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의 산문 선집.김수영 전집을 읽은 게 그러니까 대략 십년도 훨씬 더 전인데.. 아직도 생생한 심상이 남는 시들이 있다.그런 반가움으로 읽었다.시인이 죽어가는 말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이 있는데, 상당수가 현재 잘 쓰이는 말이라 다행이다 생각했다. 그러나 드문드문 보이는 이제는 받아들일수 없는 지점들이 있다.- 시작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심장‘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몸‘으로 하는 것이다.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온몸으로 동시에 밀고 나가는 것이다. - 10- 시 무용론은 시인의 최고의 혐오인 동시에 최고의 목표이기도 한 것이다. 그리고 진지한 시인은 언제나 이 양극의 마찰 사이에 몸을 놓고 균형을 취하려고 애를 쓴다. 여기에 정치가에게 허용되지 않는 시인만의 모럴과 프라이드가 있다. 그가 사랑하는 것은 ‘불가능‘이다. 연애에 있어서나 정치에 있어서나 마찬가지. 말하자면 진정한 시인이란 선천적인 혁명가인 것이다. - 18- 오늘날의 시가 골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인간의 회복이다. 오늘날 우리들은 인간의 상실이라는 가장 큰 비극으로 통일되어 있고, 이 비참의 통일을 영광의 통일로 이끌고 나가야 하는 것이 시인의 임무다. - 36- 시인의 스승은 현실이다. 나는 우리의 현실이 시대에 뒤떨어진 것을 부끄럽고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그보다도 더 안타깝고 부끄러운 것은 이 뒤떨어진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시인의 태도이다. 오늘날의 우리의 현대시의 양심과 작업은 이 뒤떨어진 현실에 대한 자각이 모체가 되어야 할 것 같다. - 2262022. aug. #시여침을뱉어라 #김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