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 2018년 제63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김성중 외 지음 / 현대문학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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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회라니... 참 오랜 세월 지켜온 소설집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2018년의 소설들, 작가들이 좋아하는 이들로 꽉꽉 채워져 있어 무척 반가웠다.

리뷰를 쓰려고 할 때 책의 제목을 일단 검색창에 넣고 정보를 가져오는데

상속이라고 쓰니 상속, 증여, 이혼 등등의 주제의 책들이 어마어마한 숫자로 쏟아져 나왔다.

김성중 작가가 말한 상속은 무형의 것이고, 검색의 결과들은 유형의 것이라는 점이

문학이 가진 속성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잠깐 웃었다는 말을 괜히 길게 써본다)

세 명의 글 쓰는 사람들이 겪는 죽은, 다가오는 죽음, 그로부터 무언가 무형의 것을 상속받는 이야기는 왠지 숙연해진다. 자선작으로 보여주는 어리석은 물고기의 죽음도 뭔가 그런 속되지 않음에 닿아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 전에 읽었던 김성중 작가의 작품과는 뭔가 달라진게 아닐까 싶은 면이 있었는데, 그게 또 무척 마음에 든다.

김성중의 <상속>, 권여선의 <모르는 영역>, 김희선의 <골든 에이지>, 박민정의 < 세실, 주희>, 편혜영의 <개의 밤>이 좋았다.


불행한 건 괜찮아요. 고통스러운 인간은 자기를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생각에 매달리는 법이니까. 저는 언제나 불행을 숭상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어릴 때는 불행이 모자란 것 같아 불행했을 정도로.
그만큼 네가 평탄하게 살아왔다는 소리지.
막상 내 처지가 되고 보니 그런 개소리는 집어치우게 되더라고요. - 상속, 김성중

어떤 책을 한창 재미있게 읽고 있는 도중에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어. ‘여기서는 안전해.’ 그러니까 왈칵 좋은 거야. ‘안전’이라는 말이 너무 정확해서. 바깥이 어떻게 돌아가든 책을 펼치고 문을 닫으면 보호받는 느낌이 들었어.
나에게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을 때 언니는 이렇게 말해준 적이 있다. - 상속, 김성중

이 사람들 상습적으로 바가지 씌우고 그럴 사람들 아니야. 또 한 번인데 어때? 한 번은 그냥 넘어가.
한 번이니까 괜찮다...... 다영이 팔짱을 꼈다. 한 번 이니까 괜찮다. 그냥 넘어가자...... 아버지는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네요? 그렇게 넘어가면 마음이 좋으세요? 한 번은, 한 번은...... 해도 됩니까?
명덕은 급속도로 굳어가는 다영의 얼굴이 낯설었다.
왜 해도 됩니까, 한 번은? - 모르는 영역, 권여선

2018.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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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주방 구경은 흥미롭다.

그런데 많이 보여주진 않았어.

맥주와 나 보다는 부엌과 나가 조금 더 취향을 건드리는 책이었다.

써먹을 레시피 하나 당근과 참치 마리네!

2018.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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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택시 - 매 순간 우리는 원하지도 않았고 상상하지도 못했던 지점들을 지난다 ㅣ 아무튼 시리즈 9
금정연 지음 / 코난북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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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맛이 좋고 매우 취향의 말투를 가지고 있어서 믿고 읽었다.

역시 유쾌했다.

요즘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서 다 사들이고는 한꺼번에 다 읽어버리고 싶어서

오히려 좀처럼 책이 안 읽히고 있었는데,

눈 깜짝할 새 다 읽었네.

택시 타길 좋아하지도 않고, 경기도러라서 어쩔 수 없는 자가 운전자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아주 잠깐은 택시타고 창밖을 보며 해지는 강변북로를 달려보고 싶어진다.

일종의 대리만족이 이 슬림한 책을 읽는 동안 가능하다.

택시라는 교통수단이 나와는 멀어진지 꽤 되었지만 예전의 불쾌하거나 유쾌하거나 차분했던 기억들이 소환되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영원의 관점으로 응시하면.... “이라고 시작하는 말을 어딘가에서 하게 될 것만 같다.

