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속의 끝을 모르는 망함의 조짐에 대해 근심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그럼에도 인류에게 희망과 믿음을 가지려는 애절한 마음. 언제나 좋은 글을 쓰는 정세랑 작가. - 제국주의적으로 출발한 박물관들이 제국주의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고는 있지만, 구성부터가 역사와 문명의 일그러진 부분을 그대로 담고 있어 불편해질 때가 있다. 아시아의 박물관에 서양 유물이 풍부한 경우는 잘 없다. 반면 서구에선 어딜가나 아시아 유물이 풍부하다. 이런 포함과 불포함의 관계들을 생각하면 입맛이 쓸 수밖에 없다. 동양이 근대화의 정신 없는 급물살을 휩쓸려있던 시기에 서양은 상대를 끊임없이 연구했다. 모으고, 분류하고, 정리했다. 세계는 그런 식으로 만난 것이다. 한쪽이 다른 한쪽에 일방적으로 포함 당하며...... 이 마음 속의 요철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계속 쓸 수 밖에 없을 듯 싶다. - 69- 21세기가 끝내 모두가 받아 마땅한 존중을 누리는 시대가 되길, 만난 적 없는 이들이 모멸 대신 안전을 얻길, 걸음걸음 마다 바란다. - 83-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인 어슐러 르 귄은 ‘안다‘고 말해야 할 자리에 ‘믿는다‘는 말이 끼어드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반복해서 말했고, 이에 깊이 동의한다. 과학의 자리에 과학이 아닌 것이 들어와서는 곤란하다. - 160- 세상이 망가지는 속도가 무서워도, 고치려는 사람들 역시 쉬지 않는다는 걸 잊지 않으려 한다. 절망이 언제나 가장 쉬운 감정인 듯 싶어, 책임감있는 성인에게 어울리진 않는다고 판단했다. 작은 부분에서 시작된 변화가 확산 되는 것은 인류 역사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패턴이기 때문에 시선을 멀리 던진다. 합리성과 이타성, 전환과 전복을 믿고 있다. 우리는 하던 대로 하고 살던 대로 사는 종이 아니니까. - 254 2021. Jun.
정유정 작가의 열혈팬의 자리에서 한발쯤 물러난 지는 좀 되었지만 신작은 몹시 기대했다. 그런데 그냥 기분이 그런 거 뿐이겠지만 왜 여성 살인마인가 라는 생각, 그리고 왜 아동학대인가, 왜 독살을 하는 캐릭터인가 라는 생각. 모든 사건은 개별적인 판단과 사회적 판단 모두 필요하다. 범죄자에게 여성이나 남성이라는 것은 판단에서 고려 대상이 아니어야 하지만, 여성 대상의 범죄가 훨씬 많은 현실과 여성 범죄에 과하게 지워진 사회적 형량에 대해 생각이 많을 때 말이다. 사건에 개요는 어쩔 수 없이 고유정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정말 글쎄다 싶은 소재를 아니 캐릭터를 택했다는 개인적인 평을 할 수밖에...- 엄마는 규칙을 정하는 사람이었다. 규칙을 어기면 벌을 주는 사람이기도 했다. 엄마에겐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았다. 용서를 빈다고 용서 해 준 적도 없었다. 지유는 가차없이 벌을 받아야 했다. 고아가 되는 벌이었다. - 31 2021. Jun. #완전한행복 #정유정
이미 읽은 책이지만 민음사 전집 판형으로 소장하기가 이미 수월한 책장 컨디션이라서 다시 사 읽었다. 인생의 허망함이 정서인 이야기가 뭐 딱히 감명깊다 이런 것보다는 이디스 워튼이라는 작가의 작품들에 대한 관심이라고 할수 있겠다. 이미 죽은자처럼 보이고, 자신의 터전에 어떤 희망도 즐거움도 없는 자. 이선 프롬은 자신의 욕망과 어리석음, 성급함, 윤리와 도의적 책임과 의무로 떠날 수도 없는 자이고, 지나에게 빚진 젊은 시절, 청년기의 희망이었던 꿈의 좌절로 영혼없는 생을 사는 사람이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익숙하고 소중한 것들에 대해 오만했고, 물려 받은 선조의 이름이 걸었는지 모를 주술 탓도 있을테지만... 그야말로 피해자인양 하는 점은 꼴사납다. 매티 그 사랑스러운 매티 , 결국은 이선 프롬을 옭아매는 사슬이 되어 버리는 매티까지...정말이지 우유부단하고 우매한 남자 하나로 비롯된 두 여성의 불행 이야기. 2021. Jun.
북유럽 스타일의 사회주의적이고 노동자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사회를 바라 보는 시선이 특징인 마르틴 베크 시리즈. 인플레와 물가상승에 대해 꽤 공들여 묘사 하는 점이 인상깊다. - 경찰에 일은 현실주의, 정해진 절차, 집요함, 체계에 바탕을 두고 이루어진다. 물론 까다로운 사건이 우연히 해결 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우연이란 융통성있는 개념이고 요행이나 운과는 다르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범죄수사의 성패는 우연의 망을 가급적 촘촘이 짜내는데 달려 있다. 번득이는 육감 보다는 경험과 성실함이 더 많이 기여한다. 명석한 두뇌 보다는 좋은 기억력과 건전한 상식이 더 귀한 자질이다. - 612021. Jun.
드디어 랄까. 시리즈물에 시큰둥 하다가 어느 순간 발동이 걸려서 해리 보슈, 미키 할러, 잭 리처 시리즈를 다 모았다. 미키 할러를 네 번째 책 부터 읽어서 (사실 순서가 사건 자체 큰 의미는 없지만) 다른 시리즈는 시간 순으로 읽어야지 싶다. 줄거리엔 문제가 없지만 인물관계 변화 같은 게 좀 띄엄띄엄이라서.충분히 재미있고 법정물이지만 긴장감도 뛰어나다. 역시 마이클 코넬리네 싶은 몰입도가 있다. 하루 한권 오일간 다섯권을 내리 읽었다.- 지키고 품어야 할 법 따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당사자주의, 억제와 균형, 정의의 추구같은 로스쿨 개념은, 다른 세계에서 건너온 조각상처럼 부식되어 버린지 오래였다. 법은 진실과 아무 상관이 없다. 그곳엔 오직 타협과 계량과 조작만이 있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나도 무죄냐 유죄냐를 다루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 유죄 아닌자가 어디 있단 말인가? - 37- 무고한 의뢰인에게는 더 많이 청구해야 해. 변호하기가 정말로 지랄 맞거든. 그건 또 웬 궤변이야? - 117 2021. Ju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