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식물 - 그들에게 내가 꼭 필요하다는 기분이 소중하다 ㅣ 아무튼 시리즈 19
임이랑 지음 / 코난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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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 대한 지극한 정성은, 그를 제외한 세상의 모든 것에 염증을 느꼈을 때 생겼다. 내가 그랬다.
열심히 공부를 한다고 했는데, 초보 식물 애호가(라고 쓰고 호더로 읽어야 할지도)는
그저 열심히 사다 놓고 최선을 다해 죽이기를 반복했다.

엄마는 집안을 식물원처럼 만드는 재주가 있으셨는데,
나는 아닌가?
왜 아니지?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자 집안의 식물들은 눈에 띠게 활기를 잃고 한해 두해를 거치며 하나 둘씩 죽어갔다.
그 희안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현상은 대체 뭘까?
무심과 정성의 중간 어디쯤에 있어야 할 최선을 몰라서 인가?

늘 어려운 상대고, 그래도 포기하기 싫은 식물들...

그런 식물들에 대한 감상이 저자의 비기너 시절을 핵공감하게 한다.

- 나는 정말이지 영화에 나오는 식물의 권리까지 생각하는 사람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미 옳지 않다고 느끼는 것들에 대해서는 까탈스러운 사람이 된 걸 어쩌겠는가. - 34

- 사랑스러운 나의 고사리들은 꽃을 피우지 않고 포자로 번식한다. 꽃을 피우지 않는 식물이라는 사실 때문에 고사리들을 더 아끼게 된다. 모두가 꽃을 피우는 삶을 살 필요는 없으니까. - 58

- 한참 어둠에 허우적거리던 시절처럼 불행을 기다리는 태도로 살지 말자고 다짐한다. 그렇지만 혹시 불행을 기다리는 사람으로 살게 되더라도 스스로를 미워하지는 말자고 다짐한다. 다짐을 쌓아두지만 말고 최선을 다해 지키자, 다짐한다. 다짐을 이렇게 열심히 했으니 마지막 다짐이 더 중요해진다. 다짐한 일들을 지키지 못하게 되더라도 자학하지 말자, 다짐한다. - 85

2019. a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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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7 - 2부 3권 ㅣ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나남출판) 7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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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희라는 인물에 대한 주변의 평가는, 자신의 일문외엔 아무 생각도 없다, 야차같은 계집이다, 불행한 아씨다... 정도로.
모두 다 최서희지만 그 안의 뜨거움은 언제쯤 보여지나.

양반부터 무지랭이 촌부, 어린아이까지도 나라를 뺏긴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는 무거운 시대.

- 잘 묵고 잘 입고 근심걱정 없는 사람들이사 머가 답답해 백성들 생각하겄소? 우리 겉은 놈 아니믄 누가 나서서 일할깁니까. - 63


2019. a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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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K
돈 드릴로 지음, 황가한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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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고 읽어봐야지 벼르고 있던 돈 드릴로를 드디어 읽었다.
대략의 줄거리를 미리 보고 흥미롭다 여겼는데, 실제로 상당히 철학적이면서 서양인의 시각으로 버무려진 오리엔탈리즘이 느껴지고... 뭐 그랬다.
그러니까 그 오리엔탈리즘이란게 도교적이면서 사이비 종교의 어떤 면을 묶어논 것이랄까.
담고 있는 철학이 그럴듯 한데도 오묘하고 애매한 무엇이 탄생한듯.

좋다..라는 기분으로 책을 덮어놓고 리뷰는 삐딱한 이율 모르겠다. -_-;;;

아티스의 직면한 죽음을 계기로 한데 모인 가족, 로스와 제프리. 살가운 적 그다지 없는 로스는 새엄마 아티스의 인위적 죽음을 받아들이라 하면서 슬쩍 자신의 미래도 이럴 것이라 전한다.

기약없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인간이 꾸는 가장 무리한 꿈을 꾸게 하는 것.
결국 개인이 선택하는 죽음에 타인은 방관자, 관찰자, 선의의 조력자 이 외에 어떤 포지션이 가능한가. 아무런 선택지를 주지 않고 받아들이라고 강제하는 모습이 내내 불편했다.
실제로 이런 선택적 죽음에서 멀지 않은 세상을 살고 있기도 하니까.
그리고 이런 선택적 죽음은 자본의 논리와 결코 뗄수가 없다는 점. 선택지는 자본가만이 가질 수 있다는 것도 말이다.

대비할 수 없다라는 점이 죽음이라는 현상의 성질인데, 이 이야기에서는 그 부분이 선택적이라는 점을 중심으로 제프리의 심리 변화가 보여진다.
이 지난한 죽음으로 가는 과정에서 보게 되는 것은 무엇인지,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 그런 생각들이 끊임없이 연장된다.

이 죽음의 프로그램이 수행되는 기지(?)는 파스텔 톤의 색채를 가지고 있는데, SF에서 왕왕 등장하는 이 파스텔 톤이 은유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무해하다는 시그널인지, 자연의 성공적인 인공화에 대한 제시인지... 뭘까? 왜 얼핏 성공적으로 보이는 미래의 색은 파스텔톤 아니면 백색일까.