내가 출판계에 너무 오래 몸담고 있었던 걸까? 나는 수영을 배우면서도 수영을 잘하게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쓰면서도 돈을 벌겠다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물론 일을 하면 돈을 받아야 한다. 될 수 있으면 큰 돈을. 하지만 종종(실은 자주) 현실은 우리를 배신한다. 그것이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을 매년 갱신하고 있는 출판계에서 내가 배운 교훈이다. 한숨과 눈물, 그리고 자기혐오도...... 일지를 쓰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수영이 안 는다고? 시나리오를 썼는 돈을 못 벌었어? 좋아. 그래도 그 과정을 기록해두면 어딘가 쓸 데가 있겠지. 나는 8년차 프리랜서 서평가. 필요하다면 뭐라도 쓰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택시에 대해 쓰게 될 줄은 몰랐지만. - 22

가끔은 택시가 뭐가 그리 좋으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여름엔 에어컨이, 겨울엔 전기장판이 좋은 이유를 굳이 설명해야 하나? 나는 싫어하는 책에 대해서라면 얼마든지 말할 수 있다. 너무 두꺼워서. 너무 얇아서. 주인공이 너무 멍청해서. 주인공이 너무 똑똑해서. 너무 적은 사건이 벌어져서. 너무 많은 사건이 벌어져서.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그런데 좋아하는 책에 대해서는 무슨 말을 한담? 어린 시절 읽은 피너츠의 한 장면이 지금도 기억난다. 라이너스를 왜 그렇게 좋아하냐는 질문에 샐리 부라운은 이렇게 대답한다. “누군가를 싫어하는 이유를 물어보는 건 괜찮지만, 누군가를 좋아하는 이유를 물어보는 건 안 돼. 왜냐하면 그게 더 어려우니까.” 바로 이것이 내가 피너츠를 좋아하는 이유다. - 37

며칠 전, 이 책에 매달려 있는 내게 아내가 다가왔다. 한밤중이었다. 한동안 나와 모니터를 번갈아 보던 아내는 홀로 방으로 돌아가며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게 다 뭐라고......” 우리는 언젠가는 택시에서 내려야만 한다. 그리고 모든 책은 어디선가 끝이 나게 마련이다. 정말 다행이지 뭐야...... -154

2018.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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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우리 영혼은
켄트 하루프 지음, 김재성 옮김 / 뮤진트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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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큰 기대 없었는데, 매우 좋았다.

노을 진 인생의 순간들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기회가 되었달까.

평범하고 나쁠것 없어 보이는 인생을 보낸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동화같은 관계.

더하기 일, 더하기 일, 더하기 일, 빼기 일, 빼기 일.... 같은 이야기여서 여운이 남았다.

결국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조금 궁금했다가 말았다.

그게 본질이 아니어도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몰랐는데 영화로도 있나 보다.

정신없고, 심란하고, 불쾌했다가, 잠깐 기쁜 하루를 보내고 잠자리에 이 책을 꺼내들었는데

결국 다시 일어나 앉아 작은 맥주 한캔, 크래커 한 봉지를 뜯게 되고,

그 뒤에 딸려오는 야심한 밤의 허기 때문에 곤란해졌다. ㅋ

왜 뒤에서 이러고 있어요? 애디가 말했다.
사람들 눈에 덜 띌 것 같아서요.
나는 그런 건 신경 안 써요. 어차피 다 알게 될 거고요. 누군가가 보겠죠. 앞쪽 보도를 걸어 앞문으로 오세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심 갖지 않기로 결심했으니까요. 너무 요래, 평생을, 그렇게 살았어요. 이제 더는 그러지 않을 거예요. 13

다른 사람의 인생을 고쳐줄 수는 없잖아요. 루이스가 말했다.
늘 고쳐주고 싶어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죠. - 156

2018.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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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ㅣ 오정희 컬렉션
오정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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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것.

포장없이 날 것 그대로이기도 하고, 새는 나는 것이니까.

기대한 뭔가는 부족했다.

우리는 모두 매일매일 무엇인가가 되어가는 중이지. 너는 지금의 내가 되기 전의 나야. 아니면 내가 되어가는 중인 너라고 말해야 하나? 그래서 나는 너희들을 보는 게 무서워 견딜 수 없어. 감자 눈을 파내면서 그 여자가 내게 해준 말이었다. - 77

2018.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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