프로야구 상황이야기가 가끔 나온다. 물론 이게 큰 줄거리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정말 이야기와는 아무 상관없다. 하지만 이게 마지막 반전에 대한 나름의 힌트다. 물론 일본 프로야구의 엄청난 팬이 아니면 전혀 눈치 챌 수 없는 힌트이기는 하지만, 작가는 그런 힌트라도 독자에게 주었다. 이 부분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책의 마지막에 있는 도움말에 친절히 설명되어있다. 이외에도 도움말에는 작가가 준 나름의 힌트들에 대한 설명이 어느 정도 있다.  

모방범

모방범 1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7월

미야베 미유키는 히가시노 게이고와 함께 일본 추리소설계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작가입니다. 그 미야베 미유키의 대표작 모방범. 한마디로 정말 대단한 소설입니다. 먼저 책의 분량도 엄청납니다. 500쪽이 넘는 책이 총 세 권입니다. 하지만 이 긴 소설을 읽으면서 한 순간도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전에 읽었던 점성술 살인사건 같은 경우에는 후반부에는 재미있게 흘러갔지만, 사실 초반부에는 지루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모방범을 읽으면서 과연 최고라고 불리우는 작가는 이렇구나라는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책은 3부로 나뉩니다. 각 부가 한권씩 차지하는게 아니고 1권에서는 1부가 끝나고 2부가 약간 들어갑니다. 1부에서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그 사건을 바라보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2부에서는 범인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흘러가고, 마지막 3부에서는 최종 범인이 밝혀지게 됩니다.

사실 도서관에서 이 책을 본 적은 많았지만, 압도적인 분량에 겁이 나서 쉽게 빌리지 못했었는데 4월 지마켓 특가도서에 반 값 할인을 해서 구매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모방범은 추리소설이기는 하지만 사회파 추리소설입니다. 그런 만큼 사회문제에 대해 많이 나오게 되는데, 제가 이해한 바로는 모방범에서는 사건을 당한 피해자가 아닌, 단지 가해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하고, 사회에서 매장당하는 가해자의 가족들에 대해서 다루는 것 같습니다. 한 번도 가해자의 가족이 어떤 삶을 사는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 소설을 통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소설에서는 두 가해자의 가족이 나오고 상반된 모습을 보입니다. 한 가족은 너무 부끄러워서 도망치기 바쁘지만, 다른 한 가족은 오히려 뻔뻔하게 피해자에게 범인을 용서하라고 몰아칩니다. 책의 초반부분에 나오는 이야기라 말씀드리자면 첫번째 가족은 범인이 실제 범인이 아니고 누명을 쓴 어떻게 보면 피해자입니다. 이 가족이 누명을 쓴 것이기 때문에 정이 가고, 가해자의 가족들이 어떤 피해를 당하는지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하지만 두번째 가족은 범인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가족이 오히려 뻔뻔하게 몰아칩니다. 이렇게 상반된 두 가족을 보여줌으로써, 가해자의 가족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소설에 나오는 범인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붉은 손가락에 나오는 범인과 흡사합니다. 비록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란 붉은 손가락의 범인과 다르게 부모의 사랑이라고는 제대로 받아본 적도 없는 모방범의 범인이긴 합니다. 하지만 폐륜적인 모습과 양심이 없는 모습은 많이 닮았습니다. 물론 모방범의 범인은 약간 뉘우치는 기색을 보이기는 합니다.

추리소설의 묘미인 반전이 이 소설에서는 없습니다. 반전을 기대하고 이 책을 보시는 분들은 많이 실망하실 겁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과 비슷하게 이 소설은 범인이 나오고 잡혀가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하지만 반전이 없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추리소설입니다. 모방범의 후속작인 낙원은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해집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 아서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아서스 : 리치왕의 탄생 - 리치왕의 탄생 ㅣ 제우미디어 게임 원작 시리즈
크리스티 골든 &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지음, NEOG 옮김 / 제우미디어 / 2010년 5월

처음 책을 읽을 때에는 워크래프트3 : 프로즌 쓰론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 리치왕의 분노 사이에 아서스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던 시기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은 워크래프트3 의 내용입니다.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져있습니다. 각각의 부의 시작부분에는 리치왕의 분노 직전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1부는 아서스가 자신의 몸에 있는 다른 영혼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워크래프트3 이전이야기. 아서스가 어렸을 때 무엇을 했고 어떻게 자랐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2부는 제이나가 아서스를 추억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2부의 내용은 워크래프트3의 휴먼 종족 미션의 이야기라고 보시면 됩니다.

3부에서는 실바나스가 아서스에게 복수를 하기위해 준비하는 이야기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워크래프트3의 언데드 종족 미션부터 프로즌쓰론의 이야기까지 담겨있습니다. 

위에서 보시면 알겠지만, 1~2부에서 다뤘던 이야기에 비해 3부에서 다룰 이야기가 더 방대할 거처럼 보이지만 3부에서는 엄청 빠르게 진행됩니다. 시간상으로 보면 1,2부가 약 20년 정도의 시간을 다루고 3부가 약 1년간의 시간을 다루므로 분량상의 문제는 없어보이지만, 워크래프트3 언데드 미션에서부터 프로즌쓰론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에 비해서는 짧게 느껴집니다.
워크래프트 미션을 모두 깨신 분들은 책이 재미없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저도 친구와 같이 이 책을 샀었는데 친구는 괜히 봤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재밌게 읽었습니다. 미션에서는 알지 못했던 아서스의 내면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미션에서는 아무런 감정없이 악행을 저지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책에서는 수많은 갈등을 하고 그 갈등 속에서 악행을 저지르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워크래프트 스토리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추천드리는 책입니다. 

사명과 영혼의 경계

사명과 영혼의 경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오근영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7년 10월

다른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처럼 이 소설 역시 범인이 시작부터 등장한다. 

범인의 계획 또한 독자가 함께 바라보고 

독자가 알아야할 것은 범인의 동기이다.  

의학 스릴러인 만큼 병원을 배경으로 나오고 

여러가지 병원에 관련된 용어들이 나온다. 

 이 책의 주인공은 두명이다.

한명은 어머니에게 배신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딸, 그리고 다른 한명은 범인. 

딸의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개인적으로는 범인의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다. 

아쉬운 점은 범인을 너무 한없이 착하게 그렸다는 것이다. 

오래동안 치밀하게 준비한 범행을 

그렇게 쉽게 포기해버리다니..... 

결말부분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