이런 잡다한 생각들을 책 덮고 한달이 지나서야 하고 있는 것이다.

- 사람은 누구나 세상의 끝을 소유하고 싶어 하지. - 11

- 사람들은 어떤 형태로든 소멸이라는 패턴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 자신의 뿌리 - 죽음에 홀려 있는 - 로 돌아 갈 거예요. 죽음은 고치기 힘든 버릇이니까요. - 80

- 명백한 살인인가요? 아니면 지독하게 때 이른 조력 자살의 한 형태인가요? 아니면 철학자들이 분석해야 하는 형이상학적 범죄인가요? - 123

- 나는 이 밤낮이, (모두의) 미래가 과거보다 나쁠거라는 널리 퍼진 믿음에 대한 (우리의) 숨죽인 철회명령이라고 생각하려 애썼다. - 208


2019. apr.

#제로k #돈드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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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와 여자들의 삶
앨리스 먼로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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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들로 연결된 장편.

솔직히 집중이 잘 안된 채로 읽은 책. 그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말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본문 중의 문장처럼.

어딘가에서, 언제나 여자들의 삶은 변화하고 있다. 물론 남자들의 삶도 변하고 있겠지.
그러나 그 의미와 층위가 전혀 다르다는 것, 그 사실을 전 세대, 전 인류가 받아들이는 날이 올까... 라는 의심이 여전히 있다.

- 나는 알고 싶었다. 앎이 선행되지 않으면 보호란 불가능 한 것이었다. 나는 죽음이 눈에 띄지 않으나 강력한 힘을 지닌 채로 어디든 틈만 나면 잠입할 기회를 노리면서 정처없이 떠도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실과 상황으로 만들어진 벽 뒤에 격리되어 거기 붙박여 있는 것이기를 바랐다. - 89

- 지나간 옛이야기는 이렇게 돌고 돌다 결국 죽음에 이른다. 나는 그 순간을 기다렸다. - 145

- 여자가 피해를 입기 쉬운 존재임을 가정하고 건네는 충고, 남자는 바깥 세상으로 나가 온갖 경험을 다 해보고 원하지 않는 것은 훌훌 털어낸 뒤 자랑스럽게 돌아올 수 있지만 여자라면 어느 정도 조심성있게 행동하고 엄숙하게 호들갑을 떨고 자기 보호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충고. 나는 그런 것을 생각해보기 전에 이미 남자들과 똑같이 할 거라고 결심했다. - 319

2019. a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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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그라운드 - 낙태죄를 둘러싼 성과 재생산의 정치
성과재생산포럼 기획, 백영경 외 지음 / 후마니타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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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신체에 대한 자기 결정권은 낙태죄와 만나면 논쟁의 거리가 된다.
낙태죄라고 통칭하는 임신 중단에 관한 이 책은 헌법재판소의 판결 이후에도 읽어볼 필요가 있는 시의적절한 이야기다.

선고 몇일 전에야 책장에서 꺼내 읽게 되었고, 한달도 더 지난 지금 리뷰를 쓰고 있긴 하지만.... ㅡ.ㅡ

여성의 권리를 제쳐두고 출산율이라는 잣대로만 세상이 끝장나기라도 할것처럼 한탄과 걱정을 한 가득 쏟아내는 정책결정자들과 언론과 일부 세대를 보다보면 이 이야기를 어디서 부터 해야할지 조차도 암담하다.

정작 여성의 재생산권에 진짜 걸림돌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방안을 제시하는 무엇을 기대하는 일이 그리 힘든 일일까. 모성과 가부장적 사고방식에만 기대어 인구 문제를 생각하는 고루한 틀부터 벗어나야 할 것이다.

앞으로 임신 중단권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마무리 될까? 하는 걱정과 기대를 동시에 하게 되는 것은, 나의 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결정과 권한은 내가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 1988년 9월, 6년 간의 임상 시험끝에 미페프리스톤이라는 성분명으로 프랑스에서 임신 중절 약물로 승인되자, 거센 임신 중지 반대 시위와 대중의 우려들이 속속 대두된다. 결국 이에 견디지 못한 루쎌 위클라프의 이사진들이 1988년 10월 시장 철수를 결정하지만, 프랑스 정부와 보건국이 나거 공중보건을 위해 약물을 생산해 줄 것을요구한다. 프랑스 보건부 장관 클로드 에벵은 “나는 임신 중지 논쟁이 여성에게서 의학 진보의 결과물을 빼앗아 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 지금부터 미페프리스톤은 단지 제약 회사의 상품이 아니라 ‘여성을 위한 도덕적인 상품’ moral property for women 임을 프랑스 정부가 보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 71

- ‘신의 이름으로’ 생명 존중을 말하지만, 여성의 삶과 생명에 위협이 되는 상황을 외면하는 가톨릭 교회의 태도로 인해, 정치사회적으로 가톨릭의 영향력이 강한 나라일수록 여성에게 더욱 심각한 상황이 벌어진다. - 116

2019. a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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