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능력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336
김행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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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보는 사람처럼
지평선이 뜯어진 세계처럼
우리는 안녕 - 시인의 말

- 몹시 사적인 날씨야. 인생을 우물 같다고 하든, 바다 같다고 하든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어. 사적인 날씨에 휩쓸리면 우리는 그때마다 유일한 날을 꿈꾸지. - 가로수 관리인들 중

- 나는 지나갔어요. 가장 슬픈 마음도 나를 붙잡지 못해요. - 세월 중

- 너를 관통하는 그 모든 느낌들을 나는 장악하지 못한다. 일시적이고 희미한, 그러나 어쩌면 너의 전부일지 모를 그 느낌을 내가 모른다면 나는 너의 무엇을 사랑하고 있는 것인가. 나는 네가 없는 곳에서 너를 사랑하고, 너는 네가 없는 곳에서 사랑받는다. 그러니까 나는 너를 사랑하지 못한다. - 신형철, 해설 중

2019. o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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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는 사랑이 없다 ㅣ 문지 에크리
김소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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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작가의 사랑에 대한 철학 에세이 중 가장 좋았다. 아니 외국작가의 것들과 비교해도 아마 가장 좋지 않았나 싶다.
‘김소연‘ 시인에게 만큼 만족감을 느낀 글은 없었던 것 같다.
번역을 거치지 않은, 언어를 아름답게 다루는 시인의 사랑 철학이라 더더욱 좋았다.
‘사랑‘을 표방했으나 ‘삶‘에 대한 이야기다.

이 글을 읽고 볼프강 보르헤르트의 <이별없는 세대>를 읽어야 겠다고 생각한다.

-사랑을 멜로로 연결짓고 식상해하던 습관이 사랑에 대한 결례라는 걸 우선 알아채야 했다. 사랑의 적들은 사랑의 반대편에 있지 않고 사랑의 내부에 매복해 있다는 것도 알아채야 했다. 사랑의 적들이 겹겹이 덧씌워진 채로 사랑은 본래의 얼굴을 읽은 지 오래되어 보였다. 사랑에 대하여 무지한 채로도 사랑을 했던 나같은 이들이, 사랑으로부터 소외되는 것으로써 사랑을 소외시켜 왔던 것이다. - 13

- 그녀가 그토록 거부해왔던 것들이 실은 사랑의 본령이 아닐까 그녀는 생각하게 되었다. 사랑이란 ‘설렘, 두근거림, 반함‘ 이 정도가 전부인 것은 아닐까, 라고. 그 자그마한 세계가 겨우 사랑은 아닐까 하고. 그것만이 순결하고 아름답고 환한 사랑의 순간 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의 모든 절차는 사랑의 사망을 향해가는, 지난한 애도의 절차같기만 했다. -22

- 어쩌면 그 청춘의 시간은 일찍이 노인이 되어버린 시절인지 몰랐다. 노인처럼 세상을 다 산듯 살았으나 노쇠하지는 않아서, 희망을 희구하지 않았고 너절한 삶을 용서하지도 않은 채로 환멸을 에너지 삼아 숨을 쉬었다. 소중한 것이 없었다. 소중한 것이 없다는 감각만이 소중했다. - 136

- 방 안에 흩어진 여러 명의 나. 그 여러 명 중에서 가장 눈에 띄지 않는 희미한 누군가를 발견했다. ˝나는 나와 나 사이에 있는, 신이 망각한 빈 공간이다.˝ 나는 나와 나 사이에 있어 보기로 했다. 그냥 나와 나 사이에. 나와 나 사이의 빈 공간에. 신이 망각한 이 공간을 발견할 수 있어서 기뻤다. - 218

2019. S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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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이 별을 떠날 때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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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작가라고 생각하지만 남성작가의 어린왕자... 순수... 어쩌고 하는 글엔 어쩐지 삐딱하게 된다.
온전히 내 kibun의 문제일까 생각해보기도 했지맨 내 의견에 동의해주는 몇몇 지인들 덕에 안심?했다.

은퇴한 뱃사람이 만나는 생떽쥐베리 사후의 세계 속 어린 왕자는 오글거리는 면과 처연한 면이 있다.

