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이야기 - 2015년 제39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ㅣ 이상문학상 작품집
김숨 외 지음 / 문학사상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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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숨 작가의 <국수>를 인상깊게 읽었었다.

그 작가의 <뿌리이야기>.

끊임없이 자기 말만, 뿌리에 대해서만 강박적으로 말하는, ˝그˝

이런 존재, 공포스럽다. 왠지 싫은 사람이 냄새가 훅 끼쳐오기도 하고. 자신의 결핍으로부터 도망치듯 침잠하는 인물.

뿌리의 강한 흙냄새같이 강렬한 작품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왠지 국수와는 다른 그로테스크. 자선작 <왼손잡이 여인>에서도 강하게 다가온다.

조경란의 <기도에 가까운>.

이 단편에 후반부에서 덜컥 붙들리고야 말았다.

죽음이 한발짝 앞에서 어른거리고 있다는 것.
그것을 감지한 상태로 일상과 비일상을 살아가는 것에 대해. 남아있을 것들과 천천히 행해야하는 이별.

마음이 무겁고 손발이 땅바닥으로 가라앉는 것 마냥 축__ 늘어진다. 절대 익숙해지지 않을 단 한사람의 부재.

윤성희의 <휴가>와 이장욱의 <크리스마스 캐럴>도 무척 좋았다.

저 뿌리를 보라니까...... 라르고의 생명력으로 땅 속을 장악해갔을 뿌리를..... 관조된 시간이 느껴지지않아? 뿌리가 땅 속에서 일보 일보..... 극한의 기호를 필요로 할만큼 미분된 시간을 기록하듯 내딛는 동안 땅 위 지상으로 뻗은 가지들에는 잎과 꽃이 수없이 피었다 지고 열매가 맺혔겠지. 문득문득 새들이 날아들어 쓸 거야. 46억년이나 32억년 우주를 떠돌던 운석이 지구로 떨어지듯 새들이 날아들어, 둥지를 틀고 알을 낳기도 했겠지. - p. 14, 뿌리 이야기 중

어째서인가 한 이야기들보다 하지 못한 말들이 저 빗방울처럼 가슴을 적시고 있는 것 같았다. - p. 193, 기도의 가까운 중.

2015. F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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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의 역사
최민석 지음 / 민음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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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 작가의 블로그가 있다.

그 곳에 얼마 전까지 베를린 체류기를 썼다.

심신이 지치고 우울한 날 그 블로그에 기웃거리면, 제법? 기운이 났다.

박장대소까지는 아니어도 피싯~ 하며 웃을 수 있는 일기였다.

이미 장편과 에세이를 읽어보았지만 체류기를 본 이후에 읽는 풍의 역사는 조금 체감지수가 다르다.

생활인으로의 작가의 민낯을 본 이후라서 그런듯 하다.

백퍼센트 내 취향은 아니지만 속도감도 있고 재미도 있다. 신작이 나오면 또 사게되겠지.

이풍. 이구. 이언 삼대의 이야기 인데,
말끝에 허허허 웃음을 붙이는 할아버지 ˝풍˝덕에 허씨로 통하는,
허풍. 허구. 허언의 역사를 말하고 있다.

굵직한 역사의 에피소드마다 영문모른채 얼굴을 들이미는 스냅사진의 인물같이 불쑥불쑥 오지랖 흩뿌리며 살아온 개인의 역사를 읽게된다.

천명관의 고래도 떠오르는 스타일.



2015. F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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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도서관 - 책과 영혼이 만나는 마법 같은 공간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강주헌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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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지루할 것 같은 도서관의 이야기.

그 안에 수많은 차별과 무지와 혁명 이야기.

자본, 종교, 분서를 포함 방대한 도서관 에피소드가 있다.

의도하고 고른 책은 아니지만 읽을 거리는 많다.

그럼 내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를 끝내면서 나는 무엇을 구해야할까? 아마도 위안이 아닐까 싶다. 아마도 위안일 것이다. - p. 337

2015. F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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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서취향 어디가 ˝발도로프˝인형과 맞닿아 있기에 추천도서에 끼워져 있는지.

