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범

모방범 1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7월

미야베 미유키는 히가시노 게이고와 함께 일본 추리소설계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작가입니다. 그 미야베 미유키의 대표작 모방범. 한마디로 정말 대단한 소설입니다. 먼저 책의 분량도 엄청납니다. 500쪽이 넘는 책이 총 세 권입니다. 하지만 이 긴 소설을 읽으면서 한 순간도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전에 읽었던 점성술 살인사건 같은 경우에는 후반부에는 재미있게 흘러갔지만, 사실 초반부에는 지루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모방범을 읽으면서 과연 최고라고 불리우는 작가는 이렇구나라는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책은 3부로 나뉩니다. 각 부가 한권씩 차지하는게 아니고 1권에서는 1부가 끝나고 2부가 약간 들어갑니다. 1부에서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그 사건을 바라보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2부에서는 범인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흘러가고, 마지막 3부에서는 최종 범인이 밝혀지게 됩니다.

사실 도서관에서 이 책을 본 적은 많았지만, 압도적인 분량에 겁이 나서 쉽게 빌리지 못했었는데 4월 지마켓 특가도서에 반 값 할인을 해서 구매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모방범은 추리소설이기는 하지만 사회파 추리소설입니다. 그런 만큼 사회문제에 대해 많이 나오게 되는데, 제가 이해한 바로는 모방범에서는 사건을 당한 피해자가 아닌, 단지 가해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하고, 사회에서 매장당하는 가해자의 가족들에 대해서 다루는 것 같습니다. 한 번도 가해자의 가족이 어떤 삶을 사는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 소설을 통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소설에서는 두 가해자의 가족이 나오고 상반된 모습을 보입니다. 한 가족은 너무 부끄러워서 도망치기 바쁘지만, 다른 한 가족은 오히려 뻔뻔하게 피해자에게 범인을 용서하라고 몰아칩니다. 책의 초반부분에 나오는 이야기라 말씀드리자면 첫번째 가족은 범인이 실제 범인이 아니고 누명을 쓴 어떻게 보면 피해자입니다. 이 가족이 누명을 쓴 것이기 때문에 정이 가고, 가해자의 가족들이 어떤 피해를 당하는지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하지만 두번째 가족은 범인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가족이 오히려 뻔뻔하게 몰아칩니다. 이렇게 상반된 두 가족을 보여줌으로써, 가해자의 가족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소설에 나오는 범인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붉은 손가락에 나오는 범인과 흡사합니다. 비록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란 붉은 손가락의 범인과 다르게 부모의 사랑이라고는 제대로 받아본 적도 없는 모방범의 범인이긴 합니다. 하지만 폐륜적인 모습과 양심이 없는 모습은 많이 닮았습니다. 물론 모방범의 범인은 약간 뉘우치는 기색을 보이기는 합니다.

추리소설의 묘미인 반전이 이 소설에서는 없습니다. 반전을 기대하고 이 책을 보시는 분들은 많이 실망하실 겁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과 비슷하게 이 소설은 범인이 나오고 잡혀가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하지만 반전이 없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추리소설입니다. 모방범의 후속작인 낙원은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