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읽기도 전에 이미 별 다섯을 주고 읽어나가는 시집.어쩌면 이렇게도 시리게 다가오는지 모를 일이다.모든 시에 플래그를 다닥다닥 붙이고결국은 그것들이 의미 없어지게 되고...신의 의미에 대해 언급되는 마지막 부는 조금 취향 밖이지만그러나 해설을 통해 시인을 더 알 수 있는 지점.늘 좋은 시인.- 소식은 없었다밤에 생긴 상처는 오래 사라지지 않는다도망치지 못했다2020년 6월허연 - 시인의 말- 트램펄린에 날 던지면서 말한다"말해줘 가능하다면 내가 세상을 고르고 싶어"생각이 있으면 말해주리라 믿었지만트램펄린은 그냥나를 떨어뜨리고미워하지도 않으면서 나를 떨어뜨리고그러면 내 처지도 최선을 다해 떨어지고세상에서 트램펄린이 모두 사라졌으면 좋겠다 - 트램펄린 중- 지구가 돈다는 사실을보통은 별이 떠야 알 수 있지만강 하구에 찍힌어제 떠난 철새의 발자국이그걸 알려줄 때도 있다마을도 돌고 있는 것이다(...)이 거리에서 이런저런 생들은지구의 가장자리로 이미 충분하다 - 어떤 거리 중- 십일월의 나는 나쁘게 늙어가기로 했다잊고 있던 그대가잠깐 내 안부를 들여다본 저녁창문을 열면늦된 날벌레들이 우수수 떨어지곤 했다절망의 형식으로 이 작은 아파트는 충분할 걸까한참을 참았다가뺨이 뜨거워졌다남은 것들이 많아서 더 슬펐다(...)미친 듯이 슬펐는데 단풍은 못되게 아름다웠다신전 같은 산 그늘이 나를 덮었고난 죽지 못했다 - 십일월 중- 내일을 기다리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당신은 모르지내일에도 얼마나 많은 종류가 있는지바람이 분다새벽 1시의 바람이 분다 - 새벽 1시 중- 뜨겁게 달아오르지 않는 연습을 하자. 언제 커피 한잔 하자는 말처럼 쉽고 편하게, 그리고 불타오르지 않기. -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중- 소금을 물에 녹이듯굴욕을 한입 가득 물고파도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순간이 있다나는 어두운 열매를눈물 없이 먹을 수 있을 줄 알았고나는 여전히 당신의 밀도에 녹는다 - 바닷가 풍습 중- 그 어떤 실망도 없이 강물이내 앞을 떠나는 것을 보고 있다어떤 불안도 없다나보다 더 추한 미래는 알지 못하므로기록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강물이 그랬던 것처럼 - 열대 중- 스쳐 가는 생각들순서 없이 파고드는데시가 아닌 건 없다. 잠들기 다 틀린 새벽아무것도 남지 않고 시가 남았다. - 24시 해장국 중- 그해에는적절치 않은 음표들이자신의 처지를 저주하다무한대로 아름다워지곤 했다 - 트랙 중- 나는 완성이 아니었구나. 내게 절창은 없었다. 이제 내 삶을 뒤흔들지 않은 것들에게 붙여줄 이름은 없다. 내게 와서 나를 흔들지 않은 것들은 모두 무명이다. 나를 흔들지 않은 것들을 위해선 노래하지 않겠다. 적어도 이 생엔. - 절창 중- 생각해보면너무 많은 바람, 너무 많은 빗물이런 게 다 우리를 힘들게 했지우리의 한숨이 너무 깊어서우리는 할 일을 다한 거 같았고강변에서 일어나기로 했지 - 이별의 서 중2025. dec.#당신은언제노래가되지 #허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