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광우병을 말하다 - 최신 연구로 확인하는 인간광우병의 실체와 운명
유수민 지음 / 지안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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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08년은 미친소와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전세계 경기 극침체로 대변되는 해이다.
수십만, 100만에 가까운 사람들이 연일 촛불을 들었던 거대한 인의 물결은 정말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졌다는 것은 우리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졌다는 반증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한순간의 질풍노도로 그쳐서는 유전자변형식품, 환경문제, 농약, 중국산 농수산물 문제 등등 우리의 밥상을 위협하는 요인들을 근절시킬 수 없을 것이다.

 

광우병 논란이 뜨겁던 시절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http://bric.postech.ac.kr/)에서 필명 '피카소' 로 전문전인 분석글을 올렸던 이가 광우병에 대한 최신 연구성과를 정리하여 광우병의 기원과 현황, 미래가 담긴 소중한 책 "과학이 광우병을 말하다"를 세상에 내놓았다.

찬반양론이 분분하던 시점에 이 책이 출간되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정도로 일목요연하게 논란이 되었던 부분들을 짚고 있다.


그 시점에 출간되었더라면 국민이 불신이 해소되었을 것인가. 아쉽게도 이 책은 그런 이야기도 없고 정부와 미국이 체결한 1차 쇠고기 수입협상과 추가 협상에 대한 의견도 없다는 점은 아쉽다. 국민들은 광우병의 위험성에 대한 분노보다는 정부의 국민을 우습게 아는 태도, 미국과의 굴욕적인 협상, 안전조치에 대한 신뢰도 저하와 말바꾸기가 파국을 불러왔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광우병은 인간의 탐욕이 불러일으킨 人災에 가까운 희귀병(100% 사망, 1995년 19세인 스티븐 처칠이 최초의 광우병 사망자의 나라이자 광우병의 최초발생국(1985년)인 영국에서 초기 조치를 잘했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터인데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이후 전문가들의 연구와 관련 국가들의 조치로 광우병 발병률이 급감하고 피해자도 크게 줄어 사망자가 0에 가까워지고 있다. 최근 캐나다에서 또 발생한--이책 출간이후)이나 인간이 만들어낸 결과라 우리가 더 더욱 안심할 수 없는 재앙임에 분명하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한 각국의 안전조치의 이행과 식습관을 조금만 바꾸면 광우병 위험은 크게 줄 것이다란 낙관적 견해를 피력한다.

 

시사토론회, 촛불집회를 통해 전국민들에게 논쟁거리가 된 다우너소, 광우병의 정의, 변형단백질 프레이온, 특정 위험물질(SRM), vCJD, 광우병에 취약한 한국인 유전자(M/M형), 30개월 소 문제(OTM원칙), 이종간의 장벽 등에 대한 저자의 전문가다운 평가를 자세하게 보여준다.

 

파퓨아뉴기니의 포레족의 식인풍습으로 발생한 쿠루병(웃다가 죽는다.. 여성, 어린연령층 집중발병), 영국의 증산을 위한 품종개량한 양 서퍽종의 스크래치병, 육골분을 먹은 소들의 발병..
모두가 동종을 포식한 종에게 발생한 질병이다. 자연계에서는 거의 발생하진 않지만 오직 인간만이 인간의 손에 의해 강제로 동종 포식을 강요당한 동물에게서 발병한 유사 질병이며 광우병 소고기를 먹은 인간에게 까지 전파되어 걸리면 죽는 인간광우병이 된 것이다.

 

책을 보면 영국에서 발병한 광우병과 인간광우병은 사그라들고 있고 발병률 역시 현저히 저하되고 있다.현재 국제기구 혹은 각국에서 정한 사료 제조원칙, 도축원칙, 다우너소의 도축금지, 위험물질이 많이 발생하는 부위의 식용금지 등등의 룰만 잘 지켜진다면 광우병에서 해방될 수도 있다고 하니 안심은 된다.

 

그러나 자본의 이익을 최우선시 하는 현체제하에서 업자들이 100% 준수한다고 믿기는 어려운 이상, 식습관 개선(뇌수, 척수 등등), 감시자로서의 권리행사를 통해 100% 안전한 식탁을 만들기를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다.

광우병 발병환자 발생빈도는 다른 희귀병에 비해 발생빈도가 현저하게 낮은 희귀병중의 희귀병(이는 영국과 각국 정부의 조치, 예방책 마련 등의 효과)이 되었지만 우리가 정한 규정을 준용하지 않는다면 언제 창궐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더 위험하고 아직까지는 걸렸다 하면 1000% 사망에 이르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소와 동일한 사료를 먹은 동물원의 동물과 다른 가축들도 유사한 질병으로 죽어나갔다고 하니 생태계 파괴로까지 확산될 수도 있다. 이와 유사한 것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유전자변형 농수축산물(제초제에도 내성을 가진..)인바.. 앞으로 떠 어떤 재앙을 불러올 것인지 염려되는 바가 크다.

