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교육 ㅣ 민음의 시 260
송승언 지음 / 민음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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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법을 이용하는 비디오 아트 같다.(실은 그제 정확히 뭔지는 모른다)
무척 시각적인 감각들.

- 더는 어느것도 명확하지 않았다. 나는 시력을 잃은 것이구나, 말...... 잃어버린 나의 말은 눈이 너무커서 그 눈으로 모든 풍경을 담아낼 수 있었고, 그래서 세계는 일렁이다가 그렁그렁하다가 떨어져 마침내 깨부숴지다가 다시 평평한 막의 형태로 펼쳐지며 온전히 잃어버린 말의 눈이 되었고 말, 도대체 울지도 않는 말...... 내 이마를 뚫고 자라나는 나선을 따라 확장되고 있을 풍경 없음. - 일각수 중

2019,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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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비, 뱀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22
박연준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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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어 다시 태어나는 수 밖에 없다. 무엇으로? ‘하는 수 없이‘, 시인으로. 내가 ‘하는 수 없이‘라고 쓴 이유는, 시인으로 사는 일이 뭐 대단히 좋은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 91

- 그들이 보고 싶다. 책이라곤 한 권도 안 읽는 애들이라 아무도 이 글을 볼 순 없겠지만. 그들은 내가 시인이 되었다 하면 배를 잡고 웃을 것이다. 왜 그런 게 됐어? 물을 것이다. - 100

- 15년 전, 고시원에서 두 달간 산 적이 있다. 그곳에서 베토벤의 <템페스트>를 들었다. 그 때 우는 게 뭔지 알았다. 운다는 건 달린다는 거구나. 없는 말을 타고, 흐느끼며 달리는 거구나. 영혼이 갈라지는 것을 느끼며 신나게 달리는 일이구나. 음악은 시보다 강렬하다. 그건 뒤바뀔 수 없는 선율이며 선고이기 때문이다. 시가 사형선고라면 음악은 사형집행이다. 바꿀 수 없다. - 101

- 한밤중에 듣는 음악은 ‘불안‘을 싣고 달리는 트럭이다. 조심하지 않으면 치일 수 있다. - 102

2019.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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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없는 세대 ㅣ 문지 스펙트럼
볼프강 보르헤르트 지음, 김주연 외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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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전야에, 전쟁 한 가운데.. 그 혼돈의 시대가 풍기는 불운과 자포자기의 냄새.
희망을 버릴 수도 낙관을 기대할 수도 없는 세대의 체념.

어쩌면 이 책은 <이별없는 세대>를 읽기 위해 읽어낸 책인지도 모르겠다. 공허한 선언이고, 희망이 있지만, 그 희망은 목적으로서의 희망이기만 한 것 같기도 한데, 전쟁세대에게 느껴지는 그럼 열패감은 현재의 세대들도 충분히(어쩌면 더) 느껴질 동질감아닐까 한다.

차마 길게 남기기 어려운 기억들이라 짧게 끊어 쓴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신의 존재에 의구심을 갖고, 신을 비난하고 신에게 의탁할 수 밖에 없는 가련한 자아의 상념들.


- 가고 있다. 그러나 열차는 항상 너를 역 위에 뱉어내고, 이별과 출발은 피할 길이 없다. (...) 너는 인간이다. 너의 뇌는 기린처럼 외롭게 끝도 없이 긴 목 위 어디엔가 붙어있다. 그리고 네 마음을 속속들이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 33

- 고통으로 가득 찬 밤에는, 우리의 술에 젖은 탁자와 꽃이 피어나는 잠자리와 고성방가로 넘쳐 울리는 거리에는, 전율과 공포와 절망과 벗어날 길 없는 막다른 골목이 있어. 그러나 우리는 웃지.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바쳐서 살아가고 있어. 우리 존재의 모든 것을 다 바쳐서. - 61

- 우리는 만남도 없고 깊이도 없는 세대다. 우리에게 깊이는 끝모를 나락이다. 우리는 행복도 없고 고향도 없고 이별도 없는 세대다. 우리의 태양은 희미하고, 우리의 사랑은 비정하고, 우리의 젊음은 젊지 않다. 우리에게는 국경도 없고 제약도 없고 보호막도 없다. 그런 우리를 경멸하는 사람들이 있는 세상으로 어린 시절 울타리에서 내쫓긴 세대다. 하지만 그들은 세상의 모진 바람이 몰아칠 때 우리의 마음을 의지할 수 있는 신을 마련해주지 않았다. 그리하여 우리는 신이 없는 세대다. 우리는 만남도 없고 과거도 없고 인정받지도 못하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도착의 세대다. 어쩌면 우리는 새로운 벽에, 새로운 삶에 다다르는 도착의 세대다. 어쩌면 우리는 새로운 사랑에, 새로운 웃음에, 새로운 신에게 다다르는 도착으로 가득 차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별없는 세대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도착이 우리의 것임을 알고 있다. - 95

