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 박상영 에세이
박상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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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 개인의 좌절의 기록지 같지만, 그것대로 의미하는게 있을 것이다. 발랄한 문체만 남은 기분이기도 하지만, 자기 비하의 문장들은 매우 취향저격인데, 그래서 작가에겐 좀 미안하다는 생각도 듬.

기대보다는 평이했다.

- 나는 비로소 살아 있음을 느낀다. 살아있음의 거지 같음을. - 8

- 이미 만원인 채로 정류장에 멈춰 선 버스에 몸을 구겨넣으며 나는 오늘 하루에 대한 기대를 저버린다. 내 인생에 대한 희망을 저버린 것과 같은 방식으로. - 9

- 여차하면 회사를 때려치우겠다고 마음먹은 뒤로는 모든 게 편해졌다. 아무렇지도 않다. 거짓말이다. - 22

- 내가 버티고 겪어온 이 모든 일이 고작 이런 인생을 위해서 였다는 생각을 하면 한없이 쓸쓸해진다. - 31

- 태초에 사념들이 있었다. 그러니까,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각들. 어릴 적에는 생각이 많고 다방면의 고민을 하는게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능력이라고 믿었다. 지금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각의 끝에는 언제나 자괴감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생각은 인간을 외롭고, 공허하게 만든다. - 112

2020.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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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20-06-15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도시의 사랑법 사놓고 아직 못 읽고 있는데 (친구가 추천해서 급하게 구입한 라틴어 수업을 먼저 읽느라 순서가 밀려서) 주문할 때 이 에세이도 같이 주문하려다가 그냥 일단 소설만 사놨는데 그럼 이 분은 소설쪽으로만 일단 먼저 파 보는 쪽으로.. ^^

hellas 2020-06-15 16:35   좋아요 1 | URL
그러고 보니 저도 대도시의 사랑법 읽는다읽는다 하다 자꾸 새치기하는 책들때문에 아직 못읽었어요. 에세이는.... 네 좀 그렇습니다. :0
 
아무튼, 메모 - 이것으로 나의 내일이 만들어질 것이다 ㅣ 아무튼 시리즈 28
정혜윤 지음 / 위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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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를 강박적으로 하는 편이라 다른 이들의 메모 방식이 궁금했는데, 기대한 것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

일단 저자와 나의 메모가 결이 다르다는 것은 확인했다.

약간은 자기계발서 같은 분위기라, 조금 시큰둥.

- 나는 가장 좋은 것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있다고 믿는다. 세계가 더 나아지고 있다는 믿음, 혹은 ˝결국 내 인생은 잘 풀릴거야˝라는 믿음을 가져서가 아니다. 그런 믿음은 없다. 세상은 아수라장이다. 나는 늘 실수하고 길을 잃고 발전은 더디다. 나는 나 자신의 ‘후짐‘때문에 수시로 낙담한다. 그래서 더욱더 나 자신이 더 나아져야 한다는 사실을 잊을 수가 없고 세상이 더 좋은 모습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을 수가 없다.

2020. f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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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20-06-10 1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최근에 커피와 담배라는 책을 읽었는데 좀 더 커피와 담배가 중심인 에피소드를 엮은 책일 줄 알았는데 제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서 이게 아닌데 했었어요.. 왠지 그 느낌 알 것 같아 ㅠㅠ 그렇다고 책내용이 어떻다는건 아니고 그냥 단지 내가 읽고 싶었던 내용은 아니었던. 앞으로는 미리보기랑 리뷰를 좀 더 꼼꼼하게 확인해야겠다 생각하지만 그래도 충동구매의 욕구는 컨트롤하기 너무 힘들어요. 😭😭😭

hellas 2020-06-10 13:07   좋아요 1 | URL
이 책으로 얻은 지혜에 힘입어 제가 그 책을 참아내는데 성공했답니다. 그 지혜.... 오래 못가는 단점이 있지만요. :0
 