 

제인 구달박사의 희망의 밥상의 말처럼 원거리 이동 농수축산물은 이동하는 것 자체부터 화석연료를 낭비하여 대기를 오염시키고, 대량 생산을 위한 다량의 농약사용, 물소비증대 등등으로 엄청난 환경오염을 불러일으키는 문제, 이동간 보존을 위한 약품처리 등등을 고려한다면 우리 식탁은 근거리에서 생산된 농산물, 유기농 농산물이 가장 좋은 것이다란 말.. 신토불이의 지혜를 우리는 귀담아 들어야 할 시점이다.

 

책에서 밑줄긋기

아무리 상황이 낙관적이라 해도 먹을거리에 대해서는 최대한 보수적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 옳다.
발병률이 거의 0%에 가까운 안전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인간에게 먹는 행위와 먹는 즐거움은 가장 원초적인 욕망이다. 먹으면서 기쁨을 얻는 것이 아니라 죽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들면, 그것은 이미 음식으로서 기본 요건을 상실한 것이다. 소고기에 대해서도 이런 관점을 취해 아무리 광우병이 무시할 정도로 줄어든다 해도 '다우너 소 도축 금지'와 SRM 제거 등의 규제들은 유지되어야 한다. 특히 양국에서의 오염된 육골분 사료에 의한 광우병이 자취를 감추고 있지만 드물게 자연 발생하는 광우병이 세계 어디서든 상존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안전조치의 필요성은 더욱 요구되고 있다.
향후 5년 정도 광우병과 인간광우병의 발별률을 보면 좀 더 확고한 결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267~2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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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하는 천자문 - 문자속에 숨은 권력, 천자문 다시 읽기
김근 지음 / 삼인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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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문에 담긴 비의



내가 읽은 책은 영인본인데 책 표지 디자인이 많이 바뀌었네요. 저자가 말하듯 5~60년대는 물론 70년대까지 우스갯소리로 읊조려지던

하늘천따지 가마솥에 누룽지?? 하던 천자문.. 천자문은 우스갯소리로 허투로 넘어갈 우스운 책이 아니다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천자문이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은 삼국시대쯤이며 문헌상으로 기록된 것은 그 후대인 고려시대라고 한다.

 

천자문의 저자에 대한 설은 춘추전국시대의 위나라(조조) 연간에 감옥에 갖힌 사람이 석방 조건으로 지었다는 설도 있지만 현재 정설은 양나라 무임금 시절 전국에 있는 왕희지체의 탁본을 모아 둔것을 주흥수란 사람이 하루밤사이에 천글자중에 단 한자도 중복됨이 없이 4자를 기본구조로 하여 8자를 대구 형식으로 지어 압운을 준 시구 형식으로 완성하고 난 다음에 머리가 백발이 되었다고 하여 白首文이라고도 한다.

 전해지는 천자문의 종류는 아주 많으며 다산 정약용의 경우 천자문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고 1800년대 말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자주적인 입장의 천자문이 출간되었다.

현재 우리나라 사람에게 널리 알려진 천자문은 명필 한호선생의 석봉 천자문이 시중에서 널리 판매되고 있다.

또한 귀한 집 자식이 태어날 길이 부모가 자식의 무병장수와 부귀영화를 기원하기 위하여 1,000명의 사람을 찾아다니면서 1글자씩 받아와 천자문을 만들어 주었다는 이야기도 사극에서 심심찮게 보이는 것은 그만큼 천자문이 우리 조상들의 생활 깊숙이 자리잡았다고 볼수 있다.

 

천자문의 자연의 이치, 군신, 부모와 자식, 형제, 친구, 부부간의 도리, 정치, 사회, 문화, 법률 등에 이르기까지 거대 담론이 담겨진 텍스트이며 중국의 자문화중심주의와 봉건이데올러기가 자구마다 배어있는 학습교재로 사용된 것이 우리 땅에서만 천년 이상이 된다고 한다.

 

전체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는 못한 면도 없진 않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인물, 사건, 고사성어 등등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

 

욕망하는 천자문의 경우 4자씩 나누어 한글자 마다의 어원이나 유래 등을 밝히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자구마다 담긴 행간의 의미와

숨겨진 텍스트의 이면과 담론을 적실하게 밝히고 현대사회까지 이어지는 병폐와 악습의 원인을 추적하고 현대사회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의미까지 밝히고 있다.

