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스트 Axt 2019.11.12 - no.027 ㅣ 악스트 Axt
악스트 편집부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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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꼭지들이 많지만, 토니 모리슨의 빌러비드 리뷰를 기대하고 샀는데, 아주 살짝 걸쳤다고 할만한 정도여서 그점은 좀 실망스럽다.

- 기만의 역설 ; 나는 이것을 자아 되먹임 현상이라고 부른다. 이 현상의 특징은 되먹임이 반복될수록 자아가 비대하게 커진다는 것이다. 현상의 주체는 자기혐오에 빠지고 객체인 주변 사람들은 그의 비대한 자아에 정나미가 떨어지거나 운이 좋으면 거부감이 섞인 매혹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결국 주체는 자기혐오의 끝에서 나는 사실 병든 인간이야! 아무도 사랑할 수 없어! 따위를 외치고, 대다수는 안물안궁이지만 운이 좋으면 지인 몇몇이 안쓰럽게 그에게 측은지심을 품을지도 모르고 더 운이 좋으면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을지도 모르는 그런 현상. - 20, 정지돈

- 동성애, 트랜스젠더, 양성애 등 다채로운 인간의 섹슈얼리티를 고려하지 않은 융과 프로이트 시대의 감수성으로 보면, 아니마는 주로 남성에게 부족하고 아니무스는 대체로 여성에게 부족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여성들에게도 아니마가 부족할 수 있고, 남성들에게도 아니무스가 부족할 수 있음을, 우리는 일상 곳곳에서 느끼고 있다. - 163, 아니마와 아니무스, 자기 안의 결핍과 화해하는 개성화의 길, 정여울

- 아니무스와 아니마 자체는 본질적으로 긍정적인 에너지다. 아니무스는 무슨 일이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내는 생의 돌파력이며, 성공적인 리더십을 가능케하는 핵심적 에너지다. 아니마가 넘치는 사람들은 치유와 배려의 에너지로 타인의 삶뿐 아니라 자기 자신의 삶까지 구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 164

2019.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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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눈으로 제 등을 볼 순 없지만 ㅣ 문학동네 시인선 126
정채원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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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하게 매혹적인 저주, 회화적 잔상이 남는다.


<사해, 사해>
사막엔 모래만 있는 게 아니다
삭망을 아는 달도 있다

너와 나 사이
타는 모래만 채워져 있는 게 아니다
영하의 밤도 있다

달려오던 전갈은 모래 속으로
재빨리 기호를 숨기고

너도 무엇이 두려운 거니?
무엇을 기다리는 거니?고도가 되어
사해야 할 그 무엇이 있어
사함 받아야 할 그 무엇이 있어

핑크색 뿔방울뱀 사이드와인더는
고리처럼 구부린 전신을 모래 위로 내던지며 간다
재빨리 먹잇감에 독니를 꽂는 냉혈은
달빛을 흡혈하는 야행성이다

사막에 던진 신의 물음표
우리는 사해로 전진한다

살아 움직이는 끔찍한 부호를
달빛 모래 바다에 던진 까닭을 묻고 싶다

- 불운의 성분과 용량에 대한 지식이
통증과 반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길을 훤히 알면서도
피하지 못한 웅덩이가 있다
밤비는 오래지 않아 그치겠지만 - 제8병동, 옥화 중

- 암중에서도 죽어라
당신만을 모색하였다 - 도굴꾼들 중

- 처음엔 불로
나중엔 얼음으로
망할지라도
늘 일정한 거리
일정한 온도로 얼어붙은 채
서로를 바라보기만 할 것
한동안 잡고 놓지 못하던 손,
손등만 남았다 - 너와 나의 체온 조절법 중

- 사랑은 변하고 환상은 깨어지며 비밀은 폭로된다 - 키르케고르, 죽음에 이르는 병 중


2019.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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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속의 구조대 ㅣ 민음의 시 258
장정일 지음 / 민음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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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진보적인 여성주의를 말하다가 남성의 애잔함을 말하다가... 으 쫌 별론데와 오 쫌 괜찮은데가 무한 반복인것을 보니.
여전하시네... 라는 감상.

<우스운 하이쿠>
식탁에 펼쳐진 바쇼오 시집에
냉잇궁이 튀었네
앗,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이런건 또 귀엽다.

- 보건 복지부와
청와대는
출산율만 걱정하지
어서 죽고 싶은 사람들의 복지는 너무 몰라
그만 살고 싶은 내 마음은 너무 몰라 - 힙합 중

- 태초에 너는 너도 아니었지
동물에도 끼지 못했지
아무것도 아니었지
고작 그것이었지 - 당신 중

2019.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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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선택 ㅣ 87분서 시리즈
에드 맥베인 지음, 박진세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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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87분서 시리즈. (에반 헌터라고 검색되는것은 이명 중 하나인가?)

