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 냅 지음, 김명남 옮김 / 바다출판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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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과 고립사이의 시소타기에 대해 말하는 글.

드라마 <er>이 위안이 되었다는 명랑한 은둔자인 작가에게 동질감도 약간 느꼈으나 이 책에서 빠질 수 없는 키워드인 ‘중독‘에 대한 이해가 딱히 없어서, 재밌으러다 말다가가 반복되었다.

작가의 성장 환경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좋은 가정환경이 만들어내는 균열이라는 것도 있다.
세상에 나왔을 때 비로소 드러나는 균열.
가족이라 하더라도 한 인간의 내면의 혼란을 채워주지 못한다는 것.
그런 측면에서 백인 중상류층의 환경이라는 것은 대체로 선물같은 것 아닐까 싶지만....

- 누가 내 집에서 공간을 어지럽히면, 나는 마치 그 공간이 내 내면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는 양 심하게 위협당하는 기분이 든다. 누가 내 조리대를 어지럽히면, 그는 내 삶을 어지럽히는 것이다. 누가 내 부엌을 헝클어뜨리면, 그는 내 감정을 헝클어뜨리는 것이다. 나도 이런 생각이 비합리적이란 건 안다. 그리고 나도 애쓴다. 비와 쓰레받기를 들고 남을 졸졸 따라다니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려고 애쓴다. 그래도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고, 그런 생각의 힘은 강력하다. - 268

- 내가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요령은, 분노를 표현하는 것과 참는 것의 상대적 비용을 저울질함으로써 언제 싸울지를 잘 고르는 것이다. - 323

2020.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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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오는 비인가요 ㅣ 민음의 시 264
윤의섭 지음 / 민음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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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게, 정돈 된 마음이 되었다.

- 여전히 헤매고 있으므로
이제 조금 다가선 것일까 - 시인의 말

-지상과 하늘처럼 모든 차이는 우울하다
여긴 이런데 저긴 저렇다 - 차이 중

- 수없이 가 본 적있어도 계속해서 가야만 하는 불치
섬이나 국경이나
수목한계선을 넘어선 철새들이 다시 수목 한계선을 향해 날아야하듯
너에게 무수히 도착했어도 새삼 도착해야 했다
길의 끄트머리에서 또 다른 길을 맞닥뜨리는 절망이라도 만나기 위하여
좌표를 잃고 어느새 은하계의 가장자리를 맴돌지라도 - 도착 혹은 도착 중


2020.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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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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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과학분야에서 업적을 인정받지 못한 이들의 역사라는 부제를 붙여도 될듯한 실패담들...(그걸 실패라고 규정할수 있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제쳐두고)
이처럼 유쾌한 톤의 과학 에세이라니. 너무 즐겁게 읽었다.

우주에 대한 어떤 과학 이론, 가설을 봐도 막연하다....라는 느낌만 들 정도로 너무 거대한 세계라서, 그 안의 먼지보다도 작은, 어쩌면 우주의 시선에선 존재조차 않는 나라는 자아가 느껴져서 그저 아득한 이야기라고 종종 생각한다.

우주의 역사, 자연의 법칙, 지구의 비밀, 생명의 기원 등 실로 방대한 내용이라서 읽다보면 시간개념이 없어지고 지금이 몇년도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하긴... 지금이 몇년도인지 무슨 상관인가 싶다.

과학에 만고불변의 이론은 없는 것. 한껏 이성적인 모습으로 권위를 보여주던 과학계도 전혀 새로운 이론을 마주치면 주춤주춤 물러나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다.(아까 언뜻 새로의 힘의 단위? 힘의 뭐?가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뉴스를 본듯한데...)

이 책의 무드를 이끌어가는 것은 편집증 적 미치광이 부류의 과학자들이고, 어쨌든 영어 사용자 중심의 세계질서를 다시한번 느껴야만 한다는 불편함도 살짝 있다.

- 그물로 잡는 고기 중의 25퍼센트 정도는 너무 작거나, 원하지 않는 어종이거나, 잡을 수 없는 시기에 해당하는 ‘부수 어획‘에 해당한다. ‘이코노미스트‘에 보도된 어느 분석가의 말에 따르면, ˝우리는 아직도 암흑기에 살고 있다. 그저 그물을 내려서 어떤 고기가 올라오는가를 볼 뿐이다˝ 많게는 2200만톤의 원하는 않는 고기들이 죽은 채로 바다에 다시 던져지고 있다. 새우 1킬로그램을 잡는 과정에서 대략 4킬로그램의 고기를 비롯한 해양생물들이 쓸모없이 낭비 된다. - 299

- 인간은 하늘의 가장 심오한 비밀을 파헤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종이면서도 동시에 아무런 목적도 없이 우리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았던 생물을 멸종시키면서도 우리가 그들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조금도 이해하지 못한다. (......) 이런 사실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만약 우리의 외루운 우주에서 생명이 어디를 지나왔는가를 기록하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감시할 일을 맡길 수 있는 생물을 디자인하려고 한다면, 그런 일을 절대 인간에게 맡기면 안된다는 사실을 지적하기 위해서다. - 490

2020.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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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의 뼈들 그리고 다른 침전물들 / 호로스코프 외 / 시들, 풀피리 노래들 ㅣ 사뮈엘 베케트 선집
사뮈엘 베케트 지음, 김예령 옮김 / 워크룸프레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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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엘 베케트는... 원어로 읽으면 더 쉬울까.
문장 구조, 시어들의 배열, 음운.
이런 모든 것이 어그러지는 어쩔수 없는 번역의 문제여서
갑갑하게 읽히는 거면 차라리 낫겠다.

- 또다시 두려워지다
사랑하지 못해서
사랑하는데 너는 그렇지 않아서
사랑받는데 네 사랑은 아니어서 - 카스칸도 중

2020.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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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러블리 와이프
서맨사 다우닝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시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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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보다는 흥미롭게 읽었다.

화자인 남편이 수동적이고 무능력함으로 자신을 한심하게 보이게 만든 지점이 재밌다.
그래서 꽤나 여성주의적 시각을 가진 것처럼 보이니까.

살인 충동에 휩싸여 있고 실행할 마음가짐까지 충분히 갖춘 두사람이 만났으나, 결국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지점이 범죄자들의 성품이려나 싶다.
동류의 범죄자이면서 피해자인 척 하는 구석도 좀 웃긴 부분.

어쨌든 권선징악은 없다는 미결의 이야기다.

- 밀리센트가 우리 가정을 만들었다. 내가 만들었을리 없으니 그녀가 했다고 하는 것이다. - 55

2020.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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