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 - 삶의 굴곡에서 인생은 더욱 밝게 빛난다
김재식 지음, 이순화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누군가가 아프고 병들고 힘들고 죽고 이런 내용이 주가 되는 책이라면 사실 나는 쳐다보고 싶지도 않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책을 선택했던 이유는 <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라는 굳건한 제목이 멋있어서였다. 처음엔 정말 이런 내용인지 몰랐다.

 

어느 날 갑자기 아내가 불치병을 선고받는다. 심지어 발병 원인도 치료방법도 알 길이 없는 희귀 난치병이다. 멀정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사지가 마비되고, 연이어 폐 한쪽, 눈 한쪽마저 잃게 된다면 그래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움직이지도 못하고 숨도 쉬지 못한다면? 본인은 물론이고 그 가족까지 얼마나 비통하고 힘이 들까? 이 책은 난치병을 앓고 있는 아내의 곁에서 남편이 써 내려간 6년 동안의 일기를 모은 에세이다. 여기에 개인적인 감상까지 몇 마디 곁들여 보자면 그냥 보통 일기가 아니고 저자분께서 시인 뺨칠 정도로 글을 잘 쓰셔서 나는 이 분이 당연히 작가님이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평범한 분이셔서 깜짝 놀랐다.   

 

사실 이 나이를 먹도록 아직도 철이 안 든 나는 이런 상황이라면 본인을 위해서도 가족들을 위해서도 차라리 죽음을 생각하는 편이 더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앞섰는데. 아니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책장을 넘길수록. 삶이 힘겹듯. 죽음도 쉽지가 않다는 거 깨닫게 되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러지지 않고 잘 버텨준 얼굴 모를 부부에게 감사한 마음마저 들었다. 비록 이 책을 읽는 나는 이 부부가 너무 안타까워 힘들었지만, 정작 이들은 서로가 있어 정말 행복하겠구나.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이라는 말도 조용히 되뇌어 보았다.

 

 

 

 

▲ 책 중간중간엔 이렇게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그림도 실려 있다.  

 

 

그리고 나는 이런 문장들에 밑줄을 그었다.

이 책 속의 소중한 글

병원을 오래 돌아다니면서 소설로 지어도 더 험하게는 못 쓸 사연들을 많이 듣고 보았다. 단연코 아내나 나의 형편이 최악이라거나 절망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모든 상황에 넌더리가 날 때면 우리가 가장 밑바닥에 버려졌거나 살아야 할 가치도 별로 없는 버러지 같은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원망, 좌절, 의욕상실, 불평, 미움, 난폭한 심사, 거기에 병원에서 버틸 비용까지 그야말로 절대불안과 절대빈곤에 빠진 상태였다. 이제까지 주변 이웃들과 제도 아래서 받은 도움들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절대빈곤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냉혹한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남들의 자랑과 고작 그깟 일로 고민할 수 있는가 싶은 별 것 아닌 문제들에 대한 고민을 들을 때면 나도 모르게 심기가 불편해진다.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부아가 난다.

‘그래서?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텨내는 사람들 앞에서 희희낙락 자랑하면 더 행복해지냐?’

‘그만한 일로 곧 죽을 것처럼 엄살을 떨다니 그럴 거면 우리는 열 번도 더 죽었겠다. 정말 죽을 만큼 힘든 지경을 당해 봐야 함부로 입을 열지 않으려나?’

이런 격한 감정 상태에 있다가도 곧 상대의 상황과 입장을 이해하려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남의 암보다 내 감기가 더 아프다’는 말이 있다.

타인의 고통을 오롯이 자신의 고통으로 느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고 남의 상처보다 내 상처를 먼저 치유하려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그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이해해야 할 인간의 한계다.

♣ 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 - 김재식 :p 66

 

 

 

 

이 책 속의 소중한 글

 

비단 병원뿐만 아니라 일순간에 일어난 일로 일생의 방향이 틀어져버린 숱한 사람들이 있다. 비록 보이는 일이 아닌 것으로도 심한 상처나 쌓인 갈등으로 몸 안의 한쪽 어딘가가 문드러진 채로 일생을 사는 이들이 대부분이 아닐까? 언뜻 보면 아무 근심 없이 잘만 살아가는 듯한 부러운 사람도 들여다보면 구멍 숭숭 뚫려 있고, 털어놓고 들어주다 보면 눈물 펑펑 쏟아지는 그런 사연 하나 쯤은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니 더욱 생각해야 할 것은 모두가 상처를 받지만 상처받는 모두가 불행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원치 않는 불행으로 인해 몸과 영혼에 고통의 흔적이 남는 것은 슬퍼할 일이나, 이를 치유하는 과정을 통해 더 아름다운 인생의 발자국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 삶의 묘미인 것이다. 

♣ 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 - 김재식 :p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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