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처럼 사라진 남자 ㅣ 마르틴 베크 시리즈 2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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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마르틴 베크 시리즈인 <로재나>를 흥미롭게 읽고도 후속 독서를 이제야 하게 된다.
자꾸 읽고 싶은 책들이 끼어드는 통에.

스웨덴이 배경인 소설이지만 이번 편의 이야기는 상당 부분 마르틴 홀로 헝가리에서 수사(라고 쓰고 얼쩡대기라고 읽음)를 한다.
아직 비행기 안에서 흡연이 가능하고 보고서는 타이프로 치던 시절의 경찰 시리즈 물이고 사건이라는게 존재하는지 조차 모호한 상태로 187페이지까지 읽어야 한다. 그 지점까지 이르러야만 제 발 저린 범법자들과 ‘드디어’ 물리적 충돌이 일어난다. 그것이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묘미!
사건은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진 이후에도 오랫동안 진척없는 수사(라고 쓰고 돌아다니기라고 읽음)가 계속되지만 그것이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묘미! 라고 한 번 더 말해 본다.

그리고 나는 다음 시리즈 읽어야 겠다. :)

- 이 사건에는 뭔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점이 있었다. 분명히 뭔가 정상적이지 않은 점이 있었다. 그게 무엇인지는 그도 알 수 없었다. - 100

- 경찰은 직업이 아니지요. 사명도 절대로 아닙니다. 저주입니다. - 195

2019. 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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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노인의 일기 ㅣ 쏜살 문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김효순 옮김 / 민음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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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발 아래 다다른 노인은 더 이상 염치고 체면이고 없다. 이상적인 인간의 모습인 여인을 눈 앞에 두니 인륜따위는 하찮았을지 모른다.
이 늙은이가 과연 미친걸까? 라는 의문은 금새 지워졌다. 미치지 않은 것이다. 다만 사쓰코만을 제외한 모든 것을 내려놓았을 뿐 아닌가.

정작 이 미친 것만 같은 노인네의 바람에 맞장구를 쳐주고 있는 며느리는 무슨 마음일까?
병든 노인네를 골려주고 싶은 나쁜 마음인가? 그런 노인네라도 연민을 가진 휴머니즘?

이 미묘한 정서의 이야기를 일본색이라고만은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다니자키를 쭉 읽어오면서 퇴폐에 대한 어떤 의미를 조금 갖게 되었는데, 그런 나조차도 그 범주에 욕망에 이글대는 노인을 넣어보진 않은 것 같다. 이것도 편견이겠지.. 라는 생각이 든다.

처절하기도 하고, 그냥 변태 노인네 같기도 한 어떤 생.

다 읽고 나니. 표지가 참으로 적절하게 변태적인 포인트를 잘 담아냈다.

- 만약 지금 세상에 오덴과 같은 여자가 나타난다면 오히려 그런 여자의 손에 걸려 죽는 것이 행복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사람을 잡는 듯한 수족의 통증을 견디며 사느니 차라리 눈 딱 감고 잔혹하게 살해당했으면 한다. - 36

- 승리하여 의기양양한 사쓰코의 얼굴을 보니, 아픈 것이 몹시도 즐겁다. 말년의 거처 따위를 짓느니 이게 훨씬 더 좋다. - 88

- 어머니가 돌아가신 1928년에서 햇수로 33년 후에 아들이 이런 미치광이가 되고, 이런 손자 며느리가 자신의 집안에 들어오게 되리라고 꿈에라도 생각하셨을까? 나도 일이 이렇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 97

-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라면 부상을 당해도 억울하지 않다. 그 부상이 원인이 되어 죽음을 초래하더라도 오히려 바라는 바다. 하지만 그녀에게 짓밟혀 죽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개에게 짓밟혀 죽는다면 그것은 견딜 수 없다. - 113

- “어때? 이 얼굴?”
“참, 뭐라 말할 수 없이 늙고 추한 얼굴이군.”
나는 거울 속의 얼굴을 보고 난 다음 사쓰코의 자태를 보았다. 아무리 봐도 이 둘이 같은 종류의 생물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거울 속 얼굴을 추악하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사쓰코라는 생물은 더욱 더 한없이 우수해 보였다. 나는 거울 속 얼굴이 더 추악해지면 사쓰코가 지금보다 더 우수해 보였을 텐데, 하며 유감스러워했다. - 117

- 어차피 나는 신불을 믿지 않는다. 내게 하느님이나 부처님이 있다면 사쓰코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사쓰코의 입상 아래 묻히는 것이 내 소원이다. - 165

2019. 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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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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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쾌한 복수라니... 아니다. 비장한 슬픔이 남았다.
우연히 읽기 시작한 몇 페이지를 멈출 수 없어 끝까지 읽었다.