인간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놓치지 않으려는 형사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희곡 대본의 지문같은 묘사로 서술하는데 범죄소설에 이보다 좋은 선택이 있을까.
현실적인 경찰이 보여주는 현실적인 수사이고, 과함이 없다는 점도 좋다.
배경인 아이솔라시티는 상당히 멀쩡한 동네지만 경찰이 눈코뜰새없이 살인 강도가 빈번한 그야말로 범죄물을 위해 구성된 범죄의 온상인 도시라서 시민들의 안전을 절로 기원하게 된다는 점도 재밌다.

이번 편에서는 애니를 살해한 범인을 찾는 내용이다. 애니는 한 가지로 설명가능한 사람이 아니라는 당연한 이야기고, 그런 애니를 추적해가며 형사들이 던지는 질문은 존재론적 인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나는 누구인지, 무엇으로 정의되는 사람인지.

또 하나 애정하는 시리즈인 마르틴 베크 시리즈 보다도 앞서는 시대의 경찰물인 것도 매력적이다.
87분서는 필히 전권 번역 기원한다.

- 인간에게는 존엄성이 내재돼 있다고 카렐라는 믿었다. 인간은 경박하게 웃고, 술에 취하고, 트림을 하고, 싸움박질을 하고, 욕을 하지만 적어도 똑바로 서 있는 동물이다. - 8

- 듣고, 관찰하고, 기억하고, 심사숙고하라. 그런 다음 필요한 행동에 착수하는 것이다. - 30

- 매번 실리는 이 짜증스러운 ‘저자의 말‘을 꾸준히 읽어온 독자라면 부패하고 열의 없으며 탐욕스러운 내 담당 편집자들이 <마약 밀매인>에서 내가 스티브 카렐라를 죽이는 걸 허락하지도 않은 데다 <사기꾼>에서는 그를 생존하게 하는 것으로 모자라 ˝스타˝로 만들고 그의 아내 역시 ˝스타˝로 만들라고 종용한 사실을 알 것이다. - 260 저자의 말 중.

2019.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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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여단 ㅣ 샘터 외국소설선 3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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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전쟁‘을 읽고 시간이 꽤 흘렀지만, 읽다보니 금새 기억이 복구되었다. 구조적으로 훌륭하기 때문이리라.
우주의 폭력과 전쟁도 결국은 부동산의 문제라는 점과 신체 안에 영혼?을 갈아넣기 전의 신체의 권리 같은 것들도 정말 이제부턴 슬슬 생각해야할 문제라는 점, 휴머노이드에게 감정이란 얼마나 인간같을 수 있을지, 새로운 존재들을 대하는 인류의 방식은 어때야 하는지 정도를 생각하게 한다.
메리 셸리가 호명되어 나오는게 너무 당연한 사체의 활용은 고전의 명맥을 이어나가는 지점이겠다.

재러드 디랙이라는 존재로 태어났지만 샤를 부탱이라는 존재에서 파생된 휴머노이드.
존재와 인륜, 양심 등의 본질적인 것들이 계속 떠오르는 대화들이 이어진다.
전작의 존 페리가 젊은 몸으로 거듭난 것과 달리 재러드 디랙은 존재하던 이의 의식을 이식받았다는 점이 다른데, 이 차이가 꽤 큰 철학적 논쟁을 만들어낸다. 인간의 손에 의해 창조된 존재의 철학이면 이것도 기계철학이라고 해야할까.
재러드 디랙은 명백하게 소수자성을 대변하지만, 약자라고는 할 수 없는 유용한 능력을 가진자이고, 그를 대하는 기존의 인류의 편견은 여전히 인류라는 점이 자꾸 그런 지점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것같다.

진짜 재밌게 읽었고, 곧 후속작도 읽어야지.:)

- 우리는 다른 인간보다 강하고, 빠르고, 똑똑하게 만들어졌다. 그러나 우리가 그렇게 태어난 것도 우리가 달라서 따라오는 결과일 뿐이다. 우리가 다른 점은, 모든 인간 중에 우리만이 목적을 갖고 태어났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목적은 간단하다. 이 우주에서 인류를 존속시키는 것. - 117

- 뭘 알게 되던 한 가지만은 기억했으면 좋겠다. 결국 넌 재러드 디랙이야. 다른 누구도 아니야. 어떻게 만들어졌든 왜 태어났든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건 변치 않아. 나도 가끔은 네가 재러드 디랙이라는 걸 깜박했고, 그 점은 미안하다. 하지만 넌 그걸 잊지 말았으면 해. - 249

2019.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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