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싱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9
넬라 라슨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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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계 미국 작가, 흑인 공동체와 긴밀한 성장배경.

흑인으로 보이지 않는 외모의 흑인들, 그들 안에 불안과 우월감, 정체성에 대한 고찰.

문제적 이라지만 아시안의 정체성과 펜데믹 이후 아시안 차별을 줄줄이 목도한 후에 인종편견이 강화된 부분이 있어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겠다. 어떻게 해도 패싱되지 않는 아시안의 위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화해서 화제가 되었다지만 딱히 끌리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극명한 인종주의자인 남편을 두고 본인의 패싱을 해명하거나, 드러낼 생각도 없지만, 어느날 문득 정체성의 기원, 그 연대감은 가지고 싶어 하는 것, 욕심이라고 해야 할까?

단지 인종 문제 뿐 아니라 아프리카계 여성의 여러 현실 문제가 더 와닿았다. 그저 한 세계에 발을 딛는 것이 어려운 것 뿐 아니라, 확실하고 분명한 적의를 견뎌야 하는 일, 인종주의가 불필요한 소모를 가져오는 일임은 분명하다.

해설에서 필립 로스의 휴먼 스테인이 언급되었는데, 사실 그 작품에서는 패싱이라는 것을 크게 생각하지 못 했었다. 작가가 백인 남성이었기 때문에 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패싱이 확실하게 부각되지 않았던 것을 보면... 그것도 생각해 볼 지점이다.

- 사실을 말하자면, 그녀는 궁금했다. 클레어 켄드리에게 묻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그녀는 ‘패싱‘이라는 위험한 일에 대해 알고 싶었다. 익숙하고 친근했던 모든 것을 끊어내고, 아마 전적으로 낯설지는 않더라도 분명 전적으로 우호적이지는 않을 다른 환경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으려는 시도에 대해. 예를 들면 출신 배경은 어떻게 설명하나. 그리고 다른 흑인들과 만날 때는 어떤 기분인가. 그러나 그녀는 물어 볼 수 없었다. 묻는 맥락이나 말투가 무례하지 않으면서도, 너무 솔직하게 호기심을 드러내지 않는 질문을 하나도 생각해내지 못했다. - 34

- ‘패싱‘이란 게 좀 묘하긴해. 우린 그걸 비난하면서도 용납하잖아. 경멸하면서도 부러워하기도 하고. 극도로 혐오하고 멀리 하면서도, 눈감아주고. - 76

- 난 너희들 중 누구도 만나지 않고 계속 전처럼 살았을거야. 하지만 그 일이 내게 어떤 변화를 일으켰고 이후로는 늘 너무 외로웠어! 너는 모를 거야. 가까운 사람이 하나도 없어. 진심으로 얘기를 나눌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 91

- 그녀는 다르지만 같은 종류의 두 신의 사이에 붙들려 있었다. 그녀 자신. 그녀의 인종. 인종! 그녀를 구속하고 억누르는 것. 어떤 조치를 취하든 전혀 취하지 않든 뭔가는 무너질 것이다. 개인 또는 인종. 클레어, 그녀 자신, 또는 인종. 아니면 그 셋 모두. 이보다 더 완벽하게 반어적인 일은 없을거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 태어나서 처음으로 흑인으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하고 바랐다. 인종의 부담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처음으로 부담스럽고 원망스러웠다. 그녀는 조용히 부르짖었다. 인종 때문에 겪는 고통이 아니더라도 여자로서, 한 개인으로서, 스스로의 일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고통을 겪고 있지 않느냐고. 너무도 비인간적이고 부당했다. - 133

2021. Oct.

#패싱 #넬라라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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