완전 허구가 아니라는 현장성 때문일까.
반목하는 대상이 무엇이든(이념, 성적지향, 가치, 성별, 자본 등등) 그 모든 몸부림이 ‘삶’앞에서 그리 중요할까 묻는것 같다.
대체 전쟁의 쓸모란 무엇인가. 살육, 파괴를 통해 나도 너도 모두 부서지고 망가지는 파멸의 욕구일까.

새가슴에 편집증적인 알베르와 통제불능의 반골 에두아르.
그 두 전우의 이야기도 그들에게 얽힌 가족의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가장 눈길이 머문 캐릭터는 조제프 메를랭이다. 비호감의 완성형이며, 내부고발자이며, 양심을 깨우는 인물.
그의 감사와 보고로 완성되는 두 남자의 복수는 어쩐지 ugly God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어쨌든 악인은 댓가를 치르고, 주인공은 평안을 얻었다.
나는 에두아르의 죽음에 몹시 안도했다. 골칫거리로서 잘가라 안녕의 의미가 아니라, 세상과 반목하느라 지친 그의 안녕을 빌어주는 의미에서 말이다.


- 이 전쟁이 곧 끝나리라 믿었던 사람들은 모두가 오래전에 죽었다. 다름아닌 전쟁으로 죽었다.

- 윗대가리들은 협상 테이블에서 칼자루를 쥐기 위해, 최대한의 땅을 확보해 두기를 원한다. 30미터만 더 정복하면 이 전쟁의 결과가 완전히 바뀐다고, 어제 죽는 것보다 오늘 죽는게 더 값진 일이라고 주장하지 않는게 오히려 이상한 사람들 아닌가.

- 모두가 결정적인 분노로, 복수의 일념으로 무장하고서 적을 향해 돌진한다. 사실 이것은 휴전의 전망이 낳은 역효과인지도 모른다. 그동안 너무나도 고통을 받아 온 그들은 전쟁이 이렇게 끝나려는 것을, 이렇게 많은 친구들이 죽었고 이렇게 많은 적들이 살아 있는 상태로 끝나려는 것을 보고는 모조리 학살해 버리고 싶은, 이번에는 완전히 끝장을 내버리고 싶은 욕구에 사로잡혔다. 누구든 사정없이 쑤셔 버리리라.

- 이틀 후, 그도 살인자가 될 준비가 되어 있었다. 4년 동안이나 전쟁을 치뤘으니, 이제 그럴 때도 되지 않았는가.

- 수첩을 뒤적이면서 알베르는 가슴이 꽉 조여 왔다. 이 모든 것 안에 죽은 이는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부상자도 없었다. 시체 한 구 보이지 않았다. 오직 산 자들만이 있었다. 이게 더 끔찍한 이유는, 이 모든 그림들이 절규하듯 외치는 것이 단 하나였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은 조금 있으면 죽을 것이다.>

- 지금 느껴지는 이 감정을 이 억울한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이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고, 모두의 잘못이었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 상황을 책임져야 했다.

- 그게 바로 전쟁의 좋은 점이죠. 그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들 주위에 깊은 정적이 내려앉았다. 프라델은 질문을 대신하여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울였다. 전쟁에서 우리는...... 진정한 본성을 드러내게 되니까요. 알베르가 힘들게 말을 끝맺었다.

- <국민복>을 내놓은 정부가 이와 동시에 5프랑 짜리 <국민 앰플>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 <국민 빵>, 혹은 <국민 석탄>, <국민 신발>, <국민 월세>, 그리고 심지어는 <국민 일자리>도 내놓을 수 있지 않았을까? 알베르는 이런 식으로 생각하다가 결국에는 빨갱이가 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조금은 어리석은 향수에 빠져드는 자신이 바보같이도 느껴졌지만, 이렇게 신발 상자를 옆구리에 끼고 왼손은 붕대로 칭칭 감은 꼴을 하고서, 너무나도 빨리 추억이 되어 버린 이 모든 것을 생각하며 거리를 걷고 있노라니 스스로가 무국적자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이날 저녁부터는 불한당이었고, 어쩌면 살인자일지도 몰랐다. 이 끝없는 추락이 도대체 어떻게 끝나게 될지 알 수 없었다.

- 페리쿠르 씨는 쉰 일곱살이었다. 그는 부자였다. 또 세상의 존경을 받고 있었다. 그는 그 어떤 전쟁에서도 싸우지 않았다. 하는 일마다 성공했다. 심지어는 결혼도 성공했다. 그런데 살아 있었다. 그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 결국 모든게 이 둘로 환원된다. 쌩쌩 날아다니는 것들, 그리고 뒈져 버리는 것들.

- 알베르는 속으로 혀를 찼다. 에두아르에게 여러가지를 비난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아이디어들을 찾아내는 재주만큼은 정말 천재적이군. 특히나 재앙을 불러오는 아이디어들 말이야.

