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선집 1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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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문제가 존재하는 모녀 관계.
서로에게 적당한 말의 시간과 장소를 고르지 못하는 관계.
지나친 애착관계라는 것.

가족 간의 넘처나는 드라마는 당사자들 만의 문제지만, 심리, 사회학 적으로 그런 사나운 애착을 여러 각도로 연구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가족의 문제는 늘 상상을 넘어서는 고난이 존재하고
다 풀어내기도 힘들뿐더러 타래를 푼다 한들 언제나 비슷하고 또 전혀 다른 문제로 고비가 다가오는 것.

지나친 애착 관계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 내 안에 공간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벽이 무너진다. 숨쉬기가 곤란해진다. 천천히 침을 꼴깍거리며 중얼거린다. 엄마에게 말한다. ˝엄마는 참 딱 적당할 때 적당한 말을 할 줄 안다니까. 놀라워. 그것도 재능이야. 숨통을 꽉 막히게 해.˝ 하지만 엄마는 알아듣지 못한다. 내가 지금 비꼬고 있는 줄도 모른다. 지금 나를 자빠지게 했다는 것도 전혀 모른다. 내가 엄마의 불안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고 엄마의 우울함에 완패 해버렸다는 사실을 조금도 알지 못한다. 어떻게 알겠는가? 엄마는 내가 있다는 것 조차 모르는데. 엄마한테 말할까. 그건 죽음과도 같다고. 내가 여기 있는 걸 엄마가 모른다는 게, 절망과 혼란 만이 가득한 눈으로 그저 멍하니 날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이, 서른일곱살 먹은 이 여자아일 못 본다는 게 슬퍼서 죽고싶어진다고 말을 할까? 엄마는 또 다시 언성을 높이겠지. ˝넌 날 이해 못해. 여지껏 한번도 이해한 적이 없어!˝ - 160

- ˝인생이 연기처럼 사라지네.˝ 엄마는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저미는 듯해 그 고통을 감히 느낄 수 조차 없을 것 같다. ˝정말 그렇네.˝ 나는 높낮이 없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제대로 살 지도 않았는데, 세월만 가버려.˝ - 300

- ˝이거 봐라. 우리 딸은 다 기억해. 나는 잊어버려도, 우리 딸 기억력 진짜 좋아.˝ ˝나는 엄마의 인생 저장소야. 알잖아.˝ - 305

- ˝그러게나 말이다. 너희가 집을 난장판을 만들 수도 있었고, 행복하게 잘 지낼 수도 있었는데. 난 행복하고 싶어서. 그런데 아빠가 나 일하는 걸 싫어했어. 그래서 그만 뒀지.˝ 엄마와 나는 잠시 할말을 잃었다 가 내가 입을 한다. ˝만약 지금이라면 말이야. 아빠가 일하러가지 말라고하면 안 할 거야? 어떻게 했을것 같아?˝ 엄마는 나를 한참동안 바라 보았다. 엄마는 여든이다. 눈은 흐려졌고 머리는 하얗게 셌다. 몸은 마르고 허약하다. 엄마는 차 한 모금마시고 컵을 내려놓더니 조곤조곤 말 한다. ˝뭐라고 하긴. 지옥으로 꺼지라고 했겠지.˝ - 306

2022. apr.

#사나운애착 #비비언고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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