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 오브 아프리카 열린책들 세계문학 87
카렌 블릭센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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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읽어야지 하면서 책장에서 빼놨다가 다시 꼿아두기를 수십번 반복한 책.

메릴 스트립과 로버트 레드포드의 그 로맨틱한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완벽하게 잘못된 선택이다.

20세기 아프리카 견문록이라고 부르면 적당하다.

아름다운 사랑과 우정 그 어딘가에 존재하는 등장인물들이 있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카렌 블릭센의 연보에만 살짝 언급되는 정도.

오늘날에 비해 조금 더 풍요롭게 보이는 것은 화자가 유럽인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는 시종일관 담백하게 서술된다.

메뚜기떼가 찾아와도, 결투로 사람이 죽어나가도, 비행기가 추락해도, 전쟁이 시작되도...

농장이 몰락해 모든 것을 정리하고 덴마크로 돌아가는 순간까지도.

작가의 인생이 그랬던 것 같다.

그런 글의 톤이 가장 인상깊다.



이런 높은 곳의 공기 속에서 편안히 숨 쉬다 보면 어느새 기운찬 자신감과 상쾌한 기분이 가슴 가득 차오른다. 고원 지대에서 아침에 눈을 뜨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여기 내가 있다. 내가 있어야만 하는 곳에.> - 14

백인이라면 편지에 예쁜 말을 써서 보내고 싶으면 이렇게 쓸 것이다. <나는 당신을 영원히 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아프리카인은 이렇게 쓴다. <우리는 당신이 우리를 잊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 80

나는 집으로 들어가서 데니스에게 말했다. <자, 우리 쓸데없이 목숨 걸러 가요. 우리 목숨에 아무 가치도 없다는 게 바로 우리 목숨이 지닌 가치니까요. Frei lebt wer sterben kann(죽을 수 있는자, 자유로이 산다).> - 209

그들은 시에 익숙해지자 나에게 졸라댔다. <또 해주세요. 비처럼 말하는 거요.> 나는 그들이 왜 시에서 비를 연상했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선 비가 늘 갈구되고 환영받는 존재이기에 칭송의 표현이었음엔 분명하다. - 256


2016.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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