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영국의 본격 막장 심리극이랄까.
이런 등장인물에 뭔 통찰이 있다고 세계문학 시리즈까지 들어가나 싶은 막장인데, 사실 주인공 인생의 라이벌 같은 사촌 제임스가 읊조린 ‘바다여, 바다여‘가 제목이라는 점에서 주인공의 이상 성격을 돌려깐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영국 극장계에서 넘치는 성공을 거두고 명예로 누리며 돈도 그다지 중요한 목표가 아닌 지독한 자기연민에 특출난 능력이 있는 보통의 남자가 주인공이다.
그는 자기 멋대로 타인의 감정과 상황을 재단하고 막무가내로 행동하는데 이런 이야기가 두꺼운 볼륨의 책 두권이다.
이걸 왜 읽고 있나 싶지만, 읽으면서 표시해둔 부분을 다시 읽어보니, 극도로 이기적인 인간의 면모를 보여주려고 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잘난 사촌에게 조금은 열등감을 가지고 있지만, 뛰어난 재능으로 성공을 한(그 재능도 사실 신뢰가 가진 않지만) 나에 대한 자부심, 자신을 추종하는게 타연한 타인들, 사랑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베풀줄도 아는 아량있는 나...라는 자뻑들이 모여 낯부끄러운 일들을 벌리고 마는데,
그 부끄러움을 홀로 느끼지 못하는 백인 남자라니... 꼴사납다.
이런 주인공을 비꼬는 장치와 사건들이 넘쳐나니 어느 순간 이 비아냥이 이 책의 진심이라고 느껴진다.
- 찰스, 자네 문제는 말이지.
아직까지 위스키를 마시던 페러그린이 말했다.
전에도 말했듯이 여자들을 멸시하고 그들을 소유물로 취급한다는 거야. 이 여자도 지금 소유물로 취급하고 있어. - 163
2020. no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