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에 대한 지극한 정성은, 그를 제외한 세상의 모든 것에 염증을 느꼈을 때 생겼다. 내가 그랬다.열심히 공부를 한다고 했는데, 초보 식물 애호가(라고 쓰고 호더로 읽어야 할지도)는 그저 열심히 사다 놓고 최선을 다해 죽이기를 반복했다.엄마는 집안을 식물원처럼 만드는 재주가 있으셨는데, 나는 아닌가?왜 아니지?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자 집안의 식물들은 눈에 띠게 활기를 잃고 한해 두해를 거치며 하나 둘씩 죽어갔다.그 희안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현상은 대체 뭘까?무심과 정성의 중간 어디쯤에 있어야 할 최선을 몰라서 인가?늘 어려운 상대고, 그래도 포기하기 싫은 식물들...그런 식물들에 대한 감상이 저자의 비기너 시절을 핵공감하게 한다.- 나는 정말이지 영화에 나오는 식물의 권리까지 생각하는 사람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미 옳지 않다고 느끼는 것들에 대해서는 까탈스러운 사람이 된 걸 어쩌겠는가. - 34- 사랑스러운 나의 고사리들은 꽃을 피우지 않고 포자로 번식한다. 꽃을 피우지 않는 식물이라는 사실 때문에 고사리들을 더 아끼게 된다. 모두가 꽃을 피우는 삶을 살 필요는 없으니까. - 58- 한참 어둠에 허우적거리던 시절처럼 불행을 기다리는 태도로 살지 말자고 다짐한다. 그렇지만 혹시 불행을 기다리는 사람으로 살게 되더라도 스스로를 미워하지는 말자고 다짐한다. 다짐을 쌓아두지만 말고 최선을 다해 지키자, 다짐한다. 다짐을 이렇게 열심히 했으니 마지막 다짐이 더 중요해진다. 다짐한 일들을 지키지 못하게 되더라도 자학하지 말자, 다짐한다. - 85 2019. ap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