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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콜럼 토빈 지음, 오숙은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4월
평점 :
아일랜드 작은 도시 에니스코시는 불황으로 발전도 희망도 일자리도 지지부진한 곳이다. 엄마와 아일리시를 부양하는 언니 로즈는 동생의 미래를 위한 곳으로 미국을 권유한다. 브루클린의 플러드 신부를 통해 일자리와 거처를 소개받고 자의라기보단 가족들의 미래 설계로 아메리칸드림을 실현하고자 하는 어린 여성 아일리시의 성장기.
고향을 떠나온 젊은이의 타향 적응, 불현듯 닥치는 향수, 필연처럼 다가오는 사랑...
개인에게는 이 모든 게 엄청나게 큰 사건이지만, 책을 읽는 독자에겐 잔잔하게 흘러가는 인생 이야기다.
차분히 그 인생을 바라보며 아일리시의 미래가 평안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읽게 된다.
하숙집과, 아일랜드 공동체, 직장, 회계원이 되기 위한 수업들.
그 안의 인물들과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며 서서히 성장하는 아일리시.
이탈리안 배관공 토니와의 관계도 대단한 확신이 있는 것인지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불안이 호들갑스럽지 않게 그려진다.
남성 작가가 그리는 여성 서사지만 아일리시의 내면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여주는데, 다만 젊은 남성이 주인공이라고 해도 크게 이질감 없이 대체될 수도 있겠다 싶은 느낌은 조금.
낯선 타지로 생의 터전을 옮기는 이들의 감정이 오롯이 느껴지지만, 2차 세계대전 직후의 사회와 현대의 삶의 속도가 현저히 다르기 때문에 그저 막연한 과거의 회상 같기도.
- 아일리시는 이런 생각들이 되도록 빨리 스쳐 가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머릿속이 현실적인 두려움 혹은 불안으로 치달을 때는 생각을 멈췄다. 더 나쁘게는 이 세계를 영원히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이제 다시는 이 평범한 장소에서 평범한 하루를 보내지 못할 거라는, 남은 평생은 익숙하지 않은 것들과의 싸움이 될 거라는 두려움까지 들었다. - 57
- 어머니나 친구들에게 사실을 털어놓을 수 없는 까닭에 미국에서 보낸 나날들이 고향에서 보내는 이 시간과는 도저히 연결될 수 없는 일종의 환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마치 그녀가 둘인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을 주었다. 브루클린에서 두 번의 추운 겨울과 힘들었던 숱한 나날에 맞서 싸우고, 사랑에 빠졌던 한 사람과, 어머니의 딸로서 모두가 아는, 아니 모두가 안다고 생각하는 또 한 사람. - 372
- 문득 잭이 자신의 감정을 아무한테도, 심지어 형들한테도 말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면서 아일리시는 잭이 얼마나 외로웠을까 생각해 보았다. 어쩌면 세 오빠 모두 같은 일을 겪었고, 누구 하나가 향수병에 걸리면 눈치껏 알아채고는 서로 도왔을지도 모른다. 반면 자기한테 그런 일이 생기면, 그녀는 철저히 혼자일 것이다. 그래서 아일리시는 자신이 브루클린에 도착해서 마주할 그 어떤 일과 감정에도 모두 맞설 준비가 되어 있기를 바랐다. - 70
- 자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중요한 건 그렇게 보이는 거야. - 218
2026. a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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