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황근하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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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스러운 비참.

상상력과 세밀한 고증으로 엮어낸 이야기.

목적지가 선명하지 않은 탈주와 집요한 추격, 느닷없이 닥쳐오는 파국이 마음을 어지럽힌다.

그렇게 가쁜 길을 가는 중에 코라는 스스로 많은 것을 깨우친다.

오늘 날 같은 세상이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코라들이 있었을지 생각만으로도 아득하다.

그럼에도 아직 오지 않은 목적지를 떠올리면 현기증이 일어난다.

그 와중에 표지가 참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원작의 표지와 같구나.

날이 밝고 보니 그들은 목까지 흙탕물이 튀고 온몸에 홀씨와 덩굴손을 뒤집어쓴게 꼴이 말이 아니었다. 코라는 그런 건 아무렇지 않았다. 태어나서 집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잡혀가 사슬에 묶인대도 여기까지 와본 사실은 변함없었다. - 71

2017. s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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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들의 학교
박민정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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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한 벽돌을 던지는 문체 때문인지, 나아질 기미가 없는 삶의 묘사 때문인지.

읽고 나서 속이 답답해졌다.

다채로운 인생들이 담겨있지만, 잘 모르겠다고 느껴지는 생경함은 왜일까?

정작 자기반성의 제스처란 통렬함 외엔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는 행위 아닌가. 문학이란 가장 비천한 인간들이 감히 심판자를 참칭하는 결여된 자리일 뿐인가. - 56

매일같이 적당량의 물과 볕을 공급해도 금세 이파리를 축 늘어뜨리며 말라 죽었다. 과습 아니면 건조로 식물이 죽어버릴 수 있다는 설명을 보면 모든 죽음의 원인이 과잉 아니면 결핍으로 여겨지곤 했다. - 160

2017. s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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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이야기.

시녀이야기를 읽을 때도 그랬지만, 좀 처럼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 전경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촛점을 맞추다 보면.

어느 순간 이야기의 중심으로 들어선다.

노년의 아이리스의 이야기와. 로라와 아이리스의 성장부터 죽음에 이르는 장대한 역사와. 눈먼 암살자라는 소설. 로 구성되어 있는 이야기는 결국 모두 그녀의 이야기다.

예상 했지만, 반전도 있다.

소용돌이 치던 전쟁의 시절들과 대공황의 시기를 지나오면서도 유독 색채감이 느껴진다.

얼마 전 읽은 책에서의 작가에 대한 묘사가 떠올라서 어쩐지 더 몰입이 된다.

2017. s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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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키우는 이야기 / 여치 / 급히 고소합니다 ㅣ 루켓유어셀프 1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욱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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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아슬아슬하게 염증과 혐오의 경계.

이번엔 개 때문에 으악 하려다가... 결국 귀여운 이야기가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여치도 좋았는데, 급히 고소는 취향이 아니더란...

뒷마당에서 여치 우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툇마루 밑에서 울고 있었지만 그 자리가 내 등줄기 바로 아래여서 어쩐지 내 등 속에 그 작은 여치가 파고들어와 울고 있는 것만 같았어요. 나는 여치 울음소리를 들으며 이 자그마한 미물의 희미하고 미약한 소리를 평생 잊지 않고 등줄기에 간직해야 한다고,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말고 살아가리라 다짐했답니다. - 62

2017. a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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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 이야기 (특별판, 양장)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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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할말이 많지만 다하자니 끝이 없을 이야기.

내 이름은 빨강이라고 어느 남자 작가는 말했지만, 오브프레드는 빨강은 나의 색이 아니라고 처음부터 선언한다.

이토록 안정적으로 보이는 지옥에 나는 절대 속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내던지듯.

그녀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 세상 안에 내가 존재했다면 어느 지점 쯤일까 하는 불안함으로 읽을 수 밖에 없는 이야기다.

나의 안위를 장담할 수 없고,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함부로 예측할 수 없는 무대위에 올려진 주인공은 누구도 믿을 수 없기에 끊임없이 회상하고 사유하며 독백한다.

빈약한 힌트만 주어진 길을 독자로서 더듬더듬 걷는 것은 유독 이 소설에서는 유쾌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그 이유가 여성이라는 나의 입장때문이라고 여겼지만, 그렇게 결론 내리기엔 이야기 속 세계의 남성도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 어쩌면 존엄하지 않은 인간들이 페이지마다 살아있어 불쾌한 것 아닐까.

여성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디스토피아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저 상상 일까?

여기에 그려진 모든 장치들이 수많은 여성들의 과거와 현재, 그렇지 않길 바라지만, 미래의 모습 일지도 모른다.

오브프레드와 다른 오브썸원에게 던지는 나의 작은 응원이 허무로 남는지 안도로 남는 지는 불투명하다.

이야기로서도 사상적으로서도 무궁무진한 이야깃거리가 될 만한 소설이다.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메타픽션이고, 에스에프적이며, 서스펜스와 드라마가 넘쳐난다. 이것은 그야말로 whole package…

루머일 수도 있지만, 마거릿 애트우드가 속편을 쓴다는 이야기도 있고…. 그렇다면 기대한다. 앞으로 쓰여질 속편도, 애트우드의 다른 이야기들도.

우리는 미래를 갈망했다. 우리는 어쩌다 터득하게 되었을까? 영영 채울 수 없는 허기를 갈구하는 이런 재능을, 도대체 어디서 배워버린 걸까? 갈망이 공기 중에 떠돌았다. - 10

2017. aug. 재독 후 다시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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