페이드 포 - 성매매를 지나온 나의 여정
레이첼 모랜 지음, 안서진 옮김 / 안홍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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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성매매라고 표현되기에 그것이 마치 판매자와 구매자로 구성된 그럴듯한 거래라고 생각하면 안되는 것.
판매자로 상정한 성매매 여성은 거래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며, 그것은 합의가 아니고, ‘착취‘ 그 자체일 뿐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여성을 동류의 인간으로가 아닌 상품으로 전락시키는 부분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인간성의 말살이라는 측면에서.
성매매를 방관하는 것은 그 측면에 큰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가져온다. 경제활동으로서의 자발적 성매매라는 말은 본질을 외면하고, 해결과 수만가지 뒤치닥거리를 외면하는 변명일 뿐, 결국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의 신체를 자기 만족을 위한 도구로 구매하는 행위를 노동이라는 신성한 이름에 올릴수 있는지.
저자가 그리 길었다고는 할 수 없는 성매매 경험만으로도 인생의 수많은 순간들과 감정과 신체의 건강과 자아의 일부를 손상당하고 그로부터 얼마나 어렵게 털고 일어났는지를 첫장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말하고 있다.
나와는 먼 얘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포털 뉴스만 봐도 매일 매일 새로운 사건 역겨운 뉴스들이 넘쳐나니까. 괴로운 독서지만 의미는 있다.

- 성매매에 대한 무지와 오해 자체가 폭력이다. 성매매는 상업화이어서, 비윤리적이어서 문제가 아니다. 몸과 섹슈얼리티를 연구한다는 이들 조차 이러한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상업화되고 비윤리적인‘ 문제는, 성매매 말고도 널려있다. 성매매의 핵심은 성별성이지 상업성이 아니다. - 정희진, 추천사 중

- 사회적으로 더 권위있는 남성들에 의해 착취당하는 현실은 줄곧 수그러들지 않았고, 도망칠 수 없었기에 우리에게 실질적 혜택이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착취를 경제적인 이유로 ‘선택했다‘라고 표현하는 일이었다. 성매매를 ‘성적 자기 결정권‘으로 표현하려는 시도가 뒷받침 될 수 없는 이유는 우리가 성적인 이유가 아닌 경제적인 이유로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 127

- 성매매를 바람직하지 않은 사회현상으로 구분 짓고, 성매매를 장려하고 착취하는 남자들을 지속적으로 처벌한다라는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되는 수단도 포함된다. 간단한 불변의 진리는 여기 있다. 성매매는 감소되고, 수요는 억제되어야만 한다. - 319

-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성매매를 가능케하는 많은 요소들이 있지만, 전 시대에 걸쳐 그 어떤 다른 요소들보다도 성매매를 지속하게 하는 요소가 하나 있다. 그것은 수요라는 원동력이다. - 426

2020.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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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멀었다는 말 - 권여선 소설집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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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삶은 이유없이 가혹한데, 그 속에서 우리는 가련한 벌레처럼 가혹한 줄도 모르고 살다가 문득, 이 모든 시련이 나의 주관일리 없다고 다만 무턱대고 시작되었다 무턱대고 끝나는 삶의 주관임을 알게 된다‘(해설 중)
그런 현실을 에두르지 않고 직시하는 이야기들.
약간, 아니 좀 자주 넘치다시피 소름을 유발하는 이야기.
그래서 인지 슬퍼지는 현실을 돌아보게 되고 욱하는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하는 기분을 자주 느끼게 되는 이야기.
이야기 속 전시되는 슬픈 현실들이 서글픈 이유는 그 안의 인물들은 그들이 자초하지도 않은 불행에 그저 주저앉아 있지 않고 나아지려고 행동을 하는데, 오히려 불행을 끌어들인 사회적 구조나, 좋지 않은 관계들이 너무 또렷하게 두 눈을 시뻘겋게 뜨고 그 불행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안타까운 감상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조금 다른 희망을 작가가 이야기 할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고 자꾸 생각한다.

