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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비행 - 생계독서가 금정연 매문기
금정연 지음 / 마티 / 2012년 8월
평점 :
취향의 교집합은 조금 적은 작가지만 특유의 글맛은 여러권 읽어도 유쾌하고 즐겁고 그렇다. 참고되는 면도 많고.
제일 좋아하는 류의 문장은 ‘으아니!!‘식의 문장이다. 유쾌해.ㅋㅋ
- 꼭 읽어야 할 것만 같은 강박을 안기는 책을 읽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그 책을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종의 ‘의무적인 독자‘들이다. 다시 말해, 동종업계 종사자들과 까다로운 취향의 독서애호가들이 짐짓 무심한 척 던지는 ˝그 책 읽었지?˝ 같은 질문에 언제든지 답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 31
- 무엇보다 읽지 않기 위해 책을 사는 행위는 우리 자신의 구원을 위한 일이라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종이냄새 풍기는 빳빳한 새책을 손에 쥐었다는 만족은 둘째요, 일단 손에 넣었으니 언제라도 읽을 수 있고 따라서 당장 읽어야 할 것만 같은 부담에서 벗어나는 해방감은 첫째다. 뿌듯한 마음으로 표지와 목차를 훑어 본 후, 읽지 않은 책이 가득한 책장 한편에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으로 당신의 강박은 치유되는 것이다. - 33
- 그가 세심하게 선별하고 있는 소설의 목록은 종종 책에 대한 집중을 방해할 정도로, 우리의 독서욕을 집요하게 자극한다. 현실에, 타성에, 권태에, 피곤에, 그 밖의 시급하고 또 구차한 많은 일에 지쳐 책을 놓는 우리들에게 소설의 세계가 얼마나 매혹적인지, 그것이 어떻게 빛나는지를 새삼 일깨우는 것이다. - 59
- 왜냐하면 그건 멜빌의 문체때문이었으니까. 단단한 동시에 경쾌하며, 종종 유머러스하고 때론 아름답기도 한 그의 문체는 별 볼일 없는 나의 영혼을 사로잡았다. 그런 문체라면 웹사이트의 ‘서비스 이용약관‘과 ‘개인정보수집 이용‘에 관한 장문의 쓰레기도 단숨에 읽어버릴 수 있을것 같았다. - 85
- 가끔 스스로도 깜짝 놀랄만한 구상을 떠올릴 때가 있다. 완벽한 스토리에 생생한 캐릭터, 인간의 실존에 던지는 철학적인 질문까지. 내 입으로 말하긴 민망하지만, 걸작도 이런 걸작이 없다. 일단 완성만 하면 노벨상도 시간문제. 흥분을 가라앉히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손가락 운동을 하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세상을 뒤흔들 준비는 되었나? 뚜둑. 뚜둑. 손가락관절이 대답한다. 좋아. 태풍을 일으키는 나비의 날개짓처럼, 천천히 키보드를 두드린다. ˝어제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오늘.˝ 그야말로 완벽한 첫 문장이 아닐 수 없다. 단 하나, 카뮈가 70년 전에 썼다는 사실만 빼면...... - 93
- ˝김애란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도대체 가능한가?˝라고 물은 것은 신형철이다. 물론 이것은 수사의문문이다. 질문도 아니라는 말이다. 나는 조금 질투가 난다. 나보다 먼저 사랑을 고백한 평론가에 대한 질투. - 185
2020. ap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