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왕 - 정보라 소설집
정보라 지음 / 아작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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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줍잖게 공주를 구한답시고 어영부영 나타난 기사에게
˝이게 어디서 사람을 바보 취급하고 그래?˝
라고 말하는 당찬 공주가 등장한다.

<높은 탑에 공주와> 함께하는 이는 연대하는 여성인 씩씩한 동화가 연작으로 이어진다. 재미도 쏠쏠하다.

권력을 쥐어주기 위해 귀신이 되거나 괴물로 만들 수밖에 없는 이야기도 있었다는 작가의 말에 공감한다.

정보라 작가의 글은 앞으로도 계속 읽게 될 것 같다.

- 그래도 이어진 것은 죽지 않는 한 풀 수 없고, 그리고 유모가 보고 싶었기 때문에, 공주는 조금만 더 머무르기로 했다. 잠시만 더, 이대로 아무데도 가지 않고, 그 누구와도 이어지지 않은 채, 지금처럼 이 높은 탑 의 창턱에 상처입은 손을 감싸 쥔 채 혼자 앉아서, 잠시만 더. 마음이 다시 한 번 어딘가를, 누군가를 원할 때까지. 다시 삶을 살고 싶어 질 때까지. - 54 높은 탑에 공주와

- 그런 단절의 밤에 나는 오래전 잊혀버린 언어로 기록된 누군가의 잃어버린 이야기들을 읽었다. 조각난 시간의 연대기를 한 단어씩 나의 언어로 바꿨다. 죽음과 시간과 망각 앞에서도 어떤 이야기들은 살아남는다. 시간이 흐르면 죽어 잊힐 인간에게, 그것은 커다란 위로가 된다. - 230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

- 헛된 일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인간의 의도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연대기>가 살아남아 후대에 전해졌다는 사실이 그 증거이다.
문학은 역사보다 우월하다고, 오래 전 서양의 누군가가 말했다. 이 말은 사실이 아니다.
역사와 문학의 경계는 시간 속에서 지워진다. 그러므로 모든 이야기는 평등하다. 이미 일어난 사건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었던 사건도, 직접 겪지 않은 후대의 인간에게는 모두 이야기일 뿐이다. 그중 어떤 이야기 들은 살아남아 핏줄과 함께 전해진다.
(...)
그러나 이야기가 살아남지 못하더라도, 우리가 모두 그러하듯이 시간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그러므로 이 모든 것은 공정하다. 헛되고 헛되지 않고는 결국,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아닌 전해 받는 사람이 결정할 몫이기 때문이다. - 237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

2022. jul.

#여자들의왕 #정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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