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읽어야지 하면서 책장에서 빼놨다가 다시 꼿아두기를 수십번 반복한 책.메릴 스트립과 로버트 레드포드의 그 로맨틱한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완벽하게 잘못된 선택이다. 20세기 아프리카 견문록이라고 부르면 적당하다.아름다운 사랑과 우정 그 어딘가에 존재하는 등장인물들이 있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카렌 블릭센의 연보에만 살짝 언급되는 정도.오늘날에 비해 조금 더 풍요롭게 보이는 것은 화자가 유럽인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이야기는 시종일관 담백하게 서술된다. 메뚜기떼가 찾아와도, 결투로 사람이 죽어나가도, 비행기가 추락해도, 전쟁이 시작되도...농장이 몰락해 모든 것을 정리하고 덴마크로 돌아가는 순간까지도.작가의 인생이 그랬던 것 같다. 그런 글의 톤이 가장 인상깊다.이런 높은 곳의 공기 속에서 편안히 숨 쉬다 보면 어느새 기운찬 자신감과 상쾌한 기분이 가슴 가득 차오른다. 고원 지대에서 아침에 눈을 뜨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여기 내가 있다. 내가 있어야만 하는 곳에.> - 14백인이라면 편지에 예쁜 말을 써서 보내고 싶으면 이렇게 쓸 것이다. <나는 당신을 영원히 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아프리카인은 이렇게 쓴다. <우리는 당신이 우리를 잊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 80나는 집으로 들어가서 데니스에게 말했다. <자, 우리 쓸데없이 목숨 걸러 가요. 우리 목숨에 아무 가치도 없다는 게 바로 우리 목숨이 지닌 가치니까요. Frei lebt wer sterben kann(죽을 수 있는자, 자유로이 산다).> - 209그들은 시에 익숙해지자 나에게 졸라댔다. <또 해주세요. 비처럼 말하는 거요.> 나는 그들이 왜 시에서 비를 연상했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선 비가 늘 갈구되고 환영받는 존재이기에 칭송의 표현이었음엔 분명하다. - 2562016. 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