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퇴장 주커먼 시리즈
필립 로스 지음, 박범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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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적인 자기 비판. 아주아주 냉소적.

정말 좋아하는 작가 중 하나인 필립 로스.
그러나 이젠 피할 수 없는 어떤 지점이 읽는 중에 조금씩 신경이 쓰인다.
‘주커먼 시리즈’의 주인공 자체가 자의식 과잉 일세계 백인 남자이고, 거기에 유대인 자의식도 과잉이라는 점이 일단 그렇다. 현학적 태도로 고고한 척 하는 주인공이 밉상이랄까.

기대가 큰 상태에서 읽게 되는 작가라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빠져드는 문장들.

정말이지 놓을 수 없는 작가.

- 한 작가의 작품을 읽고 나서 이삼십 년이 지난 후에 이런 실험을 하게 되면, 한때 숭배했던 작가에게서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을 받을지 아니면 우리가 순진한 열광자였다는 생각을 하게 될지, 무엇을 발견하게 될지 확신할 수 없다. - 33

- 우리가 떠난 후 뒤에 남은 이들이 늘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이 그리 놀랄 일도 아닌데도 우리는 다시 돌아왔을 때 그들이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것을 보고 놀라는 동시에 잠시 감동을 느낀다. 또한 늘 변함없는 좁은 장소에서 평생을 보내명서도 떠나고자 하는 욕망을 느끼지 않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 40

- 그자들이 재선에서 이겼다면 이 나라는 완전히 끝장났을겁니다. 우린 끔찍한 대통령들을 뽑았고 그걸 견디며 살아왔지만, 이자는 정말 최악이에요. 인지능력이 심하게 떨어진다니까요. 독단적이고. 정말 위대한 것조차 망쳐놓을 만큼 엄청나게 무식하고요. - 98

- 생각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하는 일이죠. 삶이 호기심을 키우는 겁니다. - 137

- 1886년에 체호프는 이렇게 썬다. “무게중심은 둘 사이에 있어야 한다. 바로 그와 그녀.” 그래야 한다. 그렇기도 하고. 두 번 다시 그렇게 되진 않겠지만. - 193

- 한 사람이 느끼는 고통의 양은 허구를 보태지 않아도, 인생에서 덧없고 때로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격렬함을 보태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충격적인 것 아니냐고? 어떤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다. 아주 아주 드물긴 하지만 어떤 사람은 무에서부터 불확실하게 진화시키며 그런 식으로 보태야만 자신감을 얻는다. 그런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삶은 종이 위에 활자로 완벽하게 구현된, 살아보지 않은 삶, 추측된 삶이다. - 194

- 그 사람이 불러줬거든요. 그 글은 그 사람의 말이에요. 그는 말했어요. “책을 읽는/글을 쓰는 사람들인 우린 끝났어. 우린 문학의 시대가 막을 내리는 걸 목격하고 있는 유령이야. 이걸 받아 적게.” 난 그가 말해주는 대로 썼죠. - 245

- “인생의 엄청난 다양성. 그게 바로 우리 시대야.” 내게 말하는 조지 특유의 목소리에서 힘찬 자신감이 울려나왔다. “그게 우리의 인간성이라고. 우리도 그 일부가 되어야 하네.” - 330

2022. jun.

#유령퇴장 #필립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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