주인공인 은퇴한 선장은 어릴 때 도박에 빠져 할아버지의 임종도 지키지 않는, 그러고는 집을 나간 아버지를 보며 가부장의 비합리, 모순, 불화를 직접적으로 체화했지만, 또 하나의 가부장이 되어(될 수밖에 없이) 가족을 건사하는 존재로서 존재할 따름이다. 아내에게 줄 것은 ‘돈‘ 뿐이었던 선장생활은 도박이나 외도는 하지 않는 건실함으로 어필하지만, 끝내 아내가 병으로 죽음에 이르러서야 집으로 돌아오는 남자의 처연함(--)이 있다. 그리고 귀향한 곳에서 만나는 어린왕자.... 뭐 그렇다.
성실히 열심히 살았을 주인공에게 크게 공감할 수 없는 것은 내 탓이겠지.
뒤 끝이 좀 시큼털털한 것도 내 탓이겠지.
좋은 사람이지만 그 좋음이 좋은것인지 애매한 그런 기분.

- 밤낚시란 지루한 행위다.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름다운 별들과 별빛을 반사하며 출렁이는 바다, 허공을 지나가는 등대 불빛이 아름답다고 생각할테니까. 물론 아름답다. 그렇지만 그런 것은 날마다 그 자리에 있다. 우리는 돌아보면 늘 있는 것에게는 아름답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 35

- 내가 일찌감치 다른 곳에서 어떤 것이 되었다면 그 때문에 생긴 세상의 변화는 무얼까, 하는 별 의미없는 궁리도 한동안 이어졌는데 그래봤자 상실과 무료함의 부스러기 같은 거였다. 우리는 어떤 경우라도 한 가지 형태로만 현재를 유지할 수 있으니까. - 179

2019. o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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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33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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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줄로만 알았던 동생, 그 사건과 관련된 숲, 사소한 거짓말.
매력적인 도입이었으나 전개되는 과정이 식상했다.
이것저것이 죄다 클리셰라 글쎄...싶은 마음.
무고하다기엔 조금씩 하자?가 있고, 그 사실을 간과하면 편하겠으나, 생각보다 그런 지점들이 신경쓰여 재미를 느끼기엔 장애가 된다.

- ˝내가 여기 앉아서 돈엔 아무 관심이 없다고 했다면 날 믿어줬겠어요? 당연히 아니겠죠. 돈엔 아무 관심이 없다고 어디 한번 말해보세요. 내가 믿을 것 같아요? 난 그들이 날 강간하기 전에도 돈에 관심이 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난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그들은 날 강간했어요. 난 그들이 감옥에서 썩는 걸 보고 싶어요. 거기다 돈까지 받아낼 수 있다면 마다하지 않을 거고요. 그만큼 난 절박해요.˝
나는 뒤로 물러났다. 진실은 확실히 향기부터가 다르다.
˝이상입니다.˝ - 107

- 셜록의 격언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자료를 충분히 이해하기도 전에 이론을 제시하는 건 큰 실수다. 왜냐하면 이론을 사실에 끼워맞추기 보다 사실을 이론에 끼워 맞추게 되니까.‘ - 359

2019. s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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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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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일하는 사람들, 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
이제 첫발을 혹은 늦은 한발을 딛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요즘의 한국 작가의 책을 꽤 많이 읽고 있지만, 재작년부터 도서 구입을 조금씩 줄여보자는 개인적인 다짐이 있어서 그에 해당하는 책들은 아쉽게도 신진작가의 책이 된다.
이 책도 오!이런 책이 나왔네. 로 지나칠 뻔했으나 출판사의 적극?적인 홍보 인터뷰를 보고 읽어보겠다 쪽으로 돌아선 케이스다.

결과적으로 좋은 작가의 데뷔를 놓치지 않아 다행이다.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탐페레 공항>이 좋았다.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가 재밌었던 이유는 순전히 바로 전에 읽은 책이 스티븐 킹의 단편집이었기 때문인데, 그 독서의 영향으로 저 천진하고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차있는 화자가 극단적이고, 우발적인 불행의 수순을 밟고야 말것이다!라는 예감을 떨칠 수 없었던 것. 

탐페레 공항 에서는 he is living이라는 대사가 아무래도 틀렸어..라는 분위기에 해피 엔딩의 반전을(나 자신이 지나치게 현실에 치우친 결말을 예상했기에) 준 것이 어쩐지 따뜻한 위로 같았기 때문이다. 

2019. nov.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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