- 조제프 메를랭은 아주 지저분하고도 혐오스러운 공무원이요 실패한 공직자이긴 했지만, 그는 또한 성실하고도 꼼꼼한, 요컨대 정직한 사람이기도 했다. (...) 그에게 있어서 첫 번째 공동묘지 방문은 실로 충격적인 체험이었다. 그의 뿌리깊은 인간 혐오증이 뒤흔들렸다. 그것은 사람들이 무더기로 죽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었다. 그런 것에는 익숙해져 있었다. 지구는 늘 대재앙이나 역병으로 황폐화되기 일쑤고, 전쟁은 이 둘의 조합에 불과하다. 그를 탄환처럼 꿰뚫은 것은 죽은 이들의 나이였다. 대재앙은 만인을 죽이고, 역병은 아이들과 노인들을 죽이지만, 젊은이들을 그렇게 대량으로 학살하는 것은 오직 전쟁뿐인 것이다.

- 모든 이야기는 그 끝에 이르러야 한다. 그것이 삶의 본질이다. 심지어는 비극일지라도, 심지어는 견딜 수 없는 것일지라도, 심지어는 우스꽝스러운 것일지라도 모든 것에는 끝이 있어야 하는 법이거늘, 아버지와는 아직 끝이 없었다. 그들은 원수로 헤어진 후에 다시 보지 못했다. 하나는 죽었고, 다른 하나는 죽지 않았지만, 둘 중 누구도 아직 <마지막>이란 말을 하지 않았다.

2019. 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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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ㅣ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1
백세희 지음 / 흔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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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홀했던 전자책, 물성있는 읽을 책이 널려 있다 보니 한동안 들여다보지도 않았는데, 읽어야 할 일이 생긴 김에 한달 무료로 읽을 수 있는 책들을 여러권 다운로드 받았다.
물론 한달 안에 그 책들을 다 읽기는 요원하고, 자기 전 불끄고가 아니면 전자책을 잘 안보게 되는데.
이번 기회에 좀 친밀감을 쌓아볼까.

이 에세이는 입소문을 타 많이들 읽은 책이라고.
저자의 우울증 상담 내용을 서술, 딱히 어떤 결론이랄게 없는 책이지만.
군데군데 나를 돌아보게 하는 내용들이 있다.

상담이란게 필히 상담자와 내담자의 케미스트리가 중요한데, 두분은 잘 통과하고 있는 것 같다.
(왠.. 평가질..ㅋ)

겸사겸사 긍정적 독서.

- 합리화를 왜 부정적으로 보세요?
성숙한 방어기제 중 하나예요.
자신의 상처나 결정에 대해 이유를 찾는 거니까.

2019. 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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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마티네의 끝에서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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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독.

마키노와 요코는 제목과 같은 인생의 어느 시점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른 정오의 공연이 끝날 무렵의 시간.
초반의 둘의 만남과 각각의 삶이 펼쳐질 때만 해도 사유할 거리들을 마구 던지는 구나.. 정말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이란 하나의 토픽이 존재하는 밋밋한 곳이 아니니, 그런 다양성의 표현이라고 여기니 정말 누군가의 삶에 촛점을 맞춘 듯한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의 훼방, 오해, 결단의 결여, 차선의 선택, 새로운 정부, 비겁한 미련 등이 펼쳐지니 아... 이래서 박한 평가를 내렸던 것이 확실하게 떠오른다.
누군가에게 작가는 로맨스는 아닌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었는데, 다시 생각하니 이 작품을 로맨스로 포장한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느껴졌다. 작가는 그저 삶을 말했지. 복잡하고 쉴틈없이 사건과 사고와 지루가 공존하는 삶 말이다.

그래서인가 이번에 읽으면서는 친구 기타리스트인 다케치의 죽음, 자릴라의 부모님의 죽음, 동료였던 언론인들의 짧게 언급되는 죽음 등에 시선이 멈추었다. 메인 스토리 주변 어느 언저리 중에서도 정말 언저리가 될 법한 죽음말이다. 작가도 그 지점에 눈길을 주었던게 아닐까 어렴풋이 확신? 한다.
그런것들이 좀 더 보였다고 어쨌든... 그리고 주역들의 로맨스는 고구마고 막장 드라마의 원류같고... 그랬다.

- 그 사람은 신이 장난 삼아 날려 보낸 종이비행기 같은 재능을 가졌어. 하늘 저 높은 곳에서 어느 순간 홀연히 나타나 똑바로 휘이익 날면서 언제까지고 떨어지지 않는 종이비행기... 그 궤적 자체가 아름다워.

- 하지만 그 사람에게 값할 만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 없다면 사랑이란 대체 무엇인가.

- 운명이란 행복하든 불행하든 ‘왜일까?’라고 질문을 던져야 할 뭔가였다. 그리고 답을 알지 못하는 당사자는 어찌됐든 자신이 과연 거기에 값할 만하기 때문인것인가, 라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

- 하지만 인간은 결국 다시 한번 운명극의 시대로 되돌아가는게 아닌가. ‘새로운 운명극’의 시대인지도 모르겠어.

2019. 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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