누가 좀 알려줘요. 도대체 추천 목록은 뭘 기반으로 하는건지.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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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녀 ㅣ 창비세계문학 37
쿠라하시 유미꼬 지음, 서은혜 옮김 / 창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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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려하고 아름다운 문장들 속에 독을 품은 가시처럼 무기력과 타락이 숨겨져 있다.

어째서 이런 글일까. 무려 1965년 작품. 35년생 작가의 작품. 어마어마하다. 그시대 이런 작품이라니.

모던하다는 것 이외에도 고풍스럽고 우아하다라고 말할 수 있겠다.

경제적 궁핍에다 절망스러움을 베이스로 깔고가야하는 요즘의 퇴폐와는 비교할만한, 여유로움의 퇴폐미가 있다.

세상은 더럽고 기성세대는 개똥같지만 아무렇게나 막 살고 있는 나, 그 ˝나˝의 미래는 순탄하리라는 안도감 같은 것이 존재하는 퇴폐.

그리고 미키는 악녀인가 성녀인가라는 판에박힌 성녀 창녀론으로 소화할 이야기는 아닌듯 하다.

또 하나, 과연 ˝나˝가 미키를 사랑하는가? 했는가?의 문제. 집착, 질투를 보이는 듯하지만 확신없이 끌려 다니기로 정해버리는 모습. 비슷한 인간끼리의 동지의식같기도하고, 무심하게 식물을 키우는 정원사같기도하고. 둘 사이엔 꽤나 논쟁적인 근친 키워드가 존재하지만 그로 인한 전개는 없다는 점. 의식하지 않는다고 할까.

그런 점들이 모호한 인상을 주고 있어 왠지 이 소설의 테마가 모호함인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전위인가.

˝이게 도대체 소설이긴 한가?˝라는 작가의 말인지 작중 ˝나˝의 말인지 모를 말에는, 작가가 단지 퇴폐와 근친이라는 것에만 경도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증거로 작용한다.

미키는 더없이 순진하게 이 사기꾼의 접근을 허락했다. 괜찮아요, 얼마든지 내 안으로 들어오셔도 좋아요, 어짜피 내 안은 텅 비어있으니까요. 그것은 미키가 퇴원 며칠 전에 한 말이었는데 나는 그 말의 매력 탓에 정말로 미키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 p. 71

˝미안해요, 이렇게 수다를 떨어서. 다음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 거 아냐?˝ 하고 미키는 너무나 정상적이고 평범한 소리를 했다. ˝미치광이면 미치광이답게 그런 걱정 같은 건 하지마!˝하고 나는 고함을 질렀고 밖에 서 얼쩡거리고 있던 못생긴 주부를 증오에 찬 손짓으로 쫓아 보냈다. 그러고선 나는 협박하듯 말했다. ˝알겠어? 이것만 잘 들어둬. 멍청하게도 나는 너를 사랑하는 것 같아. 그러니 나는 네가 어디로 도망가든 어디까지라도 쫓아가서 널 이해 할거야. 널 노에마의 핵으로 삼아 버릴게. 너를 생각하니까 나는 존재해. 너는 도망 칠 수 없어. 이런 말이야.˝ ˝그래서 나랑 결혼하고 싶다는거군요˝ 하고 미키는 한숨을 섞어 말했다. - p. 234

나는 미키 안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귀를 기울이고 미키로부터 대답을 기다렸다. 하지만 답은 없었다. 나는 천천히 죽어가고 있었다. 마치 괴저에라도 걸린 것처럼 나는 미키 안에서 녹아 없어졌다. 이것이 우리의 결혼을 의미했다. 질 나쁜 농담처럼 말하자면, 정신병원으로 도망쳐 들어가는 대신 미키는 결혼 속에 자신의 주검을 유기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바로 이것이 나에게 일어난 일이라는 사실을 나는 깨달았다. 요컨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 일도. 밤이 끝나고, 해가 떠오르겠지. 나는 차가운 여신같은 엉덩이를 어루만져보았다. - p. 238

2015. F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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