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하면 할 수록 최근의 경험이 물려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진다.이 에세이의 경우,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이었다.마침, 읽다가 던져놓아서 조금 찔려서 더 그랬을 것이다.수사보다는 실체에 가까운 작가의 이야기이고, 드라마 마지막회라기 보다는 16부작의 5회정도 쯤의 평범한 해피엔딩이다.여행지에서 음식을 많이 사오지는 말자. 라는 선언 혹은 조언 혹은 교훈은 기억해 놓을 만 하다.인격자, 리더, 세계사의 위인들, 일일드라마의 주인공들이라면, 그런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믿고 ‘난 할 수 있다‘며 결의를 다지겠지. 나는 그런 훌륭한 인간이 못 되었으므로 끊임없이 번민했다. 내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내가 옳은 선택을 한 걸까?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마흔이 되어서까지 그런 걸 고민한다는 게 이상했다. - 212016. Dec.
기약 없는 죽음이 문득 코앞으로 다가와서 나와 눈을 마주치고 휑뎅그레한 시선을 던진다면이런 기분일 것이다.당혹스럽지만, 어쩔 도리 없는 체념과 심란한 마음.여자는 잠에 빠지듯 혼몽합니다. 몸이 조금씩 빠져나갑니다. 스르르 욕조 구멍에서 빠져나가 다른 세계로 흘러갑니다. 모든 수치와 장난, 인연으로부터 먼 세계로 나아갑니다. 기고 있지만 날아가는 것 같고 유령들과 한패가 된 듯도 하지만 동물들의 울음을 이해합니다. 용감무쌍하지 않고 나약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절반 죽은 것 같습니다. - 유령 시인들의 정원을 지나 중.˝한숨 자둬요, 도착하면 깨워줄게요.˝ ˝저, 혼자 타고 가니 미, 미안하네요.˝ 나는 백미러를 통해 그를 보려하지만 보이는 건 내 얼굴뿐. ˝아무도 안 탔더라도 출발해야 했고 이 막차가 내일은 거기 첫차거든요.˝ - 항상 엔진을 켜둘게 중.어느 순간 나는 당겨지지 않았고어느 순간 나는 버거워하지 않았으며결정적으로 유연해졌다 장력을 잃었다 - 타블라 중.최선을 다해 빛나지 않으려고 애쓰는 빛나는 것들의 심정이 이러할까? - 작가의 말2016. Dec.
La grande poésie de la vie.삶의 장대한 시.외롭고 무력한 인간은 어디에 가 닿게 되는 것일까.사라진 천국을 되찾으려는 여정같기도 하고, 그저 그런 이야기들이 물리고 물려 흘러가는 보통의 인생같기도 하고.매번 등장 인물들이 어떻게 되어 버리는게 아닌가 조마조마한 기분은 존 치버이기 때문이겠다.불쑥 죽음으로 밀어 던져도 의미있는 항의 한번 못하고 당하게 되는 기분. ㅋㅋ굿굿.:)파머 박사의 진료실은 구식 건물의 4층에 있었다. 열고 닫을 수 있는 이 건물 창문들을 통해, 어떤 남자가 다른 남자에게 공을 던지라고 커다란 목소리로 유쾌하게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운동장에서 들려오는 소리였지만 그가 깊은 갈망과 향수를 느낀 것은 그의 젊음뿐만 아니라, 삶이 지닐 수 있는 활기와 단순함과 아름다움 때문이기도 했다. 자신은 그런 삶에서 얼마나 멀리 벗어나버린 건지! 그는 이런 단순함과 유용성을 다시 붙들고 싶다는 진지한 마음으로 의사의 임대료가 될 돈을 지불하고 있었지만, 이미 너무 먼 곳까지 와버린 것 같았다. - 79여러분은 진짜 범죄자들과 악당들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할지 모른다. 고귀한 정신을 지닌 환경운동가를 살해하고, 주민들의 복지를 책임지는 사람들을 유혹하고 매수해서 타락시킨 자들. 이런 비열한 자들을 고발하지 않는다면, 태만으로 인한 공모죄를 짓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또다른 이야기이다. 내가 맨 앞에서 말했듯이, 이것은 비 오는 밤 낡은 집에서 침대에 앉아 읽는 이야기일 뿐이다. - 1432016. Dec.
