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향연 - 플라톤에서 움베르토 에코까지 한 권으로 즐기는 유쾌한 고전 여행
이진경.이정우.심경호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짧게 구성 되어 있는 내용인데 기대보다 더 짜임새있고 흥미로운 내용이다. 특히 한국 사상 편이 재밌었다.

변화의 속도를 쉽게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의 세상을 살고 있더라도 고전에서 주목하고 설파하던 기본적인 것들은 늘 다시 살펴볼 지침이 되어준다.

- 위대했던 민주주의는 점차 우중의 정치로 변질되어갔다. 법은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강열한 냉소주의는 언어를 대책이 없을 정도로 비틀어 버렸다. ˝중용은 남자답지 못한 것이 되어버렸고, 광기는 재능이 되어 버렸다.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이 인정을 받았고, 평화를 외치는 사람은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다.˝(투키디테스) 여기에 전염병까지 겹쳐 페리클레스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 17, 플라톤 <소크라테스의 변론>

고대 그리스의 상황이지만 현재의 세계와 다를 바 없는 묘사아닌지. 놀랍도록 발전이 없는 인류 아닌가 생각한다.

- 러셀의 종교 비판에는 우회로가 없다. 논리와 과학으로 중무장한 노련한 철학자는 종교에 대해 곧바로 칼을 겨눈다. 그에게 종교는 ‘인류에게 말할 수 없는 불행을 가져다 준 근원‘이며 ‘황금시대의 문턱에 서 있는 인류 앞을 가로 막고 있는 괴물‘일 뿐이다. (...) 러셀은 책 머리 맡에서 이렇게 선언한다. ˝내가 바라는 세계는 집단적 적대감에서 해방된 세계, 만인의 행복은 투쟁이 아니라 협력에서 나올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는 세계다.˝ - 89 , 버트런드 러셀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 이성이 광기를 대신해서 광기에 대해 말하고 광인은 그 말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는 관계 역시 다양한 영역에서 다른 종류의 역사를, ‘대행자‘들에 의해 지워지고 묻혀버린 역사를 새로이 쓰게 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예컨대 제국적 침략과 나란히 진행된 동양에 대한 연구를 통해 서구가 동양에 대해 대신 말하고, 동양은 그들 동양학자에게서 자신에 대해, 자신의 역사에 대해 배워야 했던 관계가 그것이다. - 112, 미셸 푸코 <광기의 역사>

- 퇴계 이황은 이 사화의 시대에 살았던 사람이다. 특별히 젊은 시절 겪은 조광조 사건은(기묘사화) 평생 화두가 되었다. 그는 깊은 고민 끝에 사화의 원인을 두가지로 압축한다. 첫째는 제대로 훈련되지 않은 선비들이 높은 지위를 탐한다는 점이다. 그의 말을 빌리면 ˝학문은 아직 성취되지 않았는데 스스로 너무 높은 곳에 처하며, 때를 헤아려보지도 않고서 세상을 다스려보겠다고 용감하게 나서기때문에 사화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 둘째는 구조적인 문제다. 정치에 나아가는 길만 있지 물러나는 길이 없음, 즉 퇴로가 차단되어 있다는 점이다. - 238, 이황 <자성록>

- 길동이 활빈의 의거를 행한 것은 버젓한 문무 관직에 나아갈 수 없는 울분을 풀기 위해서였고, ‘전하로 하여금 아시게 하려던 것‘에 불과하였다. 그의 행동은 서얼 차별의 부당함을 고발하는 데는 성공하였지만, 그것뿐이었다. 길동은 조선의 신분 제도를 개혁해줄 것을 임금에게 청 하지 않았다. 그렇게 건백조차 차하지 않은 것은 이 소설이 나올 당시에 사회변혁의 기운이 성숙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이 소설의 작가는 조선에서 신분 제도의 개혁은 기대할 수 없었기에, 길동으로 하여금 조선을 떠나게 만들었던 것이리라. - 251, 허균 <홍길동전> 호부호형에 만족한 길동의 혁명

- 빈부격차를 가속화하는 기업세계화에 반대하며 농업은 상품이 아니라고 농민들은 고통스럽게 절규한다. 한 국가가 생존에 필수적인 농업을 포기하고 교역 위주의 상공업으로 돌아설 때 과연 누가 그 과실을 챙기고, 누구에게 큰 고통이 따르는지를 모어는 유토피아에 빗대어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 333, 토마스 모어 <유토피아>

- 우리는 정치적 권력 독점은 늘 경계해왔으면서도 경제적 부의 독점 현상에 대해서는 그것을 개인 능력에 따른 결과라며 관대하게 받아들였다. 정치권력의 억압과 횡포에는 저항하면서도 경제적 불평등의 현실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 그저 부자들을 따라잡으려고 애써왔다. 어째서 정치권력은 제한을 받아야 민주적이라고 생각하면서 경제적 축적에는 한계를 그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가? 어째서 정부는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기업의 독재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가?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우리 모두에게 부의 유토피아를 약속하지만, 이것은 마치 사막을 모래바람처럼 한쪽으로만 부를 쏠리게 할 뿐 결코 경제적 민주화를 가져다 주지 못한다. - 335, 토마스 모어 <유토피아 >

- 국가의 정체성은 다양한 반론과 논쟁이 거듭될수록 오히려 그 가치가 생생하게 살아난다. 이 점에서 ‘지당한 상식‘에 돌을 던지는 사람들은 충분히 보호되어야 한다. 이들이야말로 오류를 수정하게 하고 진리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존재들이 아닌가? 우리 사회는 이미 밀이 우려한 ‘자유롭지 않을 자유‘를 스스로 선택할 만큼 민도가 낮지 않다. 이제는 금기를 풀어야 할 때다. - 369,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 그렇게 만들어진 재산은 틀림없이 남들을 지배하거나 착취하는데 사용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필요를 초과하는 생산은 윤리적으로 ‘나쁜 짓‘이었다. 즉 필요 이상의 생산을 저지하는 것, 그것은 이런 점에서 미개함의 증거가 아니라 자연이나 인간을 대하는 그들의 ‘지혜‘의 증거였다. - 414, 마르셀 모스 <증여론>

- 무엇보다 카슨의 남다른 점은 전체를 볼 줄 아는 그녀의 시적 상상력에 있다. 그녀는 미국 전역의 무차별적인 디디티 방제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수지맞는 시장이 필요했던 화학산업계와 이런 대기업과 연결된 미국 농무부의 관료들, 또 기업과 정부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은 과학자들 간의 불성실하고 무책임한 결탁이었음을 너무도 예리하게 파악하였다. 뿐만 아니라 특정 식물이나 곤충을 박멸하기 위에 뿌려대는 살충제가 전문가들이 주장과는 달리 특정 생물에게만 작용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이 독성 물질이 토양과 지하수로 스며들어가 물고기와 곤충, 새들과 인간에게로 순환하며 지구 생태계 전체를 파괴한다는 것도 볼 줄 알았다. 지금도 생태 보호 운운하면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빨갱이‘라고 일부 신문에서 몰아세우는데, 40년이나 전에, 그것도 기업 자본주의 발전으로 풍요로운 미국건설에 여념이 없던 냉전적 상황에서, 더구나 남성 중심 과학계의 차별적 분위기 속에서 한 여성의 몸으로 그토록 용기있게 주류 세력들과 맞섰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 611,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2022. mar.

#고전의향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