중국과 한반도의 역사는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는 만큼 지피지기는 백전불퇴란 말이 있듯이 우리가 우리 역사에 관심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중국의 역사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임에 틀림없다.

 

천자문

하늘천 따지 가마솥에 누룽지란 우스갯소리로 허투루 넘겨버리거나

옛것이니 고리타분하고 배울 필요가 없다고 치부해 버릴 만만한 책이 절대 아님을..

온고지신의 말처럼

한반도의 주체성과 자주성이 그 어느때 보다 중요한 요즘, 천자문처럼 단순하면서도 담긴 뜻이 웅대한 우리 민족의 천자문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와 천자문 암기 내기를 하면서 문제를 내곤 했던 문제..

천자문의 첫글자는 하늘天자인데 마지막 글자는 무엇인가???

 

 

 

 

 

 

 

 

 

 

 

 

 

 

 

 

 

 

 

 

 

 

 

 

 

 

 

 

 

 

 

 

 

 

 

 

 

 

 

 

 

 

 

 

 

 

 

 

 

답은

이끼야, 어조사也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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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우화 123가지 - 중학생이 되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알라딘 북스
이솝 지음, 어린이문화연구원 엮음 / 영림카디널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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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우화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나 궁금했다


글을 한동안 쓰지 않아 문장이나 모든 게 제멋대로이나 책좋사에 한번 글을 올리고 나니 그것도 습관이 되려는지 또 변변찮은 글 한줄 올리게 됩니다.

다양한 책을 최근에 섭렵을 하다보다 이상하게 마주치는 낯설지 않는 우화나 예시들이 보입니다.

저보다 아주 많은 책을 읽으신 분들도 비슷한 경험을 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유대인의 지혜서인 탈무드, 이솝우화... 지난주말 아이들 시험공부에 참견을 하다 놀란 사실..아니 부끄러운 사실.. 이솝이 기원전의 그리스시대 사람으로 추남이란..에 우화를 남겼다..전 이솝이 기원후의 사람으로 기억,, 아님 알았던 것을 잊어버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탈무드와 이솝우화의 유사한 단편들이 아주 많더군요.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온 어리석은 여우가 포도를 먹는 우화인데 아시는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간략히

배고픈 여우가 먹을 것을 찾다가 발견한 포도밭.. 그러나 높은 담 혹은 울타리가 있어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틈을 발견하고 들어가려고 하였으나 몸이 커 들어가지 않아 나흘을 굶고 빼빼가 되어 들어가서 포도를 실컷 먹은 후 뚱뚱이가 되어 밖으로 나오지 못해 다시 나흘을 굶은 다음 나와서는 포도는 먹기전이나 먹은 다음이나 배고프기는 마찬가지...

 

이 우화가 이솝우화에서 인용하고 출처라고 밝혀 그렇게 본인도 알고 있어는바 최근에 중학생이 되기전 읽어야 하는 탈무드(총 123가지의 우화 수록.. 영림카디널스간)를 보았는데 여기에도 동일한 우화가 있었습니다

탈무드와 이솝우화의 유사한 우화나 단편들이 아주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일이 자구대조를 하지않았지만 전체를 본 느낌상

 

흔히 말하는 저작권을 보유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는 책은 어느 책일까요

이솝우화가 이솝의 저작물이라면 탈무드는 유대민족이 오랜 세월동안 쌓아온 지혜서라는 측면에서 일개인의 저작물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담 유대인은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도용,, 지금의 잣대로 보면 분명한 위법이겠지만..기록문화가 정착되기 전의 지식은 일개인이나 일민족, 일국의 전유물이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유물이란 생각이 듭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인간관계론이나 처세술을 논하는 책의 대부분에 이솝우화나 탈무드가 열이면 아홉은 한번쁨은 인용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데일카네기의 인간관계론,, 설득의 심리학 등등

 

 

어느 만화에서 아주 오래전에 현생 인류보다 고등생물(우주인이) 인간을 실험하려고 기원전 몇천년전에 소크라테스, 공자, 석가모니 등등의 석학을 보내어 우매한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네요..

이솝이 살았던 시대로부터 수천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이솝의 이야기를 가르치는 학교..

소크라테스, 예수, 공자, 노자, 장자, 석가모니, 이슬람교, 힌두교, 불교, 기독교,,,

우리들의 몸은 현대에 살고 있지만 정신세계는 옛날의 선지자, 선구자, 지식인들이 그려 놓은 지도안에서 끊임없는 유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가끔 듭니다.