- 하지만 그건 명령이었어. 한 사내가 속삭였다.
하지만 그건 우리가 한 짓이야. 다른 사내가 소리쳤다.
하지만 끔찍한 일이었어. 한 사내가 자조하듯 말했다.
하지만 이따금 재미있기도 했지. 다른 사내가 웃으면서 말했다.
아니야. 속삭이듯 말하던 사내가 소리 질렀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가끔 재미있었지. 다른 사내가 속삭였다. 정말이야, 정말로 재미있었어.
사내들은 몇 시간 동안 캄캄한 밤속에 앉아 있었다. 그들은 잠들지 못했다. 그러다 한 사내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신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어.
하지만 신은 변명거리일 뿐이야.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다른 사내가 말했다.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첫번째 사내가 물었다.
그게 신 자신이 하는 유일한 변명이지. 두번째 사내가 대답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는 존재해. 첫번째 사내가 속삭였다.
그래. 우리는 존재하지. 다른 사내가 속삭였다.
아주 많은 머리를 박살내라고 명령을 받은 두 사내가 잠들지 못하고 캄캄한 밤 속에 앉아 있었다. 머리들이 나지막한 천둥소리를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한 사내가 말했다. 그냥 이렇게 사는거야.
그래, 그냥 이렇게 사는거야. 다른 사내가 말했다. - 130

2019.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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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읽기의 기술 - 숫자를 돈으로 바꾸는
차현나 지음 / 청림출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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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잘 안 고르게 되는 분야의 책인데, 어째서인지 구매했다.
빅데이터, 머신러닝, 딥러닝, 데이터 마이닝.... 이런 소리들을 좀 친근하게 느끼고 싶었던 걸까.
그래서 친해졌나?는 모르겠지만...ㅋㅋ 어쨌든 이 모든 것이 인간의 심리를 알고자하는 - 그래서 돈을 벌고자 하는 - 노력의 일환임은 이해했다.

결국 데이터는 본질이 아니라는 것.

- 소비자는 어떤 공간, 어떤 맥락에 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행동을 할 수 있다. - 91

- 사람을 위해 데이터가 일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 방향성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다. - 258

2019.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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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떡볶이 - '이건 맛있는 떡볶이다'라는 확신이 왔다 ㅣ 아무튼 시리즈 25
요조 (Yozoh) 지음 / 위고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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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나면 정말이지 떡볶이력이 엄청 상승하는데, 막상 밤늦거나 주변에 딱히 맛떡볶이 집이 없을 땐 곤란한 일이다.
언급된 ‘코펜하겐 떡볶이‘와 노원프라자 ‘영스넥‘은 꼭 가보고 싶다. 떡볶이 전국맛집지도 봤을 때 처럼 떡볶이 갈망이 태산처럼 커졌다.

추억의 떡볶이 집을 꼽아보자면 명성여고 옆 길 쯤에 있던 브라질 이라는 곳인데, (브라질 떡볶이라니 브라질과 떡볶이라니...ㅋㅋ) 국물이 적고 젤라틴같은 느낌의 상상하기 어려운 모양새였는데 맛은 또 기가막혔어.. 또 하나는 삼성동 주택공사 골목 포장마차 기운넘치는 할머니 떡볶이... 이 두 곳의 떡볶이는 가끔 정말 생각나는데 유사한 맛을 내는 곳을 한번도 보지 못해 너무 아쉽다.

그리고 본문 중 스치듯 지나간 말이지만, 저자의 아무튼, 연애가 책이 되어 나온다면 꼭 읽어보겠다.

- ‘그립다‘는 말은 내뱉고 보면 언제나 볼품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립다‘는 말을 되도록 참으려고 한다. 내 그리움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다. - 15

- 맛없는 떡볶이 집이라도 존재하는 것이 나는 좋다. 애체로 모든게 그렇다. 뭐가 되었든 그닥 훌륭하지 않더라도 어쩌다 존재하게 되었으면 가능한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 62

2019.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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