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파국으로 끝난다고? 싶은 당혹감이 좀 있다.짧은 장편이라서일까?동물원에서 탈출한 동물의 딸이 주인공인 설정.약간의 이물감이랄까. 불편감이랄까. 그런 지점도 분명 있다.나무에게 치명적인 병을 옮기는 존재인 엄마의 죄를 대속하기 위한 벌목.아무래도 우울한 설정일 수밖에 없지 싶다.그래도 조 단장이라는 기댈 구석이 있어 다행일까.지독한 증오로 만들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했다.처음 알게 된 표현.'윤몰하다' 물 속에 가라앉아 빠지다. 어떤 세력이나 현상 속에 휩쓸려 없어지다.- 나는 그 말을 알지 못했고 늘 익숙한 침묵을 택했다. 항상 이래 왔다. 무엇에도 흥미를 붙이지 못하는, 그저 살아 숨 쉬는 것에만 최선을 다할 뿐인 인상으로...... 어디서나 겉돌 수밖에 없는 뚱한 표정......나를 수식하는 건 나무 벌목이라는 생계 수단과 서른이라는 애매한 나이, 그리고 여자라는 성별이다. 하얀 피부와 주근깨투성이인 얼굴, 150센티미터도 되지 않는 키, 누리끼리한 손발톱..... 이것만으로도 남들과 구분되는데 어눌한 발음까지 그대로 드러내면 내가 짐승의 딸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기분이다.나는 사람들에게 그저 숫기 없이 나무 베는 여자로 각인되고 싶다. 이것이 사람 집단에 동화되기 위한 나의 최선이다. - 38- 나는 버려진 것이다. 다나가 연리재에서 들려주었던 처절한 경험을 나도 똑같이 겪게 되었다. 버려진다는 건 이런 것이었다. 사람의 규칙 바깥에 내던져지는 것. 사람의 규칙을 알고도 그와 무관한 삶을 살도록 강요받는 것. 버려졌다는 것보다 다나의 마음을 내가 이해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더 끔찍했다. - 76- 어떤 딸은 엄마에 대한 분노를 먹으며 자란다. 나는 엄마와 다르다는 믿음이 비로소 나를 자유롭게 한다. - 82- '미워하거나 미워했던 것들을 쓰시오.'시험지를 내민 삶의 뻔뻔한 표정.사실 내가 가장 미워하는 건이 시험지를 내민 삶이다.내가 미워하는 모든 것으로 빚어진 삶.도망치려 들어선 모든 길목마다 마주친 삶의 그림자.삶에게 몸이 있다면 장기를 모조리 꺼내고 싶다.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벌을 삶이 받았으면 좋겠다. - 작가의 말 중2026. mar.#다나 #박서영 #오늘의젊은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