 

다분야의 책을 많이 보면서 느끼는 한가지는 전혀 생소한 분야의 책에서 동일한 인용문을 보거나 원전을 보면서 확인하는 재미도 크지만 헷갈림, 혼동이란 문제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쉽게 결론 내릴 문제는 아니지만 내 머리는 나쁘다란 사실을 절감합니다,

혼란스럽게도 하는 책.. 그러나 거기서 빠져나오는 길을 가르쳐주는 것은 책이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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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집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29
손석춘 지음 / 들녘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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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집을 지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당신은 아름다운 집에 있습니까
당신은 아름다운 집에 살고 싶습니까.
당신은 아름다운 집을 짓고 있습니까.
당신은 아름다운 집을 위해 무엇인가 이바지하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이 책을 읽으세요
당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집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당신이 보기엔 아름다운 집이 아니라 흉가에 살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괴기소설.,. 절대 그런 소설이 아님을 보증합니다.

뜨거운 청춘은 우리와 같은 공간에 시대를 달리하여
우리가 격동기라 부르던 시대와 우리가 부끄러운 시대라며 어느 한 나라를
적대시해야만 하는 시대, 그리고 피로 맺어진 민족이란 이름을 더더욱 부정해야하는 한 나라에서 평생을 아름다운 집을 짓다가 스러져간 혁명가의 이야기입니다.

당신이 이런 분이라면 절대 읽지 마세요
인간에 대한 예의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
사상의 자유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좌익시하는 사람
빨간색만 보면 두드러기가 이는 분들이라면
읽어도 인생에 하등 도움이 안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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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 가?
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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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장애우인 어머니가 장애아로 태어난 딸을 숨지게 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난다.
본인은 아주 좋은 부모 슬하에서 유복하게 자랐지만 장애인의 삶을 딸에게만큼은 물려줄 수 없어서 그랬다는 어머니의 말이 가슴을 아리게 했던~

남들과 다르다(피부색깔, 장애)는 이유만으로도 우리 사회는 그들은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대상으로 치부하여 이상한 눈으로 처다보거나 차별하고 그들의 이동권마저 보장하려고 하지 않고 있다.

고희를 넘긴 아버지가 장애아로 태어난 두 아들을 위해 쓴 책 아빠 어디가?라는 소설책을 읽고 보니 나란 인간은 참으로 부족한 아버지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
거기에 비하면 정말 하느님의 큰 선물을 받았다고 감사를 하여야 함에도 여전히 무언가 부족하다고 아이들을 닥달하고 부모의 눈에 맞게 하려고 하지 않았는지. 내가 만약 저자인 장 루이 푸르니에와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상황을 받아들이고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었을까. 그들이 나와 우리 자식과 다르게 태어났다는 것을 다르게 보지 않고 그들 역시 우리와 동일함을 더 크게 보는 마음을 그들보다 우리가 먼저 가질때 세상이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래도 차별이 심하지 않은 나라라 믿어 의심치 않는 프랑스에서도 장애아와 장애아를 자식으로 둔 부모의 삶이란 역시 다름이 더 크게 도드라져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것들이 더 많다.
부모의 마음은 천갈래 만갈래 찢어지고 그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 그들이 부모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을때 슬픔에 젖고 절망적인 표정으로 동정을 구하는 그런 소설이 아니다.


"나는 눈물로 호소하며 동정을 사는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 장-루이 푸르니에

'내 아이가 장애아라는 사실을 곧바로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일종의 서프라이즈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장애아는 하늘이 주신 선물이야"
웃으려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그리고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장애아를 가진 부모가 아니다.
이런 하늘의 선물을 받으면 이렇게 말하고 싶어진다.
"아이구! 이러실 필요까지 없었는데..."  43쪽,
그는 이런 선물을 두번이나 받았다. 그렇다고 그는 매순간 웃어도 웃는 것이 아닌 다양한 상황들을 통해 그가 아들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정말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어하는 속내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아빠 어디가?는 둘째 아들 토마가 내 뱉는 거의 유일한 의미가 확실한 말이다. 그러나 토미는 어느 상황에서나 이 말을 계속 지껄이므로 의미가 없이 하는 말이기도 하다. 대화를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대답을 계속 동문서답처럼 해야 하는 아버지의 마음, 다른 사람이 보았다면 한편의 개그로 보고 한껏 웃음이 터져나오는~~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무의식의 심층에 깔린, 말로는 내뱉지는 못했어도 속으론 백번 수천번 지껄였을 말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때로는 위트로 때로는 충격적이다 싶을 정도의 직설로 저자는 장애우들과 부모들의 속내를 만천하에 알리고 싶어 이 소설을 쓴 것 같다. 물론 마튜와 토마에게 직접 하지 못했던 말들, 그들에게 받고 싶었던, 쓰고 싶었던 편지와 하고 싶었던 일, 장애아로 태어난 것과 정상인으로 태어 난것의 차이가 만들어 내는 수많은 상황들에 대해 눈물없이는 들을 수 없는 사연임에도 그는 값싼 동정보다는 진정성을 더 들어내 보인다.

