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눈으로 제 등을 볼 순 없지만 ㅣ 문학동네 시인선 126
정채원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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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하게 매혹적인 저주, 회화적 잔상이 남는다.


<사해, 사해>
사막엔 모래만 있는 게 아니다
삭망을 아는 달도 있다

너와 나 사이
타는 모래만 채워져 있는 게 아니다
영하의 밤도 있다

달려오던 전갈은 모래 속으로
재빨리 기호를 숨기고

너도 무엇이 두려운 거니?
무엇을 기다리는 거니?고도가 되어
사해야 할 그 무엇이 있어
사함 받아야 할 그 무엇이 있어

핑크색 뿔방울뱀 사이드와인더는
고리처럼 구부린 전신을 모래 위로 내던지며 간다
재빨리 먹잇감에 독니를 꽂는 냉혈은
달빛을 흡혈하는 야행성이다

사막에 던진 신의 물음표
우리는 사해로 전진한다

살아 움직이는 끔찍한 부호를
달빛 모래 바다에 던진 까닭을 묻고 싶다

- 불운의 성분과 용량에 대한 지식이
통증과 반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길을 훤히 알면서도
피하지 못한 웅덩이가 있다
밤비는 오래지 않아 그치겠지만 - 제8병동, 옥화 중

- 암중에서도 죽어라
당신만을 모색하였다 - 도굴꾼들 중

- 처음엔 불로
나중엔 얼음으로
망할지라도
늘 일정한 거리
일정한 온도로 얼어붙은 채
서로를 바라보기만 할 것
한동안 잡고 놓지 못하던 손,
손등만 남았다 - 너와 나의 체온 조절법 중

- 사랑은 변하고 환상은 깨어지며 비밀은 폭로된다 - 키르케고르, 죽음에 이르는 병 중


2019.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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