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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여신 - 사납고 거칠고 길들여지지 않은 여자들의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외 지음, 이수영 옮김 / 현대문학 / 2024년 10월
평점 :
다양한 국적, 성 정체성, 인종의 작가들이 모였지만, 이름으로만 추정해도 아시안은 인도계 말곤 없는 듯해서 조금 실망. 동아시아계가 없다는 점이 여성의 시각을 담는데 큰 구멍이 된다는 점을 언급하고 넘어가고 싶다.
그럼에도 여성과 소수자의 목소리를 담는데 진심이었던 영국의 비라고 출판사의 50주년 기획물이라는 점이 흥미로워서 골랐다.(물론 마거릿 애트우드가 참여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지만)
냉소적 유머가 넘쳐나는 사이렌이 등장하는 <뜨개질하는 요물들>과 <진짜 사나이>가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 믿기 힘들겠지만,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인 19세기 말에도 독서가 여성에게 해로울 수 있다는 관념이 꽤 흔했을 정도니, 나는 경고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이 책을 집어 든 여성은 영영 회복이 어려울지 모른다. 눈을 혹사해 시력을 잃을 수 있고 흡수한 내용을 감당하기엔 심신이 너무 예민하여 신경이 괴이하게 곤두설 게 분명하다. 이 어리석은 진취성을 계속 고집하겠다면 적어도 남자 하나를 섭외해 먼저 읽게 하고 어떤 부분이 적절한지 결정하게 하라. 그렇다. 그것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벗어나는 길이다. (...) 엄밀히 말해 비라고virago는 '영웅적이고 호전적인 여성'을 일컫지만 칭찬의 의미가 아닌 유사어도 많다. 수다쟁이biddy, 개년bitch, 무서운 아줌마dragon, 입이 험한 여자fishwife, 한을 품은 여자fury, 잔혹녀harpy, 할망구harridan, 화냥년hussy, 가십녀muckraker, 잔소리꾼scold, 악녀she-devil, 요부siren, 성질이 불같은 여자spitfire, 싸움닭termagant, 사나운 여자tygress, 독설가vituperator, 구미호vixen, 촌년wench...... 나는 이 모든 것들의 합체가 되고자 소망한다. 왜냐하면 이 멸칭들이 전부 자립을 위해 떨쳐 일어서는 여성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모욕적 칭호로 여성을 폄하하려는 시도는 새로울 것이 없다. 인간이 처음 언어를 발화한 이래, 고약한 호칭으로 여성을 조금 더 유순하고 공손하게 만들며 여성의 장소를 동굴 속으로만 한정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 이 글을 쓰는 지금 정치, 노동, 보건, 교육에 걸쳐 여성과 남성이 드디어 동등한 경기장을 마주할 가능성은 135년 후로 추산된다. 내 평생에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내 자식들에게도, 손주 대에서도...... - 서론 중
- 계속할게. 참가를 오래해온 멤버들은 전에도 들었겠지만 양해해줘. '경계의 존재들 뜨개질 모임'이 존재하는 이유는, 다른 모든 연맹, 클럽, 분과, 조합, 협회, 표준, 정체성, 문화적 틈새, 분류에서 대개 제외되어온 이들을 위해서, 기존에 인정받는 집단에 혹은 학문적 범주에 들어가지 못했거나 순응하기를 거부한 우리를 위해서야. - 뜨개질하는 요물들, 마거릿 애트우드
- 추라일은 가부장제의 희생자로 남자들에 대한 복수를 시행하는 여자야, 내가 말했다. 일종의 페미니스트 아닌가?
하지만 사악한 정령이잖아, 제이나브가 말했다. 성적 자제력을 모르고 매혹적이니까 사악하지.
가부장제의 죄책감이 구현된 존재야, 내가 말했다. - 보리수나무의 처녀귀신, 카밀라 샴지
- 30년 이상을 살아오며 캐슬린은 성급하고 참을성 없고 성격 나쁘다는 소리를 들어왔다. 건방지고 퉁명스럽고 사나우며 말이 많고 까다롭게 따지고 고집 세며 반항적이고 가시 돋친 '싸움꾼'이라고.
'진정해, 아가씨!' '성낼 필요 없잖아!' 하지만 정말 그런가? 시민들은 이 문제 많은 세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불평 한마디 해서는 안 되는가? 혹은 성을 내는 게, 사실상, 가장 긴급한 의무가 아닌가? - 가사 고용인 노동조합, 엠마 도노휴
2024.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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