어쩌면 조금 이르게 읽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앞뒤없이 드는 생각.그래도 오너라, 속상하게 지나간 날들아.어리석고 투명한 저녁이 비에 젖는다.이런 날에는 서로 따뜻하게 비벼대야 한다.그래야 우리의 눈이 떠지고 피가 다시 돈다.제발 꽃이 잠든 저녁처럼 침착하여라.우리의 생은 어차피 변형된 기적의 연속들,어느 해였지?준비 없이 떠나는 숨 가쁜 봄날처럼. - 봄날의 심장 중.사람은 일어서고 싶다고 아무 데서나 일어설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수천 년의 역사가 흔들어 깨워도 일어설 수 없는 무거운 때와 장소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 - 잡담 길들이기 13 중.젊은 날, 들개처럼 헤매며 살다가 낯선 땅에 쓰러진다 해도 내가 한 때 강제로 잃었던 자유만은 절대로 놓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유는 좀 추운 구석이 있다. 아무 데나 적당히 기댈 수 없어서 일까. - 본문 중.2016. Dec.
검지 손가락 두개를 쫑쫑 부딪히는 일러스트가 왠지 귀여워서.그러나 본문은 군데군데 괴리감이 생겨서 ...마케이누, 떠받들어주기, 총애 등등의 키워드로 삼은 단어들이 와닿지 않았다.일본인 다운 표현이랄까 스스로 모멸감을 심어주는 자학적으로 느껴지는 단어 선택이 그랬다.미숙함을 사랑하고 경외하는 문화라는 것이 확실하게 다가온달까.자학이 통쾌할 수도 있는 노릇이지만,여기에선 그런걸 느끼지 못했다.캐릭터 티셔츠를 입은 중년을 인파 속에서 흡연을 하는 이와 동급으로 놓는 지점이랄까.... 누군가에게는 큰 민폐라고 생각한다는 점은 글쎄. 화를 내고도 스스로 서태후 같았는지 복기하며 섬뜩해 하는 것도...엄마정도의 감각은 아니지만 이모정도의 감각으로 조직을 아우른다는 표현도... 그렇게 까지.... 라는 생각.전체적으로 여성의 중년이라는 시기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그저 인간으로서의 노화과정이 아닌 여성을 이야기 한다는 데서 나름의 의미를 찾아야 하는 것인지 한번 생각해 볼 만하다. 다른 얘기지만, 후반부에 나이가 들면 <겐지 모노가타리>나 <마쿠라노소시>를 읽는다는 부분에서 살짝 뜨끔했다.마쿠라노소시를 이미 읽었고, 겐지 모노가타리도 언젠가 읽어야지 하고 꼽아 놓았기에....일본인 저자 기준 나이가 든 요건을 갖춘 셈인걸까.생각하던 바에 비해 길게 썼지만, 요약하자면 ‘사노 요코를 기대했지만 아니었다.‘ 이다.노파를 야유하려는 건 결코 아니겠지만 노에서 노파를 다루는 방식을 보면 노옹과 비교했을 때와 분명한 차이가 있다. 노에서 ‘노옹‘은 장수와 행복의 신이다. 노인이기는 해도 그 늙은 모습에는 경사스러움이 뚜렷하게 드러나 있다. 반면 노파는 ‘너무 오래 산 여자의 황망한 모습‘이고 음침함을 두르고 있다. - 25그토록 건강하다는 것을 어필하던 중년이 무심결에 이런 고백을 한다면?˝사실은 무릎이 좀 안 좋아.˝갑자기 친근감이 넘쳐흐른다. - 1692016. D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