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일하는 사람들, 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이제 첫발을 혹은 늦은 한발을 딛는 사람들의 이야기다.요즘의 한국 작가의 책을 꽤 많이 읽고 있지만, 재작년부터 도서 구입을 조금씩 줄여보자는 개인적인 다짐이 있어서 그에 해당하는 책들은 아쉽게도 신진작가의 책이 된다.이 책도 오!이런 책이 나왔네. 로 지나칠 뻔했으나 출판사의 적극?적인 홍보 인터뷰를 보고 읽어보겠다 쪽으로 돌아선 케이스다.결과적으로 좋은 작가의 데뷔를 놓치지 않아 다행이다.<나의 후쿠오카 가이드><탐페레 공항>이 좋았다.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가 재밌었던 이유는 순전히 바로 전에 읽은 책이 스티븐 킹의 단편집이었기 때문인데, 그 독서의 영향으로 저 천진하고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차있는 화자가 극단적이고, 우발적인 불행의 수순을 밟고야 말것이다!라는 예감을 떨칠 수 없었던 것. 탐페레 공항 에서는 he is living이라는 대사가 아무래도 틀렸어..라는 분위기에 해피 엔딩의 반전을(나 자신이 지나치게 현실에 치우친 결말을 예상했기에) 준 것이 어쩐지 따뜻한 위로 같았기 때문이다. 2019. nov.
비슷한 시절, 비슷한 경험이 묘하게 느껴진다. 세세한 지점에선 분명 멀찍이 있을지도 모르지만...동화로 완성 되기 전의 시 같은 느낌이다. <봄, exit>걸었다밤이었다잎도 없는 검은 나뭇가지에흰 꽃이 피어 있었다희미한 향기가 소근거렸다나 지금, 여기 있어짠물이 흘렀다텅 빈 학교 운동장펜스 사이 피어있는 개나리누군가 돌아오라고 매달아놓은노란 리본들아무도 돌아오지 않았고어디로도 도망갈 곳이 없었다2019. Sep.
1977년 여대 기숙사. 그 안에서 볼 수 있는 모든 풍경이 현재의 여성 담론안에 모조리 있다. 아니 그때부터 지금까지 어떤 변화도 없이 그래왔다고 할 수 있겠다. 40여년이 지나도 멈추지 않는 불화의 이야기들.대학 졸업자 취업률이 96.4퍼센트 였던 시절에도,그런 호황의 시절에서 조차도.이야기 속 주인공들인 여성들은 취업률이 26퍼센트였다.기대한 바에 비하면 감흥은 좀 덜했지만, 그 시절을 겪은 세대에겐 묘한 느낌일지 모르겠다.- 갑자기 큰 소리로 목청껏 뭔가를 외치고 싶었다. 이를테면 명멸, 여로, 폭풍, 쾌활처럼 내가 말하고 싶었으나 발음하기 어려운 단어들을. 그리고 입안에서 맴돌다 사라져버린 수많은 나의 말들. 환희, 명랑, 축복, 낙원, 영원. 하지만 그래봤자 이 옥상의 어둠과 이불의 장막 뒤에 숨어서 혼자 외치는 것뿐이었다. 누구의 귀에도 다가갈 수 없는 말들이었다. - 110- 그 시절 우리에게는 수많은 벽이 있었다. 그 벽에 드리워지는 빛과 그림자의 명암도 뚜렷했다. 하지만 각기 다른 바위에 부딪쳐 다른 지점에서 구부러지는 계곡물처럼 모두의 시간은 여울을 이루며 함께 흘러갔다. 어딘가에 도달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때 우리 모두는 막연하나마 앞으로 다가올 시대는 지금과 다를 거라고 믿었다. - 1932019. Sep.
여자 짐승 아시아하기 신간을 읽기 전 읽으려 꺼냈다. 첫 시부터 강렬한 목소리. 돼지로 표상되는 것이 선명하다.<요리의 순서>라는 시에 언급된 우리나라엔 뚱보 ‘독재자‘가 없다는 말에 건강한 몸마저도 갖고 싶어하는 욕망의 전씨가 떠오른다. 노추.많은 키워드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육체, 벌거벗음, 죽음, 시, 사랑, 여성성, 문명, 구원, 신화....- 아무것도 말하지 않기가아무것도 소리치지 않기가시의 체면을 세워주기가 너무도 힘든 시절이었다 - 시인의 말 - 이 세상은 후손 거라면서 왜 자꾸 셋방살이하는 기분이 들게 해요? - 뒈지는 돼지 중- 잠든 나를 깨우려고 어깨를 흔들었지만나는 멀리 흩어져 버렸습니다먼지만 남았습니다 - 다음은 입자무한 가속기로 만든 것입니다 중2019. Sep.
읽는 내내 이야기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든 다 망할 것만 같은 불안함으로 읽었다.근현대사가 늘 그래왔기에...사실 지명으로만 알고 있지 생소하기만 한 철원이 기차역을 중심으로 쫓기는 사람들과 꿈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된 점은 매력적이다.- 어디선가 총성이 울렸다. 어쩌면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것인지도 몰랐다. 경애는 움찔했지만 곧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발걸음을 옮겼다. 총성은 이제 철새의 울음처럼 때가 되면 돌아오는 무언가였다. - 3762019. au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