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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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처럼 환상인가 싶게 구할 수 없었던 책.

재밌다는 사람은 많은데 왜 책은 볼수가 없나.... 하던 중에 빨간 책방에서 이 책에 대한 언급을 하더니만,

뚜둥 재출간되었다.

무려 띠지에 이동진과 김혜리의 강력추천이라는 문구를 달고...

흠....

뭐 그래 저래 해서 드디어 읽게 되었는데.

베니스 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받았다는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왠지 그 영화의 색감과 음향과 배우들의 대사를 본 것만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 느낌의 이야기다.

밤 벚꽃도 박쥐도, 침대차도 모두 그렇게 자연스러운 시각화가 되는 이야기.

각 이야기마다 죽음이 중심이 되고는 있지만, 죽은 자를 통한 상실을 말한다기 보다는

남아 있는사람들의 공허를 표현했다고 해야 할까.

책을 덮고 나서도 소소기라는 해변 마을의 풍경이 잔상처럼 오래도록 남는다.



수명이 다해 미세하게 깜박거리고 있는 형광등을 보면서 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맛보는 듯한 안도감에 휩싸였습니다. 안도감이란 아마 그때의 그런 마음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아, 할머니는 어딘가에서 죽었음에 틀림없고, 아버지도 일하고, 어머니도 이제 막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고, 저도 어엿하게 초경을 겪었고, 일순 그런 생각이 스쳐 저는 잠깐 안도감이라는 기분에 빠져들었습니다. -p. 36, 환상의 빛 중

길에는 저와 그 남자밖에 없었습니다. 털장갑을 낀 손으로 머리에 감고 있던 머플러를 누르면서 저는 흠뻑 젖은 채 뒤를 쫓아갔습니다. 그때 아주 시커멓던 하늘도 바다도 파도의 물보라도 파도가 넘실거리는 소리도 얼음 같은 눈 조각도 싸악 사라지고 저는 이슥한 밤에 흠뻑 젖은 선로 위의 당신과 둘이서 걷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아무리 힘껏 껴안아도 돌아다봐 주지 않는 뒷모습이었습니다. 뭘 물어도 무슨 말을 해도 절 대 돌아보지 않는 뒷모습이었습니다. 피를 나눈 자의 애원하는 소리에도 절대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 뒷모습이었습니다. 아아, 당신은 그냥 죽고 싶었을 뿐이었구나, 이유 같은 것은 전혀 없어, 당신은 그저 죽고 싶었을 뿐이야. 그렇게 생각한 순간 저는 뒤를 쫓아가는 것을 포기하고 그 자리에 멈춰 서고 말았습니다. 당신은 순식간에 멀어져갔습니다. -p. 59, 환상의 빛 중



2014.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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