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음 봄에 우리는 아침달 시집 22
유희경 지음 / 아침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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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꿈> <돌아오는 길><추모의 방식 - 고백11>이 좋았다.

충분한 시들이 충만하게 들어앉아 있는 시집이었다.

- 그림자가 말했다.
천천히 들려줘요.
이제 나는 준비가 되었다. - 시인의 말

- 낮 동안 잎들은 따뜻해졌고 미래는 충분이 오지 않았다 - 쓸모없는 날 중

- 창문에는 검은 구름들이
교회 앞에는 늙은 사람들이
가지 위는 낯선 새들로
가득할 텐데
그런 것도 모르고
음악을 듣고 있다
느리게 느린 마음이
죽었으면 좋겠어
죽었으면 좋겠어
그것 말고는
갖고 싶은 것이 없어 - 느린 마음에 대하여 중

- 정말 그럴 것 같다 눈이 잦고 눈이 내려앉은 너의 목도리를 털어주게 되고 또 어떤 밤에는 작은 글씨로 더듬더듬 카드를 쓰게 될 것 같다 거기엔 온통 내 이야기가 가득하겠지 그건 너의 이야기와 다름 없고 나도 믿지 못할 서사 창문을 열면 거기 겨울이 있을 것 같다 그간 버려낸 보풀 같은 눈이 내리고 있을 것 같고 나는 의자에 앉아서 아무것도 믿지 못 할 것이다 - 겨울, 2007 중

- 그러니 딱딱해져서 짐작만큼 딱딱해져서 이름 몇 개로 내력을 다 적을 수 있을 만큼 그러게 그럴 줄 알았는데, 하는 후회 따위는 쓸모가 없을 만큼 딱딱해서 나는, 내가 돌이라도 된 것 같았지 등이 따뜻해졌다 나는 돌아 보지 않았다 오늘은 볕도 없는걸 하고 중얼거렸을 뿐이다 - 산중묘지 -고백12 중

- 괜찮지 않은 일은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상처가 아닐 수 있는 거죠. - 그림자의 말 중

2022. jun.

#이다음봄에우리는 #유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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