- 모르겠다.
요즘 모르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
때로 어긋나고 싶고 종종 가로지르고 싶고 옆도 뒤도 안돌아보고 한 번은 치달리고 싶은데 못 그러니까.
깊은 모름 가파른 모름 두터운 모름까지 못가고 어설픈 모름 속에서,
잔바람에도 진저리치며 더럽고 질긴 깃털만 떨구는 늙고 병든 새처럼,
다 떨구고 내 앙상한 모름의 뼈가 드러날 때까지
그때 까지만 쓸것인가.
모르겠다. - 작가의 말 중

2020.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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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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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이란 것들이 촌스러움으로 변하는 시기에 그것을 민감하게 알아 챈 작가. 세계가 붕괴하는 20세기 말의 정서와 서정.
그 시기의 소란과 침묵 사이의 공기흐름을 적절하게 담아내는 작가. 세계의 붕괴 속의 개인을 들여다보는 시선.

십년 전이지만 무척 좋은 작품들이다.

- 우리가 지나가고 난 뒤에도 저 불은 우리의 예상보다 좀 더 오랫동안 타오를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 안에서. 내부에서. 그 깊은 곳에서. 어쩌면 우리가 늙어서 죽을 때까지도. 이 우주의 90퍼센트는 그렇게 우리가 볼 수 없는. 하지만 우리에게 오랫동안 영향을 미치는. 그런 불들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을. 물론 살아 있는 동안. 우리는 그 불들을 보지 못하겠지만. - 32, 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봤어

- 우리는 어리석다는 이유만으로도 당장 죽을 수 있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이 삶에 감사해야만한다. 그건 전적으로 우리가 사랑했던 나날들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 이해되기만을 기다리며 어리석은 우리들을 견디고 오랜 세월을 버티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맞다, 좋고 좋고 좋기만 한 시절들도 결국에는 다 지나가게 돼 있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 나날들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 81, 세계의 끝 여자친구

- 그런데도 때ㅔ로 우리는 원래 만나기로 한 것처럼 누군가를 만나고 또 사랑에 빠지고, 코발트블루에서 역청빛으로 시시각각 어두워지는 광활한 밤하늘 속으로 머리를 불쑥 밀어넣는 것과 같은 황홀한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면, 그 이유는 이 도시와 청춘의 우리가 너무나 닮아있기 때문이리라.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을 것만 같은 극한의 절망과 다른 선택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완강하고도 그만큼 멍청한 확신 사이를 한없이 오가면서 그 무엇도 아닌 존재에서 이 세상 그 누구라도 될 수 있는 어떤 사람들. 시시각각 변하는, 그러므로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얼굴을 지녔지만, 결국 단 하나일 수밖에 없는 얼굴들. - 107, 당신들 모두 서른 살이 됐을 때

- 너무나 큰 세계였다. 흑두루미들은 그렇게 큰 세계를 가로질러 아무르 강변에서 이즈미까지 날아온 셈이었다. 우리가 그 세계를 증언할 수 없다는 것은, 그러니까 그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했다. 하지만 또한 우리는 그 모든 것을 망각할 수도 없었다. 그가 찍은 사진들 속에서 친구와 가족들은 하나둘 늙어가고 병들어가고 또 죽어갔다. 그의 사진들 속에서 사람들은 얼마나 복잡한 존재로 살아갔는지, 하지만 그들은 또 얼마나 끊임없이 변해갔는지. 거기 서서 나는 비로소 그가 평생에 걸쳐서 찍은 친구와 가족들의 일상을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그가 단 한번만 찍고 다시는 찍지 않았던, 그의 말을 빌리자면 ˝평생 잊지 못할 노을˝을 이해할 수 있었다. - 198, 네가 누그든 얼마나 외롭든

- 모든 일이 지나갔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긴 하지만, 우리는 역설적으로 행복했고 또 역설적으로 불행했다. - 235, 달로 간 코미디언

- 나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에 회의적이다. 우리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을 오해한다. 네 마음을 내가 알아, 라고 말해서는 안된다. 그보다는 네가 하는 말의 뜻도 나는 모른다, 라고 말해야만 한다. 내가 희망을 느끼는건 인간의 이런 한계를 발견할 때다. 우린 노력하지 않는 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세상에 사랑이라는 게 졵대한다. 따라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우리는 노력해야만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노력하는 이 행위 자체가 우리 인생을 살아볼 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으로 만든다. 그러므로 쉽게 위로하지 않는 대신에 쉽게 절망하지 않는 것, 그게 핵심이다. - 작가의 말 중.

2020.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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