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이고 다시 읽어보고 싶은 시들이다.가만히 책장에 다시 꽂았다.- 난 알고 있었던 것이다.생은 그저 가끔씩 끔찍하고,아주 자주 평범하다는 것을. - 시인의 말- 오십 미터도 못 가서 네 생각이 났다. 오십 미터도 못 참고 내 후회는 너를 복원해낸다. 소문에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축복이 있다고 들었지만, 내게 그런 축복은 없었다. 불행하게도 오십 미터도 못 가서 죄책감으로 남은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무슨 수로 그리움을 털겠는가. 엎어지면 코 닿는 오십 미터가 중독자에겐 호락호락하지 않다. 정지 화면처럼 서서 그대를 그리워했다. 걸음을 멈추지 않고 오십 미터를 넘어서기가 수행보다 버거운 그런 날이 계속된다. 밀랍 인형처럼 과장된 포즈로 길 위에서 굳어버리기를 몇 번. 괄호 몇 개를 없애기 위해 인수분해를 하듯, 한없이 미간에 힘을 주고 머리를 쥐어박았다. 잊고 싶었지만 그립지 않은 날은 없었다. 어떤 불운 속에서도 너는 미치도록 환했고, 고통스러웠다. - 오십 미터 중- 생이 자기 자신을 어떻게 삼키는지똑똑히 지켜보라욕망이 욕망에게 대체 무슨 짓을 했는지 보라(...)계시는 언제나천만 년 전으로부터 왔지만아무것도 모른 채내 생은 나를 삼키고 있었다위대한 것들은위대해서 아득하다. 남아 있는 생이여. - 행성의 노래 중- 냉정한 햇살이 담장 넘어 사라질 때 눈을 감으면 우등열차가 머릿속을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곤 이명을 앓듯 아프게 그해의 꽃들이 지고 있었다. 그는 비극을 주고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세상에 떠나보내도 괜찮은 건 없었다. 세월도 사랑도. - Midnight Special 3 아버지의 날들 중- 아시는지요. 늦은 밤 쓸쓸한 밥상을 차렸을 불빛들이 꺼져갈 때 당신을 저주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밤 목련이 목숨처럼 떨어져 나갈 때 당신을 그리워합니다. - 목련이 죽는 밤 중- 사람의 일에도 눈물이 나지 않는데 강물의 일에는 눈물이 난다. - 강물의 일 중- 나는 아직도 생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상처에 대해서 알 뿐안부를 물어줄 그 무엇도 만들어놓지 못했다 - 외전 2 중2023. nov.#오십미터 #허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