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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개와 혁명 - 2025년 제48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ㅣ 이상문학상 작품집
예소연 외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2월
평점 :
아... 예소연... 그 개와 혁명.
2, 3 페이지마다 감정을 깊이 건드리는 지점이 있어서 코끝이 찡해지는 위험요소 범벅인 소설이다.
죽음에 임박해 고통과 싸울 때 딸인 내가 상주라는 확답을 녹음하는 대목에서 가장 크게 멈칫했다.
세대의 무엇과 삶의 무엇이 담긴 담백하지만 약간은 전복적인 대상작이라고 생각한다.
대상작이 좋으면 다른 작품들도 비슷한 결로 긍정적인 마음으로 읽게 되는 면이 있다.
취향이 아닌 해도 있지만 2025년은 취향의 작품집이 되었다.
- 나는 태수 씨가 그런 말을 할 때마다 속에서 천불이 일었다. 왜냐하면 태수 씨는 자식이라곤 나를 포함해 딸만 둘이었기 때문이었다. 자꾸 요즘 여자들 이야기를 하면서도 내가 요즘 여자들 중 한 명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태수 씨는 가까이 있는 나를 두고도 저 멀리 있는 요즘 여자들을 보는 식이었다. 그래서 유연한 노동 문제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불가산인 가사 노동 시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사회는 조리 있게 굴러가야 하지만, 가족이라는 제도 안의 조리는 다른 문제였던 것이다. - 17, 그 개와 혁명, 예소연
- 다 알면서도 참고 사는 거야. 그런데 너네는 왜 그러니? 태수 씨는 내게 이렇게 물어 온 적이 있었다. 나는 태수 씨의 삶도 치열하면 치열했지 참고 견디는 방식으로 이어져온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나는 태수 씨를 사랑했다. 인셀은 사랑하지 못해도 그런 태수 씨 정도는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어쩌면 한 사람의 역사를 알면 그 사람을 쉬이 미워하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 18, 그 개와 혁명, 예소연
- 있잖아, 수민아. 그냥 죽고 싶은 마음과 절대 죽고 싶지 않은 마음이 매일매일 속을 아프게 해. 그런데 더 무서운 게 뭔지 알아? 그런 내 마음을 어떻게 알고 온갖 것이 나를 다 살리는 방식으로 죽인다는 거야. 나는 너희들이 걱정돼.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돈이 더 많이 들어서. - 28, 그 개와 혁명, 예소연
- "니들 진짜 미쳤니?"
나는 수첩을 펼쳐 엄마에게 해야 할 말을 찾았다. 그리고 해오던 것과 같이 최대한 태수 씨의 말투를 흉내 내며 말했다.
"공 여사, 자중하시오. 우리의 적은 제도잖아."
그러자 엄마, 공 여사가 허탈한 표정으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유자는 태수 씨의 바람대로 길길이 날뛰었다. 화환과 국화 꽃을 물어뜯고 이곳저곳 냄새를 맡고 사람들을 향해 짖어댔다. 나와 수진은 서로 은근한 눈짓을 주고받았다. 장례식장 직원들이 성식이 형을 끌고 나갔다. 성식이 형은 끌려 나가면서도 유자의 만행을 끝까지 지켜보려고 했다. 나는 비록 눈물이 차올랐지만, 활짝 웃고 있는 태수 씨의 영정 사진을 보면서 같이 웃어 보였다. 수진도 그랬다. 그것이 태수 씨의 마지막 지령이었기에. - 35, 그 개와 혁명, 예소연
- 속수무책이라는 말을 참 많이 쓰는 편입니다. 삶은 정말이지 속수무책으로 흘러가기 때문입니다. 어느 순간 돌아보면 내가 왜 여기 있는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이해할 수 없음을 또 들여다보면, 무언가 보이기도 합니다. 그 이해할 수 없음 속에 존재했던 분명한 선택과 의지, 체념, 미약한 사랑 같은 것들이요. - 41, 예소연
- 사람들은 참 신기하다. 우리의 무의식은 뭔가를 알고 있는 것만 같다. 아니, 어쩌면 모든 것을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난파선 위에서 먼저 뛰어내리는 건 쥐뿐만이 아니다. 우리도 우리의 미래를 안다. 그저 모종의 이유로 망각하고 있는 척할 뿐. 우리가 하는 말은 결국 자기실현적 예언이거나 결과를 이미 알고 치는 점괘로 판명된다. - 159, 허리케인 나이트, 문지혁
2026. 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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