만일 너희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만일 너희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나는 아마 너희들과 함께 미술관에 갔을거야. 우리는 함께 램브란트, 모네, 터너의 작품을 감상하겠지. 그리고 또 다시 램브란트...

만일 너희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나는 아마 너희들에게 클래식 음반을 선사했겠지. 우리는 우선 모차르트의 음악을 감상할 거야. 그리고 베토벤, 그리고 바흐, 그리고 또 다시 모차르트...,

만일 너희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나는 아마 너희들에게 수 많은 책을 선사했겠지. 프레베르, 마르셀 에메, 크노, 이오네스코, 그리고 또다시 프레베르,

만일 너희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나는 너희를 데리고 영화관에 갔을 거야. 그리고 함께 오래된 영화를 보는 거야. 채플린, 아인슈타인, 히치콕, 브뉴엘, 그리고 또 다시 채플린,

만일 너희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나는 너희와 함께 고급 레스토랑에 갔을 거야. 우리는 함께 샹볼-뮈지니를 마셨겠지. 그리고 또 다시 샹볼-뮈지니

만일 너희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나는 너희와 함께 테니스를 치고, 농구를 하고 또 배구 경기를 했을 거야.

만일 너희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나는 너희와 함께 고딕 성당의 종탑에 올라갔을 거야, 나는 너희와 함께고딕 성당의 종탑에 올라갔을 거야. 그리고 우리는 함께 조감을 느껴봤겠지.

만일 너희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나는 너희에게 유행하는 옷을 선물했을 거야. 너희들이 최고로 멋져 보이게 하기 위해서 말이야.

만일 너희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나는 너희 둘과 약혼녀들을 오픈카에 태우고 무도히로 데려갔을 거야.

만일 너희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나는 조용히 너희에게 좋은 공연표를 건넸겠지. 그러면 너희는 그것을 약혼녀에게 선사하는 거야.

만일 너희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우리는 함께 너희의 결혼 피로연을 즐겼겠지/

만일 너희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나는 손자들을 봤겠지.

만일 너희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나는 아마 미래를 두려워했을 거야.

하지만 너희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너희는 맘들과 다를 바가 없었을 거야.
아마 학교를 땡땡이를 쳤을지도 몰라.
잘못된 길로 빠져들어 비행청소년이 되었을지 몰라.
더 큰 소음을 내기 위해 오토바이 배기관을 바꿨을 지 몰라.
백수가 되었을지도 몰라.
장-미셀 자르를 좋아했을지도 모르고 말이야.
짜증나는 여편네랑 결혼했을지도 몰라.
그리고 이혼을 할지도 모르지.
장애아를 둘지 또 누가 아니?
다행이야 이런 일을 모두 피해갈 수 있어서.


정말 그는 아이들에게 해 주고 싶고 함께 하고 싶은 일이 많았다. 그러나 그는 단 하나도 해 줄 수도 없었고 함께 할수 없었다. 그래도 그는 다행이라고 한다. 그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조바심을 태우는 일이 일어나지 않으란 보장도 없고. 자신처럼 장애아를 낳을 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일을 피해갈 수 있어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한다

매 이야기마다 심각한 주제이면서도 어느 순간 웃음을 번지게 하는 의외성이 강한 말로 장애아를 둔 부모들에게 전혀 꿀릴 것 없으니 당당하게 살아라는 격려의 말을 던지고 있다.

공을 너무 멀리 던지고 아내와 내가 공을 찾아줄 수 없는 그런 먼 곳으로 공을 찾으러 나선 마튜와 이제 성인이 되었지만 전혀 자라지 않고 점점 등이 굽어버린 토마를 위해 쓴 아빠 어디가?는 그 아이들은 영원히 읽지 못할 것이다
 아버지의 마음만큼은 두 아들들에게 전해졌을 것이고 이 책을 읽는 모든 부모들과 아이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 장애아들과 그들의 부모들의 마음자리를 헤아리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 그래도 그들이 살아 있는 동안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한 걸음 성큼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아빠 어디가?
고속도로를 타러 간단다. 역방향으로 말이야.
알라스카로 가지, 가서 백곰을 쓰다듬어주자꾸나
그리고 백곰